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생태공동체운동본부에서 '생태목회실천사례집'을 출간할 때 여성목회에 대한 글 요청이 있었습니다. 전체 여목회자들의 얘기가 담겼으면 더 좋았겠지요. 아쉽지만, 원고제출 시간이 촉박하여 몇몇의 목회자들이 모였고, 여성목회에 대해 대화 나눴던 것을 이혜진 총무가 정리하여 '생태목회실천사례집 - 생명과 평화가 깃든 교회'에 넣었습니다.(228~236쪽)
읽고 함께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목회, 생명목회
공동 워크숍 정리 : 이혜진 목사 (기장 여교역자협의회 총무)
1. 여성목회란?
여성목회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성 목회자가 하면 여성목회일까? 여성을 상대로 하는 목회가 여성 목회일까? 여성 목회자가 목회를 해도 여성 목회라고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반대로 남성 목회자가 목회하는 경우에도 여성 목회일 수 있다. 여성 목회는 주체나 객체의 생물학적 성(性)과는 완전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여성목회는 여성만의 전유물도 고유 영역도 아니다. 여성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구조, 제도, 문화, 의식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온 여성의 고통을 해결하고 모든 차별을 극복하고자 하는 목회가 여성목회이다. ‘지금 성 차별받고 고통당하는 여성’을 보살피고 사랑하는 목회가 여성목회이다. 여성이 겪는 성 차별을 시정하여 평등한 존재로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온전히 발현할 수 있도록 존중하고 격려하는 목회이다.
또한, 성에 의한 차별뿐만 아니라, 연령, 인종, 문화, 장애, 더 나아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동식물 자연의 차별을 하지 않도록 모든 생명을 존중히 여기고 실천하는 일이다. 따라서, 여성 목회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신 그 사랑과 창조의 생명성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하셨음을 깨닫고, 격려하는 일이며, 보편적 목회로서 남성과 여성 구분 없이 모두가 지향해야할 하나님 나라의 일이다. 이 일은 여성, 남성 구분 없이 모든 목회자들이 감당해야 할 일이고, 여성, 남성 교우 모두 기쁜 마음으로 고백하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단지, 지금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오던 여성들이, 생명을 잉태하며 낳고 키우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예민한 감수성으로 먼저 반응하는 것이며, 여성으로서의 자기 확신과 자기를 긍정하면서 ‘차별받은 여성들, 소외된 이들, 약자들’을 중심에 두고, 여성목회자와 여성 교우들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목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여성과 남성의 차별 없이 모두 온전하고 평등한 자매 형제로서의 삶을 회복하기를 원하고 계심을 깨닫게 하여 온전한 목회를 이루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여성목회는 생명의 온전함을 이루어가는 생명목회이다.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 귀한 존재로 평등하게 조화를 이루어가듯, 하나님이 창조하신 온 우주만물과 더불어 살며 함께 조화를 이루어 가도록하는 생명목회와 맥을 같이 한다.
이 사례집에는 농촌목회나 뜻있는 목회자들이 행하고 있는 다른 사례를 통해 생명목회, 생태목회가 많이 소개되리라 생각되어, 여기에서는 주로 교회 구조 속에서 여성 목회, 생명 목회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매우 안타까운 점은 여성목회의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목회 사례를 소개하는 글이라기보다는, 몇몇 여성목회자들이 자신들이 꿈꾸며 앞으로 지향해가고 싶은 여성목회를 나누고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이 우리 목회의 방향을 제시해 나가길 바란다.
높은 곳은 깎고 낮은 곳은 메우는 목회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인간과 인간을 위계질서화하지 않고, 어느 개인이나 집단에게 힘이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시키고 나누어 서로 서로 잘 연결되어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목회를 꿈꾼다. 성별, 나이, 학력, 가족형태, 성적 지향, 인종 등등 천차만별로 다양성을 가진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는 목회를 꿈꾼다.
많은 교회들이 눈앞의 큰 성과, 빠른 성과를 원하기에 이런 목회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회들이 담임목사의 결정에 은혜로 아멘으로 따르게 하거나, 당회의 결정사항을 수직으로 내려 보내고, 순종과 헌신을 요구해 왔다. 이 결과 힘이 없는 사람, 약자라고 여겨지는 사람은 중심에서 밀려나고 주체가 되기보다는 객체가 되어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의사결정이나 참여 과정을 평등적이고, 수평적이며, 쌍방적으로 바꾸어 가야 한다.
