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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기사]]샐러리맨의 덥고 배고픈 여름(5)막내는 잡돌이와 잡순이?

작성자애니그마|작성시간09.08.13|조회수123 목록 댓글 3

S전자 3년차 직장인 박모(27)씨는 자칭 ‘Ms. 잡순이’다. 10여 명의 팀원 가운데 막내이기 때문에 담당 업무 외에도 엑셀 자료 입력, 파워포인트 제작에 수시로 동원되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110점대의(만점은 120점) iBT(internet Based Test) 토플 점수가 소문나 작년 말부터는 팀원들의 모든 영문 자료 번역과 영역까지 도맡았다.

박씨는 “근무 시간 중 절반 이상을 내 업무가 아닌 잡일을 하는데 보낸다”며 “퇴근시간 다 돼서 ‘내일 아침까지 번역 좀 부탁해’라며 자료 주고 퇴근하는 선배들이 정말 싫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는데, 아직도 왜 남의 일 때문에 야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후배가 언제 올 지 모르지만, 와도 영어를 잘 못하면 여전히 난 ‘잡순이’ 신세”라고 덧붙였다.

모두가 고달픈 불경기지만 이제 막 학교를 떠나 사회 생활을 시작한 ‘막내’ 샐러리맨들의 여름 해는 더욱 길다. 사무실 복사기와 생수통 관리부터 선배들의 각종 ‘노가다’ 작업을 보조하다가 정작 자기 일을 제대로 못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샐러리맨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시내 한 거리를 오가는 직장인들 사이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 조선일보DB

S그룹의 박모(30)씨는 “그나마 몸으로 때우는 건 할 만 하다”며 “대체 회의 때 신입 사원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 바닥에서 몇 년씩 일해 본 사람이 당연히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박씨는 “고민 끝에 겨우 내면 ‘그걸 아이디어라고 내냐?’고 핀잔을 준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업무 종료 후 회식도 막내들에게는 곤욕이다. S사 김모(24)씨는 “회식만 가면 남자 선배들마저 ‘요새는 남녀 평등’이라며 ‘흑장미’를 시킨다”고 했다. 김씨는 “노래방에 가도 과장이 ‘막내가 분위기 좀 띄워라’고 하면 다들 ‘한번 놀아보라’는 얼굴로 나만 쳐다본다”며 “회사에 일하러 왔는지, 선배들 ‘기쁨조’로 간택된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의 A씨(31)도 “예전 직장의 부서장이 기러기 아빠라서 매일 밤 12시까지 부하 직원들을 붙잡고 술을 마셨다”며 “부서 배치 받자마자 선배들이 ‘고생 좀 하라’며 나를 ‘술받이’로 바치는 바람에 6개월 동안 휴일까지 불려나가 매일 술을 마셔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보통 이러한 막내들의 공통된 고행(苦行)은 1년이 지나 후배들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해소돼 왔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대폭 줄이면서 입사 3~4년차임에도 소속 부서에서 막내인 경우가 크게 늘었다. 올해 하반기 채용 준비 중인 일자리도 지난해보다 줄어 내년에도 ‘막내 탈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D상사 신입사원 박모(24)씨는 올해 휴가를 선배들한테 밀리고 밀려 9월 초순에 2박3일을 겨우 얻었다. “처음에는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기뻤다”는 박씨는 “하지만 올해 신규채용이 없어 충원이 없고, 그럼 내년 휴가도 제대로 못 간다는 말에 너무 우울하다”고 말했다.

C은행 전모(28)씨도 어느덧 3년차이지만 아직 부서 내에서 후배 구경을 못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후배를 받으리라는 희망으로 버텼다”는 전씨는 “두 번이나 실망하고 나니까 그냥 팔자로 여기고 마음을 비웠다”고 초탈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막내라도 체감 설움은 남녀에 따라 다르다. S통신사 조모(28)씨는 “남자니까 생수통 정도는 바꿀 생각을 했는데, 형광등까지 빨리 바꾸라고 난리였다”며 “그러면서 여자들한테는 복사용지 한 권도 무겁다고 못 들게 한다”고 남녀 불평등을 지적했다. 반면 D사의 하모(28)씨는 “남자 선배들이 여자 후배를 아끼기보다는 어색해서 일을 안 시킬 때가 종종 있다”며 “정작 빨리 배워야 할 일인데도 여자 후배를 어려워하는 선배들 때문에 남자 동기들보다 늦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회사 성격에 따라서도 막내들의 한(恨)은 차이가 있다. G대학 교직원 김모(30)씨는 “부서에서 막내이지만 직장 분위기도 부드럽고, 행정인턴과 공익요원이 있어서 ‘설움’까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K공기업의 윤모(29)씨도 “비정규직과 인턴이 있어서 나까지 허드렛일을 할 필요는 없다”며 “미안한 생각도 들지만 내 업무도 바빠 솔직히 다행이라고 느낄 때가 더 많다”고 전했다.

이러한 ‘막내들의 설움’은 ‘어울림’과 ‘격려’로만 극복해갈 수 있다는 게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정부종합청사에 근무하는 정모(26)씨는 “처음에는 비정규직 직원들과 공익요원까지 텃세를 부려서 ‘진짜 서러운’ 막내였다“며 “비정규직들과는 어울려 상사 흉도 함께 보고, 공익요원은 누나처럼 챙겨주니까 동생 노릇을 해줬다”며 비슷한 상황의 또래들과 적극적으로 친해질 것을 주문했다.

“부서원들이 함께 먹은 간식 접시를 혼자 치우고 설거지하다 보면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는 K보험회사의 정모(28)씨는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최소한 간식 접시는 후배랑 함께 치우고, 설거지도 교대로 한다”고 말했다.

정부투자기관에서 정년퇴직한 B씨는 “꿈을 갖고 새롭게 입사한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일들 같지만, 그만큼 부담도 적다고 좋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선배들도 자신의 올챙이 때를 조금만 돌이켜 보면 막내들에게 상처주는 언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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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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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애니그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8.13 나이 30에 잡돌이 잡순이면 그 나마 낫다..내 전전에 다니던 회사 애기 들어보니 3대중후반인데 과장 달고도 10년 동안 신입사원을 안 받아줘서 여직원 빼곤 막내라고 하더라
  • 작성자쏘우2범인아만다 | 작성시간 09.08.13 애니그마옹 좋은 글 잘보고 있어요. 애니그마옹 글때문에 노훌게 자주 옵니다.
  • 답댓글 작성자애니그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8.13 뭘..ㅋㅋㅋ...그냥 있는 기사 긁어오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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