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조운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시 읽기> 석류/조운
조운은 1900년 7월 22일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목포고등상업학교를 졸업하고 3·1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는 청년들과 청년회와 영농회를 결성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수배당하자 추적을 피해 만주와 시베리아 등지를 떠돌았다. 1922년 고향으로 돌아와 영광중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1947년에 펴낸 『조운시조집』엔 107수 76편의 시가 실려 있다. 1949년 가족 동반해 월북한 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시조 작가로 활동하며 대학교수를 지냈다. 시인이 월북한 뒤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 딱히 밝혀진 바가 없다.
사랑하는 이의 정념을 홍보석 같은 속을 내비치는 석류로 등치시킨 정형시 「석류」는 조운 시인의 역작이다. 초장에서는 제 용모의 투박함을 고백하는데, 그것은 용모의 국한하는 게 아니다. 아마도 임의 섬세함과 견줘지는 자기 자아의 투박함이기도 할 테다. 중장에서는 누군가를 연모하는 마음을 파열하듯이 드러낸다. 사랑은 감출 수가 없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불꽃이자 제 깊은 속내에서 “알알이 붉은 뜻”에 수렴되어 세계에 그 실체를 드러낸다. 이 시의 빛나는 대목은 종장이다. “보소라 임아 보소라/빠개 젖힌/이 가슴.”은 다시 읽어도 절창이다. 가슴을 “빠개 젖히는 아픔을 감내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랑인가?
―장석주,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포레스트북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