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에 마지막 코스인 12코스 과수원길을 시청에서 출발해 걷습니다. 중간에 무봉산 둘레길과 원균길은 아직 걷지 않았고 산성길은 실패했지만 일단 오늘 과수원길을 걸으면 평택섶길따라 평택을 외곽으로 한바퀴 모든 도는 셈이니 처음 목적했던 바는 이루게 될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에 길을 걷겠다는 분이 있으시면 참여해서 걷겠습니다만 올해의 걷기 목표는 달성한 셈이 되겠네요.
잠시후 9시에 출발합니다. ^^
과수원길을 저는 시청기점으로 거꾸로 갔습니다. 그래서
시청광장 - 배다리 저수지 - 기남방송 - 월곡동 마을회관 - 원곡초등학교 - 팔용산 - 원균장균묘
순서로 이동했습니다.
우선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역시 관리가 되는 길은 걷기가 편하고 또 걷고 싶어진다는 겁니다. 처음에 배다리 저수지 부근을 걸을 때는 새롭게 조성된 부자동네 부근이라서 관리가 잘 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역시 돈이 투입되면 뭔가 다르구나 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원곡초등학교를 지나 팔용산에 들어섰는데 굉장히 깔끔하게 길이 다듬어져 있고 섶길 리본 표지도 새걸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그것도 최근에 다듬은 흔적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섶길추진위원 장순범님이 얼마전에 과수원길은 손을 봤다고 하시더군요. 그동안 산성길, 진위현길, 정도전길 등등을 걸으며 고생을 했는데 역시 길의 문제가 아니가 관리의 문제구나 했습니다. 여튼 지금까지 걸었던 모든 길중에서 초심자에게 권한다면 바로 이 과수원길을 추천하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요.
배다리 저수지까지 가는 길인데 길을 잃어버릴려고 해도 불가능할 정도로 여기 저기에 꼼꼼하게 표지들이 붙어 있더군요. 그리고 그 표지들도 방금 설치한 것처럼 관리가 잘 되어있구요. 심지어 배다리 저수지로 넘어가는 이 동영상 고개길은 조경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평택 사는 분께 동영상을 보여드렸더니 "여기 평택 맞아?" 라고 묻더군요.
배다리 저수지를 지나 시골길로 들어서기 전에 지나는 짧은 숲길입니다. 숲으로 들어서는데 다시 길이 수상해지는 것 같아 잠깐 긴장했습니다만 이 마저도 잘 정돈이 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과수원을 지나가면서 풍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에서 "살림에 앵이가 돈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윤택한 삶의 흔적들이 느껴지더군요. 마을을 들어서는 초입부터 걷는 길 전체가 깔끔하고 정갈하게 느껴지는 건 이 날 길이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 저의 착각일까요?
이곳에서 잠깐 앉아 가볍게 가져온 우유와 빵을 먹고 쉬었습니다. 토요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한적하고 좋더군요. 옆에 아저씨 한분이 담배를 피우시다 제 눈치를 보더니 얼른 끄고 다른 곳으로 가시더라구요. 평택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 의식해서 담배를 서둘러 끄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
팔용산 입니다. 저 살짝 감동했습니다. 섶길 이라는 의미에 맞게 작은 산속길이 딱 한 사람씩 지나갈 수 있게 나 있었습니다. 가는 길 중간중간에 사람 얼굴을 칠 나뭇가지들은 치워져 있고 길을 방해하는 잡풀들도 제거 되어 있고 갈림길처럼 느껴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섶길 리본이 붙어 있었습니다. 산속을 혼자 걷고 있지만 사람의 관심에서 멀어 지지 않았다는 안전하고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원균장균묘까지 잘 걸어왔습니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헤매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은 느낌적 느낌? ^^
10회
171.5Km
44시간
걸어서 평택을 외곽으로 한 바퀴 모두 돌았습니다.
그 동안 재미없는 제 글과 엉성한 사진과 동영상을 읽고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될 때마다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어보겠습니다. 혹시 섶길을 걸으실 분이 있으시다면 쪽지도 보내주시고 하세요. 시간이 맞으면 같이 걸으면 좋잖아요. 혼자 걷는 길도 좋지만 같이 걷는 길은 또 다른 길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