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사 법당 추녀 끝의 풍경風磬은 제 소리를 잊은지 얼마나 되었을까. 범종은 있으나 종을 치는 물고기 탁설鐸舌이 없기에 허전한 느낌을 마냥 자아내고 있다. 물고기 탁설의 부재에 바람은 서성거리며, 경내의 고요는 웬지모를 그리움과 공허함이 뒤섞여 적요의 강으로 흘러간다.
그 적요의 강 속에 어디선가 댕그렁! 댕그렁! 소리가 들리지 않던가. 그러나, 실제 물리적인 풍경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리없는 소리만 들릴뿐이다. 우리 뇌는 인지부조화적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뇌는 기억 속의 소리와 감정 즉 과거의 경험을 재구성한다. 그러므로 탁설의 부재로 말미암은 댕그렁! 댕그렁! 소리는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허상의 소리이다.
섶길 코스중 가장 긴 원효길의 끝점인 수도사에서 마음으로 듣는 풍경소리는 그리움과 상실의 감정 너머에 있는 인식과 존재의 본질, 그리고 깊은 내면의 시간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댕그렁 땡
댕그렁
수도사 어승魚僧
추녀 끝 암자마다
어승은 만행가고
바람은 서성이며
적요는 자라는데
어디서
들려오는가
댕그렁 땡
댕그렁
*수도사 :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소재
*어승魚僧 : 풍경風磬의 범종을 치는 물고기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