이를 실천하려는 일부교회에서는 장로교 전통에서 공적 지도력인 장로의 선출에 있어서 남녀비율로 혹은 연령별로 선출하려고 한다. 또한, ‘목회위원회’를 구성해서 남성이나 연세가 많은 어른에 비해 참여 기회가 없었던 여성이나 청년들에게 공적참여의 기회를 똑같이 주고, 남녀 청장년이 파트너쉽을 이루어 활동하게 한다. 생명목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참여하게 하여 다양성속에서의 일치를 이루어 가는 것이다.
과정은 어떻든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의식들이 우리 안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하며 조정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빠른 결과를 보려한다. 그것이 비민주적으로 나타나서, 목소리 큰사람, 힘 있는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생명목회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민주적이었는지, 수평적이고, 쌍방적이며, 포용적이었는지를 늘 물으며 평가하고 고쳐나가는 것이다.
또한, 교회에서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소수자, 소외된 자들을 살피고 이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 생명목회이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과를 빨리 얻을 수도 없고 지지부진한 일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좀 더디 가더라도 큰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함께 함으로 온전한 그리스도의 몸을 형성해가야 한다.
목회자와 교우들이 함께 하는 목회
여성목회는 목회자와 교인이 각각의 전문성을 충분히 살리되, ‘성직’이라는 것으로 가름이 생기지 않는 목회이다. 목회는 목사 개인이 아닌, 공동체원들, 즉 하나님의 백성들의 책임적 응답이다. 공동체원들간의 상호성과 평등한 관계성을 중요시 한다. 예배는 목회자와 교우들이 함께 연구하여 다양한 형태로 드리며 온 교우들이 함께 참여하여 정성으로 드리는 예배가 되도록 한다. 교회 내 봉사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달란트에 맞게끔 기여하고, 세상의 삶의 자리로 나갈 때는 다른 사람의 자리를 내 자리로 여기고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감수성과 공감성을 기반으로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해 나간다.
교인들이 주체적이며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교회를 운영하고, 아주 소소한 일이라도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서 운영한다.
성역할의 고정을 탈피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목회
대부분의 일반 교회에서 부교역자들의 성역할은 고정되어 있고, 특히 여성들이 담당하는 목회는 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왔고, 평가되어 왔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이 맡은 역할이 동등하게 이루어지고, 성역할로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그 전문성을 각각 인정하는 목회, 팀 목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줄 수 있는 개방된 상태의 조직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부교역자들의 성역할이 고정되지 않은 교회가 있어 소개한다. 서울의 모 교회는 오랜 기간 동안 교우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교회가 지향해가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정관을 만들었는데, 여성목회자 규정(‘목회자 중 1명 이상은 여성목회자로 한다’)이 있다. 또한, 여성 목회자의 역할을 심방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교회 전반적인 운영과 목회에 참여하도록 한다. 보통 교회의 중요부서라고 여겨지는 재정, 관리, 예배, 선교, 교육은 대부분 남성교역자가 전담하고 예배 일부, 심방, 봉사, 친교 등은 여성교역자가 담당해왔으나, 성역할을 고정하지 않고, 제직회 8개 부서를 둘로 나누어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주요 의사 결정 기구인 당회와 목회운영위원회에도 함께 참여한다. 또한, 교육부문에서 담임교역자와 부교역자가 모두 성서배움마당 중 한 강좌를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새 교우 강좌, 신임집사 교육, 사순절/대림절 특강, 전교인 수련회 기획 등과 같은 성인교육도 함께 담당한다. 상담/심방 역시 교역자 전원에게 주어진 공동책임 영역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히’ 따로 맡은 분야가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부교역자들에게 설교와 교육, 상담과 심방의 기회가 고루 주어져 각자의 은사대로 목회하도록 한다.
