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관운장의 군기를 잡은 제갈량》
촉(蜀)의 유비(劉備) 휘하에는 군사(軍師 : 오늘날 국무총리겸 국방장관) 제갈량(諸葛亮)이 있었고 관운장(關雲長), 장비(張飛), 조자룡(趙子龍) 등 우수한 장수들이 있었습니다.
장수들 중에 큰형님으로 통하는 사람이 관운장이었는데 이 사람은 무인이지만 사서삼경과 시경, 역경 등을 공부한 지식인이었습니다.
그중에서 나이도 제일 많아서 직위상 상급자인 제갈량 보다 20년이나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관운장은 제갈량의 지시를 탐탁하게 생각하지않고 거드름을 피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제갈량은 이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면서도 나이도 자기보다 많고 주군(主君)인 유비와 의형제를 맺은 사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약간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해도 참아왔습니다.
그런데 적벽대전에서 관운장이 절체절명의 실수를 함으로써 제갈량에게 무릎을 꿇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실수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이 남병산에서 동남풍을 일으키고 본진(本陣)으로 돌아와서 장수들에게 군령(軍令)을 내렸습니다. 먼저 조자룡에게 오림(烏林)의 갈대밭에 매복하고 있다가 조조가 오면 궤멸시키라고 하였으며, 장비에게는 이릉(彛陵)의 뒷길을 끓고 호로곡에 매복하여 조조군을 기습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축, 미방, 유봉에게도 임무를 부여하고 난뒤 유비에게 "이제 주공과 저는 산꼭대기(OP:관측소)에 앉아 싸움구경이나 하시지요."라고 하였습니다.
이 때 관운장이 볼멘 소리로 "이 관(關)아무개는 형님을 따라 여러해를 싸움터에서 보냈으나, 한번도 남에게 뒤진 일이 없었소. 그런데 나에게 임무를 주지않는 이유가 무엇이오?"라고 따졌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운장께서는 너무 괴이쩍게 생각하지 마시오.
운장께는 가장 중요한 길목에 매복 임무를 부여하려고 하였으나, 미덥지 못한데가 있어서 감히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관운장은 얼굴이 시뻘개지며 "그게 무슨 말씀이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디 한번 들어봅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자 제갈량은 "조조는 조자룡과 장비에게 쫓겨서 화용도(華容道)를 지나갈텐데, 만약 그대를 그곳에 보낸다면 그대가 옛날 조조에게 신세를 진 일이 있기때문에 사로잡지 않고 놓아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라고 관운장의 아픈곳을 찔렀습니다.
이때 관운장은 "군사께서는 걱정도 팔자시오. 나는 조조로부터 입은 신세는 원소군의 장수 안량과 문추를 베어 보답을 하였습니다. 그러니 신세같은 것은 남아 있지않습니다."라고 반박 하였습니다.
제갈량은 "그렇다면 만약 실패할 경우 처형을 받겠다는 군령장(軍令狀)을 쓰시오. 그러면 화용도에서 조조를 사로잡도록 임무를 드리겠습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관운장은 이에 당당하게 군령장을 써서 제갈량에게 제출하고 5백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화용도로 떠났습니다.
과연 조조는 조자룡과 장비에게 쫓겨서 화용도로 왔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조조가 내심 두려워 하면서도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는 관운장을 만난것입니다.
조조는 비맞은 장닭처럼 비참한 몰골로 관운장에게 "장군께서는 그동안 별고 없으셨소?"라고 허리를 굽혔고 관은장은 "관(關)은 군사(제갈 량을 뜻함)의 명을 받아 이곳에서 승상을 기다린지 오래되었소이다."라며 조조의 인사말을 못들은체 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조의 끈질기게 목숨을 구걸하는 감언이설에 녹아 조조를 살려보내고 말았습니다.
조자룡과 장비는 크게 전공을 세우고 포로와 노획물자를 들고와 산처럼 쌓아놓고 사기 충천해 있는데 관운장은 날이 저물어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녁 늦게 본진으로 돌아온 관운장을 맞이한 제갈량은 "장군은 천하의 역적 조조를 잡아오셨겠지요. 마땅히 성밖으로 나가 영접을 했어야 하는데 이 양(亮)이 좀 소홀했소이다."라며 관운장을 맞이하였습니다.
풀이 죽은 관운장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그리고 " 이 관(關) 아무개는 군사께 죽음을 청하기 위해 돌아왔습니다."라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장군은 조조를 놓쳤단 말이오?"라고 소리 치며 시립해 있는 군졸들에게 당장 관운장의 목을 치라!"고 하명하였습니다.
이에 깜짝 놀란 유비가 제갈량 앞에 엎드리며 "지난날 나와 관운장과 장비 셋은 태어난 시(時)는 달라도 죽을 때는 같이 죽자고 맹세를 하였습니다. 관운장이 오늘 죽는다면 나도 같이 죽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할일이 많이 남았으니, 이번의 죄는 사(赦)하였다가 다음 전투에서 분발하는 기회로 삼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대신 용서를 비니, 제갈량은 못이는체 죄를 사면해 주었습니다.
그뒤 부터 관운장은 제갈량의 명령에 어긋나는 일을 한번도 하지않았고 얌전한 모범생도가 되었습니다.
그때 관운장은 제갈량에게 완전히 군기가 잡혔습니다.
*사실 제갈량은 조조가 일찍 죽을 운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관운장이 情에 약해 조조를 살려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연극을 꾸민 것입니다. 이것은 삼국지 연의를 지은 나관중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月 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