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그리스도와의 연합
“곧 내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은.....”(요17:23).
죄인들에게 그리스도를 적용하시는 성령의 목적은 그리스도의 은택을 전달하시는 것입니다. 그 일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본문은 세 가지 형태의 연합을 말하고 있습니다. 성부와 그리스도와의 연합, 그리스도와 신자 간의 연합, 그리고 신자들 간의 연합이 그것입니다. 성부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아버지께서 내 안에’라는 표현에 나타납니다. 이 연합은 다른 두 연합의 기초가 되는 영광스러운 연합입니다. 성부와 성자의 성품과 속성이 동일하다는 본질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그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성부의 인격은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나고 계십니다(히1:8). 성부께서는 신인(神人)이신 그리스도 안에 계시면서 신성(神性)의 충만을 전달하시고 공급하시는 것입니다(골2:9).
‘내가 그들 안에’라는 표현은 그리스도와 성도들 간의 신비로운 연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성부와 성자 간의 연합이 본질적 연합인 것에 반해 그리스도와 성도 간의 연합은 신비로운 연합입니다. 그리스도와 성도의 연합은 성령의 교통하심으로 말미암습니다.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게 되게’라는 표현은 신자들 간의 연합을 의미합니다. 성령님의 내주하심으로 그리스도와 연합을 이루어 머리되신 주님의 영향 아래 살아가는 지체들인 신자들 간의 사랑스러운 연합을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다루어 볼 것은 두 번째로 묘사된 연합, 즉 그리스도와 신자들 사이의 연합 문제입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와 신자들 사이의 신비로운 연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곧 여러 나무 조각들을 아교로 접착하여 하나가 되게 하는 일, 가지를 접붙임으로 한 나무가 되게 하는 일, 혼인의 언약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한 몸을 이루게 되는 일, 머리와 지체가 하나의 몸이 되는 일들을 통해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는 그리스도와 신자 사이의 연합의 신비를 완전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하고 부족함을 서로 보완해 주는 원리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러한 예들은 그리스도와 우리 사이의 신비한 연합을 묘사하는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생명을 나누는 연합입니다. 그것은 곧 영혼의 연합을 의미합니다. “주와 합하는 자는 한 영이니라”(고전6:17).
사도는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는 말로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요일1:3). 사귐이란 단순한 만남의 차원을 넘어 공통적으로 가지는 관심에 참여하고 교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히브리서 3:14에서 “우리가.....그리스도와 함께 참여한 자가 되리라”함과 같이 말입니다. 시편45:7에는 ‘동료’라는 표현으로 성도를 그리스도의 동료들, 그리스도와 함께 한 동료들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을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령의 기름 부으심과 성령의 여러 은혜들을 누리는 그리스도의 동료들로 지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와 성도 간의 사귐은 필연적으로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전제로 합니다. 접붙임이 있어야만 접붙임을 받은 가지와 원나무가 서로 같은 생명 가운데 교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합이 없다면 교통이나 교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점은 그리스도의 의가 신자에게 전가됨으로 말미암아 신자가 의롭다하심을 받는다는 사실에서 더욱 분명히 나타납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3:24). 롬4:23-24, “그에게 의로 여겨졌다 기록된 것은 아브라함만 위한 것이 아니요 의로 여기심을 받을 우리도 위함이니 곧 예수 우리 주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를 믿는 자니라.” 이렇게 그리스도와의 연합 없이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전1:30, “너희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속함이 되셨으니”
신자는 그들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지체로 긴밀하게 연합되어 있습니다. 머리와 지체들은 한 몸입니다.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성도들과 함께 즐거워하시고 함께 고통을 느끼시는 이유입니다. 바울은 골로새서 1:24에서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스도는 중보자로서 임무를 완전하게 감당하셨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고난을 받을 필요가 없으십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는 여전히 고난을 받고 계십니다. 당신의 교회와 그 지체들이 고난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은 바로 지체들로 인한 고난을 가리킵니다. 이 역시도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와 신자들 사이의 연합은 마지막 날에 일으키심을 받는 성도들로부터 확실히 입증될 것입니다. 성도의 부활은 심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머리되시는 그리스도의 부활의 은택으로 말미암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의 은택이 신자들의 죽은 몸을 소생시킵니다. 그리스도와 연합됨 때문입니다.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시면 그리스도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이가 너희 안에 거하시는 그의 영으로 말미암아 너희 죽을 몸도 살리시리라”(롬8:11).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보편적인 국면에서 설명한다면, 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믿고 그 안에서 살도록 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통해 신자들이 그리스도께 친밀하게 결속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역사하심을 통해 우리가 영적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자기 속에 생명이 있음 같이 아들에게도 생명을 주어 그 속에 있게 하셨고”(요5:26).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을 얻으려면 먼저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에라야 가능하게 됩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 그리스도의 생명이 우리 안에서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요6:57). (여기서 ‘먹다’라는 말은 ‘믿음으로 나를 적용한다’는 뜻임)
성령님은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 접붙이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역사를 진행하십니다. 죽어가는 나무에서 가지를 잘라 내어 그것을 생명 있는 그루터기에 동여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접붙여진 가지인 우리가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생명의 진액을 공급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성도의 연합은 기발한 착상이나 관념 따위로 만들어낸 상상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실제로 존재하는 연합입니다.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요14:20). 그러나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사람이 하나님이나 그리스도와 동등한 위치로 변해 간다는 식의 본질적 연합으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우리를 하나의 본체가 되게 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인격을 그리스도의 인격에 가장 친밀하고 가깝게 결합시키는 연합은 정말 놀라운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실은 거대한 신비입니다. 신비로운 연합은 초자연적으로 하나님의 능력에 의해서 산출됩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그리스도의 특권과 위로를 근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전제가 됩니다. “다 너희의 것이요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요”(고전3:23). 