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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중 열국지 595

작성자김상규|작성시간22.09.14|조회수120 목록 댓글 0

[列國誌] 595

■ 2부 장강의 영웅들 (251)

제10권 오월춘추

제 33장 오월춘추(吳越春秋) (1)


다음날이었다.
오자서(伍子胥)는 요이(要離)와 함께 왕궁으로 들어가 조례에 참석했다. 그는 문무백관이 보는 앞에서 요이를 천거했다.

"왕께서는 요이(要離)를 대장으로 삼아 즉시 초(楚)나라를 치십시오."

오왕 합려(闔閭)가 얼굴이 벌개지며 꾸짖듯 대답했다.

"요이는 천한 신분일 뿐 아니라 힘도 어린애보다 못하오. 저런 위인을 어찌 우리 오(吳)나라 대장으로 삼을 수 있으리오. 천하의 웃음거리만 되오.

더욱이 과인은 이제 나라의 안정을 보게 되었소. 쓸데없이 군사를 일으키는 일은 당치 않소."

오자서(伍子胥)가 무안하여 물러서자 요이(要離)가 대신 나서서 입을 열었다.

"어질지 못하구나, 왕이시여!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 평가하니 장차 오(吳)나라가 어떤 길을 걸을지 보지 않아도 알겠습니다.

또한 오자서는 왕을 위해 전왕을 죽이는 공을 세웠건만, 왕께서는 어찌하여 오자서의 원수를 갚아줄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까?"

간언이라기 보다는 비방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순간, 요이(要離)를 바라보는 백관들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오왕 합려의 성질로 보아서 이 자리에서 살아나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왕 합려(闔閭)의 입에서 불 같은 명이 떨어졌다.

"저놈이 무슨 말을 하는게냐? 이는 국가 대사이거늘 천민이 어찌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감히 나를 꾸짖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저자를 뜰 아래로 끌어내려 오른팔을 끊고 옥에 가둬라. 또한 저자의 계집과 자식까지 다 잡아 가둬라."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사들이 달려들어 요이(要離)를 끌어냈다.
왕이 보는 앞에서 오른팔을 끊고 옥에 처넣었다. 그의 가족들도 모두 잡아 가두었다. 그것을 보고 오자서(伍子胥)는 탄식하며 궁에서 물러났다.

며칠 후였다.
오자서는 비밀리에 옥리(獄吏)를 불러 요이(要離)를 너무 엄하게 감시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옥리는 오자서가 시키는 대로 족쇄를 풀고 감시를 소홀히 했다.

어느 날 밤이었다.
요이(要離)는 탈옥하여 오성(吳城) 밖으로 달아났다. 오왕 합려(闔閭)는 요이가 탈옥했다는 보고를 받고 더욱 격노했다.

- 그 가족을 모두 죽여라!

마침내 요이의 아내와 자식들은 거리로 끌려나가 수많은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화형(火刑)을 당했다. 물론 이는 오왕 합려와 오자서, 요이가 사전에 꾸민 일이었다.

후세에 한 사관이 혀를 차며 이 일을 논평한 것이 있다.

한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을 수 있을지라도 어진 사람이라면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할 짓이다. 그런데도 죄 없는 사람의 아내와 자식을 죽이면서까지 계책을 썼으니, 천하에 합려(闔閭)보다 잔인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요이(要離)도 그러하다.
오왕에게 특별한 은혜를 입은 일도 없는데, 오로지 용협(勇俠)하다는 이름을 얻기 위해 자기 몸과 집안을 버렸으니, 이런 자를 어찌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사마천(司馬遷)이 요이를 <자객열전>의 인물로 선정하지 않은 까닭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탈옥한 요이(要離)는 달아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원통한 사정을 호소했다. 낮에는 숨고 밤에 길을 감으로써 그는 겨우 공자 경기(慶忌)가 머물러 있는 예성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경기는 그 곳에 없었다.

- 심복 부하들을 데리고 위(衛)나라로 들어갔소이다.

요이(要離)는 다시 길을 떠나 위나라로 향했다. 여러 달을 찾아 헤맨 끝에 마침내 공자 경기가 거처하는 곳을 찾았다.

그러나 경기(慶忌)는 요이가 오나라 사람임을 알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오왕 합려가 보낸 자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요이(要離)는 몇날 며칠을 조른 끝에 경기(慶忌)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는 대뜸 자신의 웃옷을 벗어 보였다. 오른팔이 잘려나가고 없었다.

그제야 경기(慶忌)는 요이(要離)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오왕이 네 아내와 자식을 죽이고 팔까지 끊었는데, 너는 무슨 까닭으로 나를 찾아왔느냐?"

요이(要離)가 눈물을 떨구며 대답했다.

"저는 오왕이 공자의 아버지인 요왕(僚王)을 죽이고 왕위를 빼앗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듣건대, 공자께서는 여러나라 제후와 손을 잡고 장차 부왕의 원수를 갚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제가 죽지 못한 몸을 이끌고 멀리 여기까지 온 것은 공자를 도와 저 또한 원수를 갚고자 함입니다."

"네가 나를 어떻게 돕겠다는 것이냐?"

