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서
이희강
종일 내리던 비 그치고
능선에 걸린 석양이
그려 놓은 노을빛 강물
검은 새 떼 날아 오른다
구드래 나루 선착장에
해를 따라 돌던 해바라기
주홍빛 융단에 얼굴 묻고
곱게 분칠하고 있다
강둑 길섶에 촉촉이 젖은 풀잎
강바람에 빗물 털어 내고
강변을 수놓았던 노랑 꽃
가녀린 몸 추스리고 있다
산 그림자 물 속에 누인 채
곤하게 잠든 앞산 등불 켜지면
둥지 찾아 든 새들의 재잘대는 소리
풀벌레 함성에 묻혀 창공을 찌른다
하늘의 뭇별들 지상으로 내려와
강마을에 깃든 어둠 사르고
일제히 켜진 가로등 아래
소슬바람 스치고 지나가면
풀 섶에 엎드린 가을이
머뭇거리고 있는 여름 밀어내고
강둑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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