우리가 바랄 수 있는 모든 소망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근거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매우 유효한 연합입니다. 우리의 영적 생명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보전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없이 우리에게 영적 생명은 전달될 수 없습니다(엡4:16).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없이 수많은 시험과 우리 속에 있는 부패의 요소들로부터 영적 생명을 지킬 수 없습니다. 우리가 생명의 진액이 있는 그리스도의 뿌리에 접붙여져 있는 한, 가지인 우리는 결코 말라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그 관계가 불가분해적(不可分解的)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어떠한 연합도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능가하지 못합니다. 죽음마저도 그리스도와 영혼 사이의 연합은 끊어내지 못합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롬8:35). 어떠한 장애물도 그 ‘신비로운 연합’을 해치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인간에게 주어질 수 있는 가장 높은 존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격의 두 번째 위격을 가지신 분과 우리가 연합을 이루다니요! 이것은 최고의 영예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부리시는 종의 신분도 과한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되었습니다. 무엇으로 이 놀라운 영광을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 몸의 지체이니라”(엡5:30). 이 사실이 얼마나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됩니까!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우리에게 견실한 위로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나의 주님이시고, 나는 주님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사람인데 그리스도께서 어찌 사랑하시는 당신 자신의 백성을 돌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주님이 나의 머리가 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의 지체의 안전과 안녕을 도모하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통해 열매를 맺는 것은 연합이 가지는 가장 직접적인 목적입니다. “그러므로 내 형제들아 너희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다른 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가서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라”(롬7:4). 우리가 그리스도께 접붙임 당하기 전에 무슨 열매를 맺었습니까? 우리가 맺었던 열매 중 하나님께 열납될 만한 것이 있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와 연합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떠한 선한 열매도 맺을 수 없습니다. 오직 그리스도께서만이 접붙임을 받은 모든 가지들로 하여금 좋은 열매를 맺게 하시는 뿌리가 되십니다(요15:8).
우리가 그리스도의 인격과 연합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즉시 그리스도께서 가지신 모든 부요에 참여하게 됩니다(고전1:30). 그렇습니다. 그리스도께서 가지신 모든 것이 다 우리의 것이 됩니다. 그리스도의 아버지(요20:17), 그리스도의 약속(고후1:20), 그리스도의 승리(롬8:28), 그리스도의 영광(요17:24),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와 연합으로 우리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성도의 연합은 결코 깨어지지 않습니다. 그 은혜를 입은 성도들은 그리스도로부터 결코 분리되지 않는 특권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불멸의 본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곤고한 영혼들에게 분명 적지 않은 위로를 줄 것입니다.
그리스도와의 이러한 강력하고도 친밀한 연합은 우리로 하여금 빈곤하고 궁핍한 처지에 있는 그리스도의 지체들을 채워주고 싶어하는 기꺼운 마음을 가지도록 합니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 그리스도께서는 빈곤하고 궁핍한 지체들과 당신이 하나라는 사실을 선언하심으로 그리스도께서는 형제들에게 하는 모든 것을 당신 자신에게 한 것으로 여기십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와 모든 교회의 지체들이 한 몸이라는 사실을. 그것을 깨달았다면 빈곤한 지체들을 돌아보지 않는 것으로 그리스도를 주리시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지체들을 살피는 것으로 주님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 보이십시오. 선한 열매를 맺는 일,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또한 크게 동정하시는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환난을 당하는 여러분과 같은 아픔을 겪으십니다. 친밀한 연합이 아니라면 그러한 예민한 동정심은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동정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은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히4:15). 신자들과의 신비한 연합 속에서 그들의 고통을 당신 자신의 것으로 여기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궁핍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계십니다. 그분은 결단코 우리를 버리지 아니하실 것입니다.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어떠한 불안감도 느낄만한 하등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께서 친히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심으로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고전15:20). 부활하신 그리스도로 인해 우리는 멸망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지체입니다. 지체의 어느 한 부분이 지옥에서 불에 타는 일을 그리스도께서 방관하실 것 같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죽음이 여러분의 몸과 영혼을 분리한다 할지라도 그리스도와 여러분 사이의 신비로운 연합은 결코 와해되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것으로 위로를 받으십시오.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1:21).
여러분은 진정 그리스도와 연합한 사람들입니까? 여러분에게서 그것을 증명하는 자연스러운 증거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까? 그리스도와 긴밀히 연합된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거룩’을 자신의 영혼에 전달 받은 자들입니다. 영혼에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와 진정으로 연합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접붙임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여러분의 삶 속에서 ‘죄 죽이기’를 실천하여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본받는 자들임을 증명해야만 합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긴밀히 연합하였다면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리스도를 존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합이 긴밀할수록 그리스도에 대한 애정은 더 강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지체라면 그리스도의 명령에 복종할 기꺼운 마음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지체라면 지체로서 행해야 할 마땅한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영적인 의무를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감사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은 하나님을 소유하게 된 사람들이 아닙니까! 여러분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그분이 가지신 모든 부요함과 은택을 소유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기꺼운 마음으로 그리스도께 영광을 돌리십시오. 그리스도를 더욱 존귀케 하려는 열심을 가지십시오. 이보다 놀랍고 위대한 일이 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