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청 물장수/김동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밝고 와서
머리밭에 찬물을 쏴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시 읽기> 북청 물장수/김동환
김동환은 1901년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시인이다. 1921년 일본 도쿄 도요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했다. 1923년 관공대지진 때 대학교를 중퇴하고 돌아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했다. 그 뒤 종합 월간지 《삼천리》와 문학지 《삼천리문학》을 꾸리며 북방적 정서가 도드라진 시를 썼다. 장편 서사시집 『북경의 밤』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으나 해방 뒤 친일 부역 혐의로 반민 특위에 주요 피고인으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의해 납북되었다가 1958년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청물장수」를 처음 읽은 것은 시가 뭔지도 모른 채 시를 끼적이던 시절이다. 북청北靑이 어느 지역에 붙어 있는지조차도 몰랐다. 하지만 그 모름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어린 시절의 무지는 앎에 견줘 조금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다. 시의 내용이 단조롭다. 북청물장수, 북청물장수, 북청물장수, 하고 중얼거리면 저 먼 곳에서 북청 물장수가 달려올 듯하다. 물장수는 새벽마다 꿈길을 밝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퍼붓고는 사라진다. 그런 까닭에 화자의 꿈은 늘 물에 젖는다. 꿈이 물에 젖는다는 발상이 동화같이 천진해서 그토록 끌렸나 보다.
―장석주,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포레스트북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