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140-05 미술>미술론>동양화
동양화에서 난을 칠 때.. 난과 어울리는 게 뭐가 있을까요?
난은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배대시킨 매난국죽의 하나로서 선비의 절개를 기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매화는 눈 속에서 꽃이 피
고, 난초는 인적없는 깊은 산속에서 향기를 풍기며, 국화는 가을 서리 속에서 꽃피며, 대나무는 눈 속에서 푸르름을 자랑합니다.
사군자는 최초에 수묵만으로 여기화가의 수련을 위해 창안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문인화의 흥성과 함께 문인의 기개, 품격, 그리고 수묵의 풍격을 드높이는 좋은 소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므로 사군자, 혹은 따로 떼어서 난만을 그린다 하더라도 군자, 문인, 혹은 문인화의 범주에서 그릴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난초는 땅과 뿌리를 그리지 않고 잎과 줄기, 꽃을 그려왔습니다 마는 수석과 함께 그린 경우, 그리고 맨 뿌리까지 그리는 경우, 서예와 낙관으로 완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석(水石=壽石)은 풍란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겠지만 바위에 붙은 난을 생각하시면 되겠고, 수석(목숨 수+돌 석 壽石)이 오래 산다는 뜻이 있으므로 절개를 지켜 오래 오래 사십시오 하는 뜻이 있습니다.
수석, 괴석과 함께 사각의 분을 그리는 경우가 있고, 매 국 죽을 그리기도 합니다 마는 난을 홀로, 뿌리 없는 대로 그립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고고한 풍모를 뽐내는 난초의 기품을 기리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뿌리를 함께 그리는 경우는 날렵한 난초의 묵희(墨戱)와 상반되는 뿌리의 구불구불한 선을 대비시켜 난의 기개를 드높이는 시각적 효과가 있겠습니다. 이민족에게 나라를 뺏긴 설음을 상형하여 땅에 뿌리가 심어지지 아니한 난과 뿌리만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정희의 부작난의 경우처럼, 공자가 술이부작-옛 문헌이나 성인의 사적을 진술하되 개인적인 사견을 덧붙이지 않는다는 이를테면 춘추필법같은 엄정함으로 그려진 난초와 걸 맞는 글씨 등을 함께 써넣되 낙관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겠군요.
묵으로 난초를 치고, 그 필묵의 묵희를 즐기며, 문인의 여유를 갖추시려는 의도시라면 먼저 개자원화보나, 옛 선인들의 작품을 임모하시도록 권합니다. 전이모사라... 먼저 옛 그림을 베끼고 충분한 기량이 갖추어지면 자신의 기운생동하는 작품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옛 사람들의 화법이었거든요.
그림 위에서부터 추사 김정희 묵란, 가운데 흥선대원군 묵란, 아래 석도의 난입니다. 묵겸오채라, 채색화보다 유장하며 경영위치라, 실체공간과 공허공간의 운용이 일품들입니다. 유방백세라 하니 일세를 풍미하던 묵객의 풍류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묵향을 남긴다는 말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