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시 읽기> 엄마야 누나야/김소월
2000년대 초, 한 시 전문 계간지가 시인과 평론가 100명에게 20세기에 활동한 위대한 시인 열 명을 선정해달라는 설문을 냈다. 시인들이 가장 많이 꼽은 드높은 시적 성취를 이룬 시인은 김소월이다. 소월은 드높은 시적 성취를 이룬 시인은 김소월이다. 소월은 민중의 한과 슬픔으로 덧난 상처를 보듬은 민족 시인이고, 우리 서정시의 산맥에서 우뚝 솟은 큰 봉우리다. 1926년에 초판이 나온 이래 『진달래꽃』은 여러 출판사에서 숱한 판본으로 출판되었다. 판매 부수가 공식 집계된 적은 없지만 이 땅의 영원한 베스트셀러일 게 분명하다.
「엄마야 누나야」의 화자는 소년이다. 순진무구한 소년은 강변에서 단란한 꿈을 꾸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에 따르면 그곳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고 목가적인 환경일 테다. “엄마나 누나야”라고, 소년은 그 목가적 삶에 엄마와 누나를 콕 집어 초대한다. 왜 아버지와 형이 아니었을까? 평론가 이어령은 ‘남성과 문명’ ‘여성과 자연’의 대립이 이 시의 골격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강변 살자”라는 소년의 소망에는 “여성 공간의 희망적 메시지 속에 ‘강변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남성 공간의 절망적 언어가 깔려 있다”고 해석한다. 내 해석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빠와 형보다는 엄마와 누나가 심정적으로 더 가깝고 다정한 존재로 다가왔을 테다. 소년이 엄격한 위계 관계에 있는 부성보다 너그러운 모성에 이끌리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그 꿈은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그토록 수려한 풍경을 거느린 장소라면 잇속에 밝은 부동산 업자들이 그냥 놔두었을 리가 없다.
―장석주,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포레스트북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