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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꽃(-적(滴)8)/김신용

작성자박수호|작성시간26.06.22|조회수13 목록 댓글 0

비꽃/김신용

-()8

 

 

 

물방울도 꽃을 피운다

비꽃이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혔을 때,

문득 손등에 떨어졌을 때

거기 맺히는 물의 꽃잎들

무채색 비꽃을 보는 눈은 탄성으로 물든다

비꽃이 우리에게 건네주는

꽃 한 송이다

오늘, 이 꽃을 누구에게 건네줄까?

상상하는 순간의

이 번짐을

 

 

 

 

<시 읽기> 비꽃(-()8)/김신용

 

()은 물방울이라는 뜻이다. 번호가 붙어있다는 것은 물방울에 대한 연작시를 의미한다. 시인 김신용은 프랑스의 소설가 장 주네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는 무학이며 감옥을 무시로 드나들던 부랑아였고 어두운 과거를 가진 시인이다. 그는 문학을 감옥 안에서 읽은 방대한 책으로 독학했다. 어느 시인이든 자신의 삶이 자기시의 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 김신용은 비교적 긴 시를 주로 쓴다. 통찰과 현상에 대한 표현을 적확하게 쓰는 시인이다.

 

오늘 읽는 물방을 연작시 8번은 몇 편 되지 않는 그의 짧은 시다. 무심한 듯 번지는 물방울을 꽃이라고 상상하는 안목은, 수없는 일을 겪으며 마음 속 탄성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채색의 비꽃을 누구에게 건네주는 상상은 무한한 마음이다. 시간과 공간 속의 유한적 현상을 무한성으로 바꾸는 일, 아마도 시는 그런 힘이 있는 게 아닐까.

 

지독한 삶 속의 한 인간을 비로소 시인으로 길러낸 힘, 김신용의 시 속에서 종종 그런 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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