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산책] 인생의 굽잇길에서 공자를 만나다
한국교직원신문 2011-12-12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신정근
| 21세기북스
에디톨로지(Editology)란 용어가 있다. ‘편집학’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이 말은 문화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김정운 교수가 창안한 독특한 개념이다. 그는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는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는데, 이 반복과정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것이 편집이라고 해석한다. 편집과정에서 선택적 지각 작용에 의해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 감각만이 살아남는다. 확대와 축소, 제거와 추가는 편집의 필수 도구며, 창의적 사고의 기본이다. 이 지점에서 편집과 창조는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가 된다.
논어(論語)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이 담긴 어록이다. 논어의 편찬자들과 편찬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공자 자신이 직접 정리하거나 기록한 책이 아니란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즉 현재 전해지는 논어는 각자의 이해득실을 반영한 격렬한 논의과정을 거쳐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편집되었다는 것이다. 도덕적 이상국가를 목표로 한 그 편집자는 인(仁)과 예(禮)를 각각 개인적 인격의 완성과 사회질서 확립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아 논어 20편을 재구성한 셈이다.
에디톨로지 관점에서 보면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란 책도 저자에 의해 재구성된 논어의 현대판 편집본이다. 최초 편집자의 목표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이상적 사회건설이 목표였다면, 이번 편집자의 목표는 ‘멋지게 인생을 다스리는 법’ ‘행복한 인생 매뉴얼’ 같은 소박한 것들이다. 친절한 저자는 논어에서 핵심이 되는 101수를 취사선택해 크게 여섯 가지 범주(응용, 지도력, 모델, 형상화, 덕목, 핵심가치)로 분류하고, 6강을 다시 세부 주제별로 엮어, 이 시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기개발서형 논어를 창조했다.
논어는 수없이 재편집되었고, 앞으로도 재편집될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에서 성리학의 대가 주자(朱子)를 형이상학적 논어 재편집자로 규정해 조선사회를 망친 장본인이라 비판하며 새로운 논어읽기를 시도했다. 그는 논어를 관통하고 있는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천행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어린아이를 보며 안타깝게만 느낄 것이 아니라, 선비체면 버리고 직접 뛰어들어 구해내는 것이 인(仁)의 완성이라는 것이다.
마흔과 불혹(不惑), 슬픈 형용모순이다. 불혹은 모든 유혹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경계를 명확히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욕망이 넘치는 사회에서 자기 분수를 알고 그 경계를 넘지 않으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마흔 이전에 이루고 싶었던 꿈들 다 어디로 갔을까.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 이후의 삶은 또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어지럽고 불안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법은 없을까. 쉽지 않지만, 저자는 자신을 잘 다스리면서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수기안인(修己安人)’ 같은 방법들을 논어 속에서 찾아보라고 권한다. 삶은 그만두려 해도 그만둘 수 없는 욕파불능(欲罷不能)일 터이니.
임병주 북21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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