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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나나니벌 이야기/ 정철

작성자백한진|작성시간11.12.24|조회수83 목록 댓글 0

[강원포럼]나나니벌 이야기

 정철 정선교육지원청 교육장
강원일보 2011.12.22.

나나니벌이라는 곤충이 있습니다. 땅속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다른 곤충의 애벌레를 물어다가 애벌레의 몸속에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애벌레를 먹고 자라게 하여 새끼를 기르는 땅벌의 일종입니다.


옛사람들이 나나니벌을 관찰해보니 다른 곤충의 애벌레를 물고 자기의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후 굴속에서 나나니벌 새끼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의 애벌레를 물어다 자기 굴속에 가두어 두고 `나 닮아라! 나 닮아라!' 해서 자기의 새끼로 만드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답니다.


나나니벌의 날갯짓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나나나나…'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날개 짓 소리로 나나니벌이라 불리게 되었는데 새끼를 기르는 습성 때문에 `나 닮아라! 나 닮아라!'라는 말이 또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닮는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새겼겠지요.


많은 사람이 요즘 아이들을 걱정합니다. 심지어 부모들도 “누굴 닮아 저모양이냐?”라고 하고, 선생님들도 “누가 그렇게 가르쳤느냐?”, “왜 우리 반 아이들은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것을 봅니다. 나나니벌은 `나 닮아라! 나닮아라!' 해서 자기 모습을 꼭 닮은 새끼를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자신의 아이들과 자신의 제자들이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다고 엉뚱한 말을 할까요?


우리가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아이들이 그대로 닮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걱정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주변에 보이는 것들, 들리는 것들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나 닮아라! 나 닮아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학행일치(學行一致), 지행일치(知行一致).


배운 대로 행하고, 아는 대로 행한다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실천은 무척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래서 선종의 창시자인 달마대사도 “누구나 길은 안다. 다만 그 길을 실제로 걷는 이는 소수이다”라고 말했겠지요.


우리 어른들은 가르치려고 애씁니다. 정말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노력을 합니다. 오죽하면 교육열 세계 1위, 대학 진학률 세계 1위겠습니까? 물론 성적도 세계 최상위. 그러나 설명하고, 외우게 하는 가르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물어보면 다 압니다. 그런데 그대로 행하지를 않으니 걱정들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보여주기입니다. 이제부터는 아이들도 다 아는 내용 가르치려 하지 말고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보여주고, 부모님들이 보여주고, 사회가 모두 함께 보여주는 것입니다.


`일이 잘못되면 남의 탓이 아니고 내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란다'라는 것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사회 모두가 함께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험을 찾기보다는 칭찬거리를 찾으려는 긍정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들의 행동이 우리 아이들에게 `나 닮아라!' 하는 주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참 어려운 일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라면 해야 하고, 아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글 한 줄에서도 어른 된 책무성을 느껴야 합니다. 이런 사회가 진정 교육열 높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입시열, 진학열을 교육열로 착각하고 있는 우리 어른들의 생각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내 아이와 함께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멋진 세상을 선물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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