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이들 볼모로 언제까지 `누리 예산' 싸움할 건가 | ||
| 강원일보 2016-5-24 (화) 7면 | ||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민병희 교육감은 23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인건비 9개월분 126억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교육청을 방문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인건비를 지원해 달라는 김시성 도의장의 요청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월 누리과정 전액 추경 편성을 하는 곳에는 해당 교육청분 예비비 전액 지원, 일부라도 편성을 하는 곳에는 일부 지원을 검토하겠다던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미묘하다. 3개월분 이상 예산 편성이 아니면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도교육청과 도의회는 그동안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왔다. 그러나 더 이상의 소모적인 싸움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양 기관의 용단으로 파국을 면하게 됐다. 김시성 도의장은 지난 20일 민 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누리과정 예산은 도교육청이 편성하지 않는다면 결국 강제편성할 수밖에 없겠지만, 강제편성은 도의회 차원에서도 부담이고, 교육청이 거부하면 의미도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양 기관의 기싸움은 아무 의미 없다는 이 말에 민 교육감은 전향적으로 동의했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학부모와 교사, 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에 이런 판단도 가능했을 것이다.
도의회와 도교육청이 머리를 맞대 어렵게 찾아낸 해법을 정부가 외면하는 모양새는 곤란하다. 누리과정의 지루한 공방은 이제 끝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의회와 도교육청처럼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 누리과정 공방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 시·도교육청이 함께 민심을 읽고 해법 제시에 동참해야 한다. 이런 식의 처방은 근본적 해법과는 거리가 먼 땜질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응급처치 수준인 셈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이처럼 파행이 계속된다면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리 없다.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옳다.
도의회와 도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누리과정 법령 정비를 정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정부나 시·도교육청 가운데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느냐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대로 점점 꼬여 파국을 맞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갈등도 이제 끝내야 할 때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가져야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싸움의 확실한 해법이 마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