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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기사]]흉부외과 수가 올려도 의사 월급 제자리

작성자애니그마|작성시간09.10.19|조회수845 목록 댓글 1

■ 기피현상 해소 지원책, 병원 수익만 불리나

《지난달 한 의대 총동창회에 참석한 성형외과 전문의 A 씨는 후배들의 달라진 태도에 놀랐다. 예전에는 진료과에 상관없이 모든 선배들을 따랐었다. 그러나 요즘 후배들은 대부분 피부과와 성형외과 선배들 주변에만 몰려 있었다. 후배들은 A 씨에게도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전망이 밝은지를 주로 물었다.》


지원율 23%… 역대 최저
64개 병원중 2곳만 월급 인상
“정부서 사후감독 나설 필요”




불확실한 진로 때문에 흉부외과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의사 없는 수술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흉부외과에 대한 정부지원액을 병원이 수익으로 챙기고 있어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그러나 흉부외과 출신의 선배 주변에서는 후배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말을 붙이는 후 배도 거의 없었다. 흉부외과는 비전이 없다는 인식이 이미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A 씨는 “내가 비록 흉부외과는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심장, 폐 등 응급환자들을 수술할 의사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곧 생길 것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흉부외과가 이른바 ‘기피 과’로 전락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부터 모집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흉부외과 정원 대비 지원율은 2006년도 49.4%에서 2007년도 46.6%, 2008년도 43.6%로 떨어졌다가 2009년도에는 76명을 뽑는 데 18명만이 응시해 23%의 지원율을 보였다. 이는 사상 최악의 지원율이며 26개 진료과목을 통틀어 꼴찌였다. 반면 95명을 뽑는 성형외과에는 154명, 86명을 뽑는 피부과에는 148명이 몰렸다.

2월 보건복지가족부의 예측 결과 2015년부터 흉부외과 의사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 이르면 의사 부족 수가 1064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노인 환자가 크게 늘면서 앞으로도 심장·폐 수술을 긴급하게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텐데 흉부외과 의사들은 오히려 크게 줄고 있어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흉부외과의 위기인 셈이다.

○ 수가 인상분은 병원 수익?

정부가 올해 흉부외과만 따로 추려 수술 수가를 100% 인상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우선 흉부외과 수술비를 올려줌으로써 인력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다. 수술 수가 인상으로 흉부외과에 지원되는 돈은 연간 486억 원 정도다. 그러나 이 조치가 병원들의 수익 챙기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가 흉부외과 전공의 수련이 가능한 전국 64개 병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공의 월급을 인상한 곳은 서울대병원과 전북대병원, 딱 두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와 전임의(펠로)의 월급을 100만∼150만 원씩 올려주기로 이미 결정했다. 전북대병원은 현재 전공의 월급 145만∼162만 원에 추가로 15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전북대병원은 내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7월분부터 소급해 지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나머지 병원들은 흉부외과 전공의 월급 인상에 소극적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20개 병원은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42개 병원은 방침을 묻는 흉부외과학회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 병원이 흉부외과 수술 수가 인상에 따른 수익을 고스란히 챙긴다면 서울아산병원은 매년 70억 원, 삼성서울병원은 70억∼80억 원의 추가 수익을 얻게 된다. 결국 정부의 지원금이 대부분 병원의 수익을 늘리는 데 ‘악용’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 지원-감독 함께 해야 정책 효과 있어

정부가 지원책만 발표해 놓고 사후 감독은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들이 지원금을 전공의의 월급 인상에 활용하면 흉부외과 전공의의 처우가 개선되고 부정적인 인식을 없앰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원자가 늘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직은 미흡하지만 조금 더 기다리면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숙환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정부가 병원의 손에만 자율적으로 맡겨두지 말고 수익의 일정 부분은 흉부외과를 위해 쓸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부분의 흉부외과 교수들도 성 교수와 같은 의견이었다. 또 다른 흉부외과 교수는 “병원들이 추가수익 중 일부만 제대로 활용해도 국민이 받는 의료의 질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며 “각 병원들이 흉부외과 전임교수를 늘리고 응급센터에도 흉부외과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두면 응급환자에 대한 대처도 빨라지고 결과적으로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공의 월급 인상만으로는 현재 흉부외과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건현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전공의 월급을 올려준다고 해서 흉부외과 지원율이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며 “전문의 자격을 딴 뒤 취업할 만한 곳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들이 가장 고민하는 대목도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일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흉부외과는 심혈관, 폐 등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필요한 수술을 한다. 이 때문에 소아과나 안과처럼 동네에 병원을 차릴 수 없다. 한 해에 배출되는 평균 30명의 전문의 중 소수만 대학병원에 남을 수 있을 뿐 나머지 전문의들은 흉부외과 이름을 달지 않고, 일반의원에 취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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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애니그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10.19 제길..앞으론 심장에 이상 생겨도 수술할 의사 없어서 걍 죽어야 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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