"공자가 망명하신 이후 오(吳)나라는 많이 변했습니다. 저는 지금의 오나라 정세를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공자께서 이 몸을 받아주신다면 저는 공자를 모시고 오나라로 쳐들어가 그곳의 약점을 일일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공자께서는 부왕의 원수를 갚고 왕위에 오르실 것이며, 저 또한 이 원한을 설치(雪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럴듯한 말이었으나 오왕 합려의 음흉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경기(慶忌)는 요이를 신임하지 않았다. 심복 부하를 풀어 요이의 내력에 대해 알아오게 했다. 심복 부하는 오(吳)나라로 잠입하여 요이의 행적을 조사했다.

모든 것이 요이가 말한 대로였다.
부하는 돌아와서 경기에게 보고했다.

"요이(要離)의 아내와 자식이 화형을 당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제야 경기(慶忌)는 의심을 버리고 요이를 믿었다.

그를 불러 물었다.

"내가 듣기로, 오왕은 오자서(伍子胥)와 백비(伯嚭)를 모사로 삼아 군사를 조련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 우리의 병력은 너무 미약하다. 장차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들을 깨고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인가?"

요이(要離)가 대답했다.

"백비(伯嚭)는 용렬한 자입니다. 전혀 두려워할 존재가 아닙니다.

다만, 오자서(伍子胥)는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영걸입니다. 그만 조심하면 되는데, 하늘이 도우사 지금 오자서와 오왕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틈을 이용해야 합니다."

순간, 경기(慶忌)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좌우 무사를 향해 불을 뿜듯 호령했다.

"이놈은 자객이다. 당장 끌어내어 목을 베어라!"

무사들이 벼락같이 달려들어 요이를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요이(要離)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없이 태연하게 물었다.

"공자께서는 어찌하여 저를 죽이라 명하십니까?"

경기(慶忌)가 격노한 어조로 대답했다.

"오자서와 오왕이 한뜻이 되어 서로 돕고 있음은 천하가 다 아는 일다. 그런데 네놈은 방금 오자서와 오왕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네놈이 오왕의 밀명을 받고 나를 죽이러 온 자객이라는 증거다. 이래도 할말이 있느냐?"

"하하하!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아도 한참 잘못 보았구나. 내가 가족을 잃고도 죽지 않고 살아온 것은 오로지 그대의 영명함에 의지하고자 함이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이처럼 청맹과니일 줄이야. 아야, 처자식의 원수를 갚지 못하고 죽는 것이 원통할 뿐이로다."

요이(要離)의 갑작스런 웃음소리에 경기(慶忌)는 어리둥절했다.

"이놈, 내가 청맹과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그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니, 그게 눈뜬 장님의 소행이 아니고 무엇이오?

오자서(伍子胥)가 합려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인 것은 오로지 오나라 군대를 빌려 초(楚)나라를 무찌르고 그 부형(父兄)의 원수를 갚겠다는 일념에서 였소."

"그런데 그 뒤 사정은 어떻게 변했소? 초평왕(楚平王)도 죽었고, 비무극(費無極)도 죽었소. 합려(闔閭)는 왕위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면서도 오자서의 원수를 갚아줄 생각은 눈곱만큼 하지 않고 있소. 이번에 내가 오른팔이 잘리고 처자를 잃은 이유가 무엇인지 아오? 바로 내가 오자서를 위해 바른소리를 했다가 합려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오."

"...................."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오자서(伍子胥)가 합려를 위해 힘을 쏟는다고 생각하오? 그는 지금 마음속 깊이 합려(闔閭)를 원망하고 있소. 내가 이번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오자서가 뒤에서 돌봐주었기 때문이오."

"내가 도망올 때 오자서(伍子胥)는 내게 이런 말까지 하였소. '그대는 가서 공자 경기(慶忌)의 뜻을 잘 살피라. 만일 공자가 오자서의 원수만 갚아주겠다면, 나는 국내에서 공자와 내응하고 지난날 요왕(僚王)을 죽이는데 공모했던 죄를 씻을 작정이오.'

이야말로 그대의 원수를 갚고, 나의 원수를 갚고, 오자서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오."

"그런데 뭐라고? 내가 그대를 죽이러 온 자객이라고? 참으로 가당치도 않소. 자, 어서 죽이시오. 어차피 원수를 갚지 못할 바에야 죽는 것이 낫소. 만일 그대가 나를 죽이지 않겠다면,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겠소."

요이(要離)는 말을 마치자 별안간 기둥을 향해 머리를 들이박았다.

쿵, 소리가 일며 요이(要離)가 나동그라졌다.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 기둥을 향해 돌진했다. 그제야 경기(慶忌)는 자신의 의심이 지나쳤음을 깨달았다. 재빨리 그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소. 잠시 그대를 시험해본 것뿐이오. 결코 본심이 아니니, 그대는 너무 섭섭하게 여기지 마오."

요이(要離)는 못 이기는 체 다시 경기 앞에 서서 말했다.

"공자께서 제 말을 믿으신다면 속히 결사대를 이끌고 오(吳)나라로 쳐들어가십시오.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습니다. 만일 오왕이 후회하고 오자서(伍子胥)를 다시 신임한다면 공자와 저는 평생 원수를 갚지 못합니다."

"알겠소. 그대가 시키는 대로 하리다."


🎓 다음에 계속..........
< 출처 - 평설열국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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