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일반 공지판

권형중 열국지 284

작성자김상규|작성시간21.10.22|조회수236 목록 댓글 0

[列國誌] 284

■1부 황하의 영웅 (284)

제5권 해는 뜨고 해는 지고,

제35장 중이(重耳)의 귀국 (1)


마침내 진(晉)공자 중이(重耳) 일행은 진(秦)의 수도 옹성(雍城)에 당도했다.

중이(重耳)를 비롯한 그 가신들은 옹성(雍城)을 보자 마치 고국에 돌아오기라도 한 듯 기쁨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그들은 뜻밖의 비보를 접했다.

- 호돌(狐突) 어르신께서 참수당하셨습니다!

호돌이라면 호모, 호언형제의 부친이다.

물론 중이(重耳)에게는 외조부가 된다.

어릴 적부터 그를 키워주다시피 했다.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청년 시절의 중이에게 호돌어른은 올려다보기 조차 힘든 거목(巨木)이요, 이상(理想)이었다.

비보를 접하는 순간 중이(重耳)는 통곡했다.

호모(狐毛), 호언(狐偃) 형제도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비열한 놈!“

세자 어(圉), 즉 새로 군위에 오른 진회공(晉懷公)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불길처럼 일었다.

조쇠(趙衰)가 그런 호언(狐偃)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위로한다.

"한 번 세상을 떠난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소.

슬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본국으로 돌아갈 것인가를 의논해야 할 것이오.

그것만이 호돌(狐突) 어르신을 위한 길이외다."

호모(狐毛), 호언(狐偃) 형제는 눈물을 거두었다.

중이(重耳)도 슬픔을 가라앉히고 호모, 호언을 위로했다.

"두 분 외숙께서는 너무 상심치 마시오.

내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날, 그대들의 원수를 꼭 갚아주겠소."

진목공(秦穆公)은 중이(重耳) 일행이 당도했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기뻐했다.

그는 공손지를 시켜 공관을 내주는 한편, 궁중에다 큰 잔치자리를 마련했다.

초성왕에게서 받은 환대에 못지 않았다.

진목공의 부인은 목희(穆姬)다.

목희(穆姬)는 진(晉)나라 세자였던 신생(申生)의 친누이동생.

신생과 중이는 비록 이복이지만 중이에게도 누이가 된다.

신생(申生)과 중이(重耳)는 유별나게 가까웠다.

그 어린 시절의 정을 어찌 목희가 잊었겠는가.

목희(穆姬)는 눈물까지 뿌리며 중이(重耳)를 극진히 대접했다.

"공자께서는 이제 아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미 진혜공과 그 아들 어(圉)로부터 배신을 당한 바 있었기에 목희(穆姬)의 중이에 대한 애정은 더욱 각별했다.

"회영(懷贏)을 중이(重耳) 공자에게 내주고 싶습니다.“

목희는 진목공을 찾아가 졸랐다.

회영(懷贏)이라면 옹성(雍城)에서 인질 생활을 하던 진회공(晉懷公) 어(圉)의 아내였던 진목공(秦穆公)의 딸이 아닌가.

진회공이 진(晉)으로 탈출하는 바람에 홀몸이 된 비극의 여인.

가슴에 상처를 입었으리라.

"그것 참 좋은 생각이오.“

진목공(秦穆公)은 목희(穆姬)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깊었다.

"당신이 한번 그 아이를 설득해보시오.“

그 날 저녁,

목희는 딸 회영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조용히 입을 열었다.

"중이(重耳)공자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

회영(懷贏)은 어머니 목희(穆姬)의 말뜻을 금방 알아들었다.

"저는 이미 진(晉)나라 세자에게 몸을 맡겼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 또 다른 사람에게 몸을 의탁할 수 있겠습니까?“

목희(穆姬)는 안타까운 눈길로 회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圉)는 결코 너를 불러들이지 않을 것이다.

너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겠지만, 중이 공자는 어진 사람이다.

그는 반드시 진(晉)나라 임금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는 진나라 임금의 정부인이 되는 것이며, 진(秦)과 진(晉)은 대대로 친하게 지낼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정략 결혼이요, 달리 생각하면 과부가 된 딸을 위한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정이기도 했다.

회영(懷贏)은 영특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목희(穆姬)의 눈동자에서 그 두 가지를 모두 읽었다.

잠시 맑은 눈을 허공에 두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머님께서 진실로 그러하시다면.... 어찌 제가 이 한 몸을 아끼겠습니까?“

며칠 후, 중이가 머물고 있는 공관에 다섯 명의 여인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진목공이 중이를 위해 내준 공녀(公女)들 이었다.

중이(重耳)는 당혹해했다.

'무슨 뜻인가?'

공녀들을 내려놓고 돌아가는 공손지(公孫枝)가 웃음을 숨기며 암시의 말을 던졌다.

