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다녀온 뒤 조금 여유로운 시간에 미용 씨와 함께 냉장고 정리를 하기로 했다.
냉동실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냉장고 안에는 처분해야 할 반찬과 간식들이 놓여 있었다.
기간이 지나 먹기 힘든 반찬은 모두 버리고, 야채 통에 있던 신선하지 않은 야채들도 아깝지만 정리했다.
정리를 마치고 보니 야채 통에는 무 반 토막, 콩나물 두 봉지, 산책길에 캐 온 냉이 한 줌, 그리고 미용 씨가 간식으로 먹던 당근이 남아 있었다.
남은 재료로 무엇을 만들지 미용 씨와 의논했다
“미용 씨, 콩나물로 뭘 만들어 먹을까요?”
“반찬 만들어서 비벼 먹을까?”
“밥에 비벼 먹을 반찬을 만들고 싶어요?”
“응.”
“그럼 콩나물 무침을 하고, 비벼 드실 거면 무로 무생채를 만드는 건 어때요?”
평소에도 김치 한 가지에 고추장만 넣어 비벼 먹는 걸 좋아하는 미용 씨답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먼저 무생채를 만들기로 했다.
싱크대에 있는 양념 통을 꺼내 무생채에 필요한 양념을 확인했다.
다진 마늘만 주방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준비했다.
칼 다루는 것을 어려워하는 미용 씨는 무를 써는 일은 직원에게 부탁했고, 절인 무에 고춧가루·마늘·파·깨소금을 넣고 버무리는 일은 직접 주도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희호 씨에게 “먹어봐”라며 무생채 한 움큼을 건네자, 희호 씨는 엄지를 들어 보이며 맛있다고 화답했다.
잘 버무려진 무생채를 반찬통에 담고, 작은 반찬통 하나를 더 꺼내 영석 씨 몫도 준비한다.
주방을 정리한 뒤 콩나물 무침을 준비했다.
얼마 전 영석 씨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한 번 만들어 본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직원이 관여하지 않고 미용 씨가 주도적으로 요리했고 간을 맞추는 일만 옆에서 도와주었다.
희호 씨는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다가, 미용 씨가 “야~ 너도 먹어봐”라며 권하자 또다시 엄지 척으로 답했다.
미용 씨는 저녁에 무생채와 콩나물 반찬을 넣고 비벼 먹겠다며 대접을 준비했다.
희호 씨와 아들 영석 씨, 그리고 202호 203호 언니들에게도 반찬을 나누어 주었다.
마침 저녁 메뉴로 달래된장국이 있어 비벼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냉장고를 정리하며 만든 반찬이지만 푸짐한 저녁 식탁이 차려졌다.
다음에는 남은 콩나물로 얼큰하고 시원한 김치콩나물국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미용 씨만의 김치콩나물국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2026년 3월 22일 박미라.
와~~ 저녁 밥상에 반찬이 풍성합니다.
미용 씨가 만든 반찬을 아들과 이웃들과도 나눴네요.
참 정겹습니다.
언니 옆에서 희호 씨는 맛을 보며 언니에게 엄지 척!
이렇게 직접 만들고 나누는 한 끼의 기쁨을 무엇과 비교할까요?
이렇게 당사자가 이루는 입주자의 식생활 가슴 벅찹니다.
고맙습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