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450km 떨어져 있는 지점을 둘러보러 갔었습니다.
일을 모두 마치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그곳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그 골프장을 보면서 오래전에 그곳에서 라운딩했던 기억이 떠올라 미소를 짓게 되더라구요.
보츠와나에는 잔디로 된 골프장이 네 곳 있습니다.
두곳은 제가 살던 수도 Gaborone에 있어서 대중이 즐길 수 있고, 다른 두곳은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Orapa와 Tswaneng(쯔와넹)에 있어서 광산 근로자들이 이용합니다.
그 밖에 중소 village에 골프장이 있는데, Bush Golf라고 부릅니다.
잔디라고는 한 포기도 없고, 여기저기 마구 자란 잡초만 있습니다. 완전히 사반나 사막에 만들어 놓은 골프장입니다. 그나마 골프 좋하는 백인들이 바닥을 불도저로 밀어놔서 페어웨이와 아닌 곳을 구분할 수는 있습니다.
9홀 코스인데 티박스는 18개가 있습니다. 티박스는 벽돌로 축대를 만들어 그 안에 모레를 깔아 잘 다져놓았습니다. 거기에 티를 꽂고 티샷을 합니다. 페어웨이로 보임직한 곳에 공이 떨어지면 다시 티를 꽂고 세컨샷을 하던지, 아니면 인조 잔디 메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인조 잔디 위에서 세컨샷을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페어웨이 비슷한 곳에 공을 보냈을때 누릴 수 있는 혜택입니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너무 고와서 밀가루 같은 천연 모래위 아니면 돌멩이 위에서 샷을 해야 합니다.
퍼팅 그린은 풀 한포기 없이 모래로 되어 있습니다. 이 모래 퍼팅그린이 예술입니다. 모래에는 기름(아마도 아스팔트 찌꺼기)을 잔뜩 먹여서 검은 색입니다. 기름 먹은 모래는 흩어지지 않고 나름 견고해져서 공을 굴릴 수 있습니다. 그린에 공이 올라가면 케디가 땅 평탄 작업하는 공구 같은 것으로 퍼팅 라이를 따라 모래를 평평하게 곱게 밀어 줍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발자국 때문에 퍼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케디는 용돈 벌이하러 나온 동네 아이들입니다. 때로는 자기 키 만한 골프백을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참 불쌍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곳의 골퍼들(특히 백인)은 그 아이들에게 노동(케디)에 대한 댓가만을 지불합니다. 아무리 불쌍해도 절대 돈을 그냥 주는 일이 없습니다.
인공이 거의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이용해 만들어진 골프장입니다. 그 골프장에서 서너번 라운딩을 했었는데 기억에 남는 나름 즐거운 골프였습니다.
국내에 골프가 대중화되기 한참 전인 80년대말~90년대초 , (주)대우에서 보츠와나에 대규모 도로 공사를 했었습니다. 관리직과 숙련공들은 한국에서 파견되었었습니다. 그 베이스 캠프가 3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그 분들은 캠프에 그물망을 만들어 놓고 열심히 골프 연습을 하던 불굴의 한국인들입니다. 한달에 한두번 부식을 조달하기 위해 300km를 달려와 그곳 bush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고 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큰 즐거움이었다고 합니다.
완전 사막 한가운데에 캠프를 설치해서 인가도 없고 인적도 없는 그 곳에서 도로공사를 하며 국위를 선양했던 그 분들이 지금 보츠와나 교민사회의 초석입니다.
요즘에도 보츠와나 곳곳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기업은 더이상 입찰을 따내지 못하고 있답니다. 지금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던 불굴의 한국인의 빈자리를 싼 인건비로 밀어 붙이는 중국인들이 대신하고 있답니다.
불행하게도 보여드릴 사진이 없네요..........
사진이 있어도 그 사신을 보고 거기가 골프장이라고 믿을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