"우리 주공의 선물입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심부름이나 시키십시오.“

그러나 시녀로 부리기에는 신분이 너무 높았다.

공녀라면 공실(公室)의 여인들, 즉 진목공(秦穆公)의 피가 흐르는 딸들이 아닌가.

진(秦)은 오랫동안 융족(戎族) 사이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융족의 관습이 많이 남아 있다.

귀한 손님에게 높은 신분의 여인을 내주는 것도 그런 것중의 하나다.

진(晉)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관습.

'곤란하군.‘

중이(重耳)는 고민스러웠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날부터 그는 다섯 공녀의 시중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다섯 공녀 중에 목희(穆姬)의 딸인 회영(懷贏)도 끼어 있었다.

공녀라고는 했지만 그녀는 정부인의 딸,

후궁 소생의 공녀와 같은 신분일 수가 없었다.

실제로 진목공이 중이를 위해 내준 딸은 회영이다.

다만, 회영(懷贏)의 과거가 마음에 걸려 이런 식으로 중이(重耳)에게 접근시킨 것뿐이었다.

그런데 진공자 중이(重耳)는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회영(懷贏)을 다른 후궁 소생의 공녀들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잠자리를 함께하자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것이 회영(懷贏)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목희(穆姬)가 암시한 정략적인 면만 없었더라도 그녀는 벌써 공관을 뛰쳐나갔을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이(重耳)는 손을 씻기 위해 시녀를 불러 물을 떠오게 했다.

마침 다른 공녀들은 밖에 나가고 없었고, 회영(懷贏)만이 그곳에 있었다.

회영은 손대야에다 물을 담아 중이에게 바쳤다.

"................!"

회영은 진목공의 부인인 목희의 딸.

중이(重耳)에게는 조카딸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불편했으나 모른 척 대야를 받아 손을 씻었다.

수건을 찾았으나 수건이 없었다.

다른 시녀 같았으면 얼른 수건을 가져왔겠으나, 회영 역시 남의 시중만 받아왔을 뿐 남을 시중해준 적은 별로 없었다.

눈치를 채지 못하고 그냥 옆에 서 있기만 했다.

중이(重耳)는 차마 회영(懷贏)에게 수건을 가져오라는 말을 하지 못해 그냥 손을 흔들어 물을 털어냈다.

그런데 그만 그 물방울들이 회영의 얼굴에 튀고 말았다.

그 순간, 회영(懷贏)은 그간에 쌓였던 불만이 모두 터지고 말았다.

눈꼬리를 날카롭게 치켜뜨며 중이(重耳)를 향해 소리쳤다.

"진(秦)과 진(晉)은 둘 다 천승의 나라.

공자께서는 나를 이리 업신여겨도 되는 겁니까?"

"우리 두 사람은 모두 대등한 나라의 공자, 공녀인데 그대는 어찌하여 나를 존중하여 대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모욕을 주는 것인가요."

이렇게 따지고 든 것이었다.

이것을 보면 회영(懷贏)은 여간 당찬 여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중이(重耳)는 순간 자신의 실수를 직감했다.

얼른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미안하게 되었소. 본의가 아니니 이해해주시오.“

이러한 중이의 사과에 회영은 더욱 화가 났다.

"공자는 나를 시녀 취급하였소. 아버님께 모두 말씀드리겠소.“

회영은 이 말을 남기고 찬바람이 날 정도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사실 중이(重耳)는 진목공과 목희가 자신에게 회영을 비롯한 다섯 공녀를 내준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차마 회영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일 수가 없었다.

한 번 혼인했던 전력 때문이 아니었다.

문제는 조카인 진회공(晉懷公)의 아내였다는 점 때문이었다.

'조카의 처를 아내로 맞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회영(懷贏)을 다른 공녀들과 똑같이 취급해왔던 것이다.

그것이 마침내는 사단을 일으키고 말았다.

'일이 꼬여도 묘하게 꼬였군.‘

중이(重耳)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니다 다를까.

그날 저녁 진목공(秦穆公)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 조용히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소이다.

중이(重耳)는 진목공을 대하자마자 사과의 말부터 올렸다.

"송구스럽습니다.“

진목공(秦穆公)은 염려했던 것과 달리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오히려 과인이 실수를 한 듯싶소. 사실 회영은 내가 가장 아끼는 딸이지요."

'중이(重耳)와의 혼담을 추진하고 싶었으나, 회영의 전력이 마음에 걸려 드러내놓고 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회적인 방법을 쓴 것인데. 이런 소란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미안한 것은 오히려 이쪽이다.'

이런 내용의 말을 진목공(秦穆公)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궁을 나오는 중이(重耳)는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청혼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는 회영(懷贏)과의 문제가 아니라 진목공(秦穆公)과 자신과의 문제가 되었다.

'오히려 혹을 붙인 꼴이구나.‘

어떠한 식으로든 답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