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녹지 못한 눈
조용수
눈이 녹았어야 할 시기인데
등산로 모퉁이에 한 줌의 눈이 있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온통 세상 먼지는 다 뒤집어쓰고 있다
산짐승의 털이며 똥, 새의 깃털
거기에 깊은 속까지 파고든 솔 바늘
인간이 털고 간 찌든 때까지 쓸어 안고
깜둥이가 되어 바르르 떨고 있다
갈 때 가지 못하고
세상 우환을 다 받아들여야 하는
처량한 눈
그것이 비우지 못하는 최후의 결과라면
차마 마음을 비우지 못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속도 분명 검을 것이다
내 속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어떤 빛깔인지는 분명 하지 않지만
하얀 빛깔은 아니었다
내려오는 길 눈 위에
커다란 갈참나무 잎을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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