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무드 Talmud 77회
♥ 잡초나 녹(綠)도 도움이 되는 것
아무리 하잘것 없는 것이라 해도 도움이 되는 수가 있다. 밭에서 한 농부가 허리를 구부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잡초를 뽑고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잡초만 없다면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되고 밭도 깨끗할 텐데, 어째서 하나님은 이와 같은 잡초를 만들어 냈을까?"
농부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미 뜰의 한쪽 구석에 뽑혀진 잡초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지긋지긋한 존재라고 말하는데 그건 그렇지가 않답니다. 우리는 사실 매우 유익한 존재지요. 우리는 진흙탕 속으로 뿌리를 뻗음으로써 흙을 갈아주고 있는데, 우리가 아예 없다면 아마도 흙을 우리만큼 잘 갈 수가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비가 내리면 진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막아주고, 건조할 때에는 바람에 모래나 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아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당신의 밭을 지켜온 것입니다. 만일 우리들이 없었다면 비가 흙을 씻어 내리고 바람이 흙을 날려서 당신이 무엇을 가꾸고자 해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농부는 이 말을 듣더니 허리를 펴고 얼굴의 땀을 씻으며 가볍게 웃었다. 그 이후로 그는 잡초를 소홀히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녹은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신은 날마다 창조 행위를 한다. 인간도 이 창조 행위에 참가하고 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우리들은 날마다 새로이 태어나고 있다. 지식에서 패션까지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세계는 창조 행위가 시시각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창조적인 역할에 녹도 참여하고 있다.
<창조를 위해서는 낡은 것을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탄생이 있기 위해서는 언제나 낡은 것의 파괴라는 전제가 있다. 쇠의 녹은 오래된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이 탄생함을 의미한다.
만약 낡은 것이 파괴되어 없어지는 일이 없다면 세계는 낡은 것들로 가득 차 버릴 것이다.
인간에게도 나타나는 녹과 똑같은 현상은, 예컨대 기억이 희미해지는 경우이다. 우리들은 오래 전에 이루어진 일들은 대개 잊어 버리기 때문에 모든 과거의 기억을 모두 간직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에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쇠퇴해진다고 하는데, 그것은 신이 나이든 사람에게 안락을 주기 위해 기억력을 약화시키고 부드러운 것만을 받아들이도록 하셨음에 틀림없다. 사람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은 감사를 받을 때이다. <무슨 일에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커다란 활력이 된다.>
만사는 바람직한 면과 그렇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러나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무언가 도움이 되는 요소가 종종 발견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항상 도움이 되는것이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겸허한 태도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마음이 겸허해지면 외부 세계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이제까지 상대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사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농부에게 말을 걸어온 잡초와 같이 상대방이 먼저 당신에게 접근해 올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상인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겸손한 상인은 거만한 상인보다도 고객이 많을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무조건 굽신거리거나 비굴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겸허함은 긍지라고 하는 샘으로부터 솟아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순간 상대가 나에게 해를 주는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과감하게 잘라 버려야 한다.
관용에는 한정이 없어도, 시간에는 끝이 있다. 겸허함과 관용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전통을 중시하는 마음
오늘날의 세계에서 진정한 의미로서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드물다. 게다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광부의 파업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다시 말해서 사회의 깊숙한 곳까지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있는 나라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이다.
굳이 꼽아보자면 영국·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스위스· 캐나다· 이스라엘 등이다. 서독·프랑스·이탈리아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나 쿠데타나 폭력에 의한 정권교체도 가능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이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공통점은 바로 그들 국가가 오랜 전통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미국·네덜란드 벨기에·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는 왕실을 존중하고 있으며, 스위스·미국·캐나다·이스라엘에서도 역사적 전통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히 전통을 중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한동안 일본의 와세다 대학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로부터 ‘오랜 전통과 민주주의는 화합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민주주의는 새로운 것이므로 날마다 새롭게 변해 가는 것인데, 오랜 전통은 도리어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 전 나는 골다 메이어의 자서전 《나의 생애》라는 책을 읽었다. 골다 메이어는 이스라엘의 여성 수상이다. 그녀는 젊은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는데, 노동운동의 선도자였다. 골다는 러시아 태생이지만 유대인인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1917년에 모리스 메이어 손이라는 사람과 밀워키에서 결혼을 했다. (이스라엘로 옮겨가서 히브리적 이름인 메이어로 개명했다).
"결혼 전에 나는 어머니와 끈질긴 협상을 해야 했다. 어머니와 나의 의견이 상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모리스와 나는 시청에 가서 결혼 신고만 하면 손님을 초청해서 피로연을 할 필요도 없고 또 다른 귀찮은 일도 없이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리스와 나는 사회주의자였다. 전통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행동을 속박할 수는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식이 그런 결혼을 하면 유대인 사회에 얼굴을 내놓고 다닐 면목이 없으며, 가정의 수치가 되어 더 이상 밀워키에서 살 수가 없게 된다고 완고하게 버티었다. 전통적인 의식에 따라 결혼해야 한다는 주장이셨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너희들에게 무슨 해가 되느냐고 어머니가 말했을 때, 모리스와 나는 15분 동안 '쥬파' (유대식 결혼에서의 신부를 위해 만들어진 천막) 아래서 식을 올린다 해도 손해가 될 것이 없다 하여 타협했다. 우리는 양쪽 친구들도 초대했다.
그리고 밀워키의 저명한 랍비 중 한 사람인 손펜트 씨가 주례를 맡아 주었다. 어머니는 살아 생전에 언제나 랍비 손펜트 씨가 주례를 보아주고 게다가 어머니가 만드신 케익이 맛있다고 말해준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즐거운 듯이 회상하시곤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날 어머니를 그토록 기쁘게 해주고 우리 뜻대로 시청에 가서 결혼 신고만 하고 끝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가를 생각해 보고 흐뭇해진다."
동양에는 이와 비슷한 전통과 관습을 가진 나라들이 많다. 멋있는 오래된 가옥과 가족주의, 그리고 독특한 경어를 쓰는 다양한 전통적인 관습을 고수한다. 관습을 지키는 것은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민주주의를 확고한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와는 달라서 사람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동양 자유국가의 텔레비전 토론을 보면 몇 사람의 참석자이든지 간에 제각기 독자적인 다른 의견을 표명한다. 즉 다원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 사회를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은 전통이라는 오랫동안의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고유한 전통을 중요시함으로써 사회가 공동의식>을 가지게 되고, 그 공통분모 위에 서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전통을 특별히 존중하는 것이다.
과거의 유산과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만이 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할 것이다.
유대인은 전통을 매우 중히 여김으로써 민족성을 유지해 왔다.
"전통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손을 이끌려 다니는 맹인과 같다."라고 탈무드는 말한다.
<편집: 강 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