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섶길 걷기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5주 차까지 같이 걸었었다. 그다음에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참석을 못 했었다.
어찌 된 건지 올해도 같은 운명이 될 거 같다. 담 달 27에 출국을 해서 9월에나 들어올 예정이니 완주는 가을에나 기대해 봐야 할 거 같다. 이러다가 또 사정이 생겨서 완주를 몇 년 후에나 하게 될지도. 그래도 좋다. 꼭 완주를 해야 맛인가. 욕심을 내려놓고 그냥 즐기자.
한번 걸었던 길이라서 어제저녁까지 참석할까 말까 갈등하다가 게으름을 이겼다. 밖의 날씨가 좋은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옷을 겹겹이 챙겨 입었다.
시청에 도착하니 작년보다는 거의 두 배의 사람들이 모여 계셨다. 와우. 오늘 재미나겠는걸. 아는 얼굴이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겨울에 얼지 않고 살아남으니 이렇게 상봉도 하는구나.
반갑네요. 오늘도 잘 걸어 봅시다.
작년에 작은 공연을 해 주었던 팀이 올해도 와 주셨다. 운영자 팀의 인사말도 듣고 준비운동도 한 다음 출발을 했다.
오늘 걷는 길은 시내길이다. 평택 구시가지를 여기저기 둘러보는 코스다. 구시가지 골목들은 신시가지의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구경할 곳이 많아 눈이 즐겁다. 그래서 난 구시가지가 좋다.
평택은 산이 없다. 송탄의 부락산은 그래도 해발 270미터 정도 되지만 나머지 산들은 해발 30미터다. 이건 산이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언덕 수준이다.
매봉산과, 덕동산, 삼각산을 지났다. 늘 산책 다니던 길이라 새로운 맛은 없지만 많은 동행들과 같이 걸으니 재미가 있었다.
여기 와서 만난 새로운 인연이 넘어지지 말라고 말을 해 줬다. 여행을 앞두고 다치면 비행기랑 숙소 값이 날아가니까 각별히 조심하라는 얘기겠지. 이쁘게 말해주는 그녀가 고맙다.
통복 시장에 왔다. 60명의 인원이 각자 흩어져서 식당을 찾아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통복 시장을 처음 와본 사람도 꽤 되던데 다들 어느 식당을 가시는 걸까.
우린 팥죽을 먹으러 갔다.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농협 atm에서 돈을 조금 인출했다. 식당 안은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보리밥이 5000원, 팥죽은 6000원이다. 맛은 팥죽 맛.
모이는 장소에 가니 다들 어디서 뭘 드셨는지 얘기하느라 시끌시끌했다. 처음 보는 사이라도 이웃 보듯이 얘기가 한창이었다.
굴다리를 지나 원평동으로 왔다. 원래 평택이라고 원평동으로 이름을 지었다는데 이 거리는 옛스런게 몇 군데 있었다. 일본인들이 많이 살아서 번창했던 동네였고 배가 들어오면 저장해야 해서 그 옛날 그 시절에 냉동 창고도 큰 게 두 개 있었다고 했다.
시청 쪽으로 걸어갔다. 마지막 코스인 소사벌 레포츠 단지를 들러서 이천만 원 정도가 들었다는 소녀상을 보았다. 주위에서 추운 날에 신을 안 신겼다고 걱정을 했