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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엄이도종(掩耳盜鐘)/ 용호선

작성자백한진|작성시간11.12.24|조회수48 목록 댓글 0

[언중언]엄이도종(掩耳盜鐘)

강원일보 2011.12.24.

제아무리 의미심장한 말(言)도 통하지 않으면 독백에 불과하다. 그러니 `말'에도 `길'이 있는 것이다. 언로(言路)다. 율곡 이이는 언로개색흥망소계(言路開塞興亡所係)라고 역설했다. 말 길의 열리고 막힘에 나라의 흥망이 달려 있다는 뜻이다. 39살의 율곡이 임금(선조)에게 성현(聖賢)의 길을 제시했다. 천하 경영도리가 담긴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올린 것이다.

▼ 서두에 책을 올리는 글이 있다. “다만, 임금님의 문제점을 말씀드린다면 영특한 기질을 너무 드러내려 하여 선한 것을 받아들이는 도량이 넓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내 남을 이기기 좋아하는 사사로움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단점을 제거하지 못하면 참으로 도에 들어가는데 방해가 될 것입니다. 임금님께 이런 단점이 있기에 온순한 말과 겸손한 말을 하는 사람을 많이 채용하시어….” 소신에 주저함이 없는 이 책을 받아 본 선조의 말이 가히 걸작이다. “부제학(율곡)의 말이 아니라 바로 성현의 말씀이다.”

▼ `우리 시대의 선비'로 통하는 최승순 강원대 명예교수는 (사)율곡학회 이사장 역임을 가장 큰 영예로 여긴다. 고전과 한학에 일가견을 지닌 최 교수가 존경하는 인물로 첫 손가락에 꼽는 이가 율곡이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수제자로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내세운다. 세 사람 모두 강릉 출신이다. 율곡의 정신은 지역에서도 이렇게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엄이도종(掩耳盜鐘)'이다. 중국 진나라 때의 사론서 `여씨춘추'에 일화가 있는데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자기가 한 일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비난·비판을 두려워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현 정권·정부의 소통 부재에 대한 촌철살인 격의 일갈이다. `엄이도종'을 뽑아 추천한 사람이 김풍기 교수다. 세태를 진단하는 통찰력이 과연 율곡의 학맥·학풍 아닌가.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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