성인지적 교육과 성서연구가 풍부한 목회
참여의 기회뿐 아니라 교육의 내용도 중요하다. ‘여성의 눈으로 성서읽기’와 같은 성인지적 성서연구는 ‘여성목회’를 위한 주요한 디딤돌이 된다. 여성교우나 남성교우가 함께 성서연구와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된다. 다른 사람의 눈높이와 입장에서 특히, 소수자와 약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보고, 느낄 수 있어서 인권 감수성과 성 평등 감수성이 민감해지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이동권리를 기초로 교회건축은 어떠해야 하는지, 영/유아실과 수유실은 어떻게 설치하면 좋은 지 등의 눈에 보이는 실제적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가는 것이 좋은 지를 깨닫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런 공부와 나눔을 통해 인간관계형성이나 의사소통의 과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나누는 목회
교회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목회 역시 생명 목회가 아닐까? 점차 많은 교회들이 지역주민과 소통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교회를 지역에 개방하여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모교회는 재활용가게와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지역의 어린이나 학부모,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있고, 주중에 예배당에서 다양한 지역행사를 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주민들에게 쉼과 친교, 대화와 교육의 마당을 열어주기도 한다. 상담실을 운영하여 지역주민들의 고민이나 어려움, 심리 정서적 아픔을 들어주며 치유하기도 한다. 지역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하여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과 노력을 통해 전도하고 교인수를 늘리려는 목적보다는 그것 자체로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필요와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과 돌봄과 나눔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이웃의 고난과 신음에 응답하는 목회
지금까지 일반 교회에서 여성목회자를 담임목회자로 청빙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대부분 여성목회자들은 개척을 하게 된다. 단순히 교회하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돌봄과 키움에 감수성이 많은 여성목회자들은 가난한 자와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아픔과 신음을 함께하고 있다.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곧 주님의 마음이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25장에서 약자와 그 자신을 일치시키셨다. 또한, 구약성서에서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것은 곧 이 땅의 약자를 돌보는 것임을 깨닫고 약자를 짓밟고 차별하는 것에 맞서고 극복하는 것이 여성목회이다.
특히, 우리시대는 폭력에 노출되고, 시달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개인, 자본, 공권력, 국가의 폭력으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여성목회자들은 폭력에 노출되고 돌봄의 손길이 없는 아동, 청소년, 여성들에 관심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다. 요즘 특히 일을 얻기 위해, 결혼하기 위해 찾아온 이주민들이 많이 있다. 정착을 잘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편의 상상할 수 없는 폭력에 죽어가는 이주여성들과 방치되고 소외당하는 이주민2세는 우리가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이주여성인권센터, 쉼터, 상담소 등을 교회가 운영하면서 이웃의 고난과 신음에 응답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세상을 향해 관심을 갖고, 가난한자와 약자들의 정의의 실천하는 것이 여성목회요, 생명목회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생명을 살리는 목회
자연에게서 꼭 필요한 것들만 취하고, 자연을 돌보고 함께 더불어 사는 일이 하나님의 뜻임을 기억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생명을 살리는 목회를 꿈꾼다. 우리 농산물과 먹거리를 이용하여 우리의 건강과 땅을 살린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운동을 생활화하여 소비를 최소로 줄이고, 아나바다장터나 상설매장을 만들어 애용하기도 한다. 또한 편리함과 안락함에 익숙해져가는 일상의 삶을 자각하고 돌이켜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에어컨을 가능한 켜지 않고 불편을 즐겁게 감수하기도 한다. 이 또한 생명을 살리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음식을 적게 만들어 소비하고, 음식물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고기 먹는 횟수와 양을 줄이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운동을 하다가도 때때로 느슨해지기도 하고, 불편함 때문에 ‘이번 한번 쯤이야’를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의 신앙을 삶속에서 고백하는 것이 느슨해져가고 무감각해지려할 때 “하나님 보시기에 참 좋았던 창조세계”를 떠올리며 다시금 옷깃을 여미도록 하는 것, 이 또한 생명목회가 아닐까?
2. 여성 목회!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실천으로 ...
여성 목회, 생명 목회를 이루어가기 위해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실천이다. 자기 성찰을 통한 ‘자기 신뢰 쌓기’는 어렵고 힘들지만 스스로 넘어서야 할 요소 중의 하나이다. 여성목회자로서 평등, 인권 감수성 등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스스로 말과 실천이 일치될 수 있도록 늘 ‘자기성찰’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말과 실천의 일치는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쉽게 놓쳐 버리는 것도 사실이다. 수평적인 관계를 말하면서도 혹,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를 맺어갈 때는 없는지, 연민과 공감을 바탕으로 목회한다고 하면서 정작 공감력이 뒤떨어지지는 않는지, 열린 구조를 만들어 간다고는 하지만, 편협하게 소수만의 구조를 견고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한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여성목회의 사례와 자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앞으로 우리스스로 자각과 성찰을 반복하면서 구체적으로 우리 목회영역에서 교우들과 함께 우리가 꿈꾸고 지향하는 여성 목회를 이루어가야겠다. 여성목회의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하며 함께 격려하면서 실천해나가야 하겠다.
새 시대를 열어가는 기장의 ‘생명 목회’는 ‘살림의 실천’을 통한 ‘지금-여기, 하느님 나라 실현’이다. 우리의 이러한 방향제시와 노력이 앞으로 우리 목회의 생명력 회복에 기여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