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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시 감상

낙화/조지훈

작성자박수호|작성시간26.06.05|조회수80 목록 댓글 0

낙화/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시 읽기>  낙화/조지훈

 

아형기의 낙화와 조지훈의 낙화중에서 어느 시가 더 아름다운지를 견주는 것은 부질없다. 둘 다 마음에 새기고 싶은 시편들이다. 태어난 것은 죽고, 피어난 것은 진다는 것, 그것이 우주에 작동하는 순리다. ‘낙화를 노래하는 시편들이 내심 일러주는 것은 태어나 죽고 덧없이 지는 것의 덧없음과 슬픔이다.

 

조지훈의 낙화는 꽃 지는 저녁의 서글픔을 노래한다. 이 시의 화자는 산골 같은 데서 고적하게 묻혀서 사는 이임이 분명할 테다. 혼자 사는 이의 고독이나 슬픔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 꽃 지는 그림자가 뜰에 어리거나 창호지로 마감한 미닫이가 노을빛을 받아 우련 붉어지는 광경도 혼자 사는 이의 안복일 테다. “꽃이 지기로서니/바람을 탓하랴라는 첫 연에서 이미 마음을 흔든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은 자연의 순환일 뿐이다. 바람 때문에 꽃이 피고 지는 일은 자연의 순환일 뿐이다. 바람 때문에 꽃이 지는 건 어떤 인과성이 작동한 탓이 아니라 그저 우연이 겹쳐 일어난 사건일 뿐이다.

장석주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포레스트북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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