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1. 연구 목적
이 논문의 연구목적은 과정 철학에 근거된 데이비드 그리핀(David Griffin)의 과정 신정론과 이레니우스의 우주론에 근거한, 존 힉(John Hick)의 발전론적 신정론을 비교하는 데 있다. "신정론"이라는 어휘는 라이프니쯔가 그의 Theodicy에서 처음으로 창안하였으며, 악의 문제와 하나님의 존재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의미에서 '악의 현실성에 대면하여 하나님의 의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전통적으로 악의 문제와 하나님의 존재는 양립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는데, 이는 논리적인 의미에서 유신론의 가장 결정적인 암초이기 때문이다. 비유신론자는 악의 문제와 신 존재의 양립 불가능한 논리적인 측면을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1) 선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존재한다.
(2) 이 세상에는 악이 존재한다.
(3) 악의 현실성으로 인해 하나님이 악을 막지도 막을 의지도 없기 때문에, 하나님은 전능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전통적 유신론은 하나님을 전능하시며 모든 점에서 완전하신 분으로 이해하여 왔다. 따라서 이러한 악의 문제로 인해 유신론의 하나님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유신론적 도전에 대하여 가장 강력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는 데이비드 그리핀과 존 힉은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암시와 통찰력을 보여준다.
특별히 존 힉은 악의 문제를 과거 지향적 시각에서 해결하려는 어거스틴적 유형과 미래 지향의 종말론적 시각에서 해결하려는 이레니우스적 유형을 상호보완적인 방향에서 논의하고 있다. 힉은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목적에 배치(背馳)되는 두 가지 유형의 악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하나는 죄와 같이 인간의 도덕적인 의지의 행위와 관련되는 도덕적 악(moral evil)이 있으며, 다른 하나는 천재지변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와 관련된 비도덕적인 악의 형태인 자연적 악(natural evil) 혹은 물리적 악(physical evil)이 있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양자의 구분은 불가능하지만 도덕적 악이 인간의 자유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반면에 자연적인 악은 인간의 자유와 행위와는 대체적으로 무관하다고 간주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데이비드 그리핀은 유신론의 신은 악의 문제로 인해서 하나님이 기소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과정 유신론의 입장에서 악의 문제를 논하고 있는 그리핀은 힉과는 다르게 악을 원초적인 악 (genuine evil)과 도구적인 악(instrumental evil)으로 구별한다.
그리핀은 하나님의 주권과 뚜렷하게 배치되는 원초적(原初的)인 악을 실재하는 악으로 암시하는데, 즉 아우슈비츠와 같은 악을 말한다.
반면에 도구적인 악이란 종말론적인 시각에서 현실의 실존적인 악을 바라 볼 때,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목적에 직접, 간접으로 공헌할 수 있는 성질의 선을 위한 수단이 되는 잠정적인 악을 암시한다.
도구적인 악을 인정할 경우 하나님의 전능성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에 이르기까지 크게 저촉되지 않고 악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주어지게 된다. 도구적인 악의 가능성을 인정 할 경우에는 기독교의 절대적인 유일신관과 현실의 실질적 악의 문제는 쉽게 화해될 수가 있다. 따라서 이 논문은 그리핀과 힉의 신정론을 비교하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