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방 안의 공기는 유독 묵직했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휴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서 출근하고 있을 때
ㅇㅇ님 휴일이라서 차가 잘 빠지니 국밥 한 그릇씩 먹고 갈게요.
시간 되시면 들리세요.
역곡에서 출발하는 일꾼 (양중, 분해, 조립) 팀장이었다.
마다할 필요가 없었다.
국밥집을 지나치지 않았고 좋아하는 국물이 있는 국밥이라니 ~
새벽 공기를 뚫고 도착한 국밥집의 유리문은 하얗게 김이 서려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육수 냄새와 이물질 없는 파란 형광등
불빛이 쏟아졌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새벽 풍경은 나와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식탁에 앉아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국밥을 숟가락으로
뒤적이며 나는 주변의 풍경을 돌아보았다.
식탁 위에 놓여진 소주병을 보니 밤새 술을 마신 듯한 젊은이들의 모습
내 시선이 멈춘 곳은
밤샘 노동이나 기나긴 밤을 마친 듯 사내들이 낡은 점퍼를 입은 채 묵묵히
국밥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의 등은 가구처럼 뭉툭하게 굽어 있었고
시선은 오직 뚝배기 안의 국물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에게는 그 어떤 소음도 과장된 몸짓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밤을 마친 자의 굽은 등과 이제 막 아침을 시작하려는 자의 뻣뻣한
어깨가 식탁 하나를 여백으로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 풍경은 하나의
기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에 멈춰 있거나 무기력해 보일지 몰라도
낮은 위치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흔들림 없는 고요를 누리는
중인지도 모른다.
창밖을 보니 어둠이 걷히는 속도보다 뚝배기 안의 국밥이
식어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밥집의 푸르스름한 형광등 아래에서 소리 내어 웃는
젊은이의 활기도 고개를 숙인 노동자의 고단함도
그리고
원인 모를 짓눌려 있던 나의 무거움도 모두 공평하게 창백했다.
그것은 어떤 우열이나 우울 대신 각기 다른 존재가 가진
물리적인 차이로 다가왔다.
식사를 마치고 수저를 내려놓았을 때 국밥집 안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마다 다른 시간의 속도로 살아가던 이들이 국밥 한 그릇
이라는 최소한의 명분을 두고 잠시 한 공간에서의 시간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섬으로 가기 위해 새벽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한참을
이들이 물러간 자리를 보며
저마다 다른 모양이었지만, 세상이 흔들려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들이 아닐런지 떠올려 봅니다.
다음에는 퇴근길에 와보자 ....
밖에서
ㅇ ㅇ 님! 안가세요?
밖으로 나왔을 때 도시는 여전히 조용했으나, 하늘은 조금씩 푸른빛이 번저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