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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격 큰일이군을 위한 불알XX의 우정을 넘어선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이야기.(원제 : 3월 2일)-i

작성자Presse Libre|작성시간10.01.08|조회수137 목록 댓글 2

그와 삼청동에서 만날 때면 항상 눈이 왔다.

그가 그걸 미리 알고 그 날에 삼청동에서 만나기로 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일기예보를 잘 체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그는 똑같은 투정을 나에게 부렸다.

"왜 겨울에 돕바만 입어? 코트를 입으면 더 잘 어울릴텐데..내가 지난 번에 갤러리아에서 사준 건 진짜로 술먹고 잃어버린 거야?"

그의 투정이 뭘 의미하는지 알았지만,

나는 담배 한대를 물고 웃어넘겨 버렸다.

사실 나는 겁쟁이였다.

누군가 그와 나의 사이를 알아볼까봐 겁이 나서

집에 코트가 있지만, 돕바를 입고 나갔던 것이었으니까.

사람들은 남자 둘이 멋을 내고 다니면 농담반 진담반 커플이 아니냐고 물어봤고

나는 그게 머쓱해서 일부러 멋을 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삼청동에 눈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그 풍경을 참으로 좋아했다.

그리고 나에게 같은 말을 속삭였었지.

"난 삼청동에 눈이 오면 참 좋아. 하얳진 풍경과 눈 내리는 소리 속에서 검은 돕바를 입은 너만 보이고, 니 목소리만 들리거든."

나는 퉁명스레

"옘병, 미끄러지지나 마라"라고 뱉는 순간

그는 돌계단에서 발을 헛짚었다.

다행히 머리를 내 쪽으러 넘어지게 되었고

그는 내 품에 포옥 안기는 자세가 되었다.

그 때였던 것 같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던 건.

그는 나를 그 전부터 내가 그를 그렇게 보는 방식으로 나를 바라봤던 걸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다. 넘어가자.

그도 머쓱했는지

"아으~담배냄새. 근데. 왠지 난 이 냄새가 좋다. 히히"

얼굴이 붉어진 나는 이윽고

"아 진짜, 오늘 왜 이리 옘병이니..남자 둘이 눈 내리는 날 처량 맞아 죽겠구만."

 

그는 여자도 아니면서 이상하리만치 잘 미끄러졌다.

작은 발 때문이었을까?

혹은 나와 항상 같은 높이에서 눈을 바라보고 싶다고 무리해서 신던

"자존심"이라고 부르던 그 깔창 때문이었을까.

 

매번 그를 떠올릴 때면 그 의문이 들고

그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 뿐 머리 속에서 풀리지 않는다.

그걸 물어보는 건 그를 화나게 할 뿐

그 대답은 절대 들을 수 없는 대답이었으니까..

그래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곧잘 넘어지던 그였기에

작은 발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지루한 겨울이 지나고 3월 2일이 되면 지금은 과거로 돌아가 다시 우정으로 신분을 바꾼 나는 그를 다시 만날 것이다.

대치동에 있는 파스구치에서.

그날은 아주 단순히 우리가 오랫만에 만나 과거를 얘기하고 우리가 만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니까..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이 동네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왔고,

우리는 아파트 쪽 반대편인 한 반에 고작 3명 정도 밖에 안 사는 학교 건너편 동네에 살았기에

담임 선생님은 그에게 새학기 첫날부터

나를 잘 데려다주라고 했고

그는 그렇게 했다.

그 날은 3월 2일 신학기가 시작하는 날이었고,

우리는 그 날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매년 3월 2일이 되면 서로 "이번에 몇반이야"라고 물어보면서

같은 반이 되면 뛸 듯이 좋아했으니까(그래봤자 초2, 초5, 고2 때 세번 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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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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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척척이 | 작성시간 10.01.09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작성자큰일이군 | 작성시간 10.01.09 몇몇 구절에서 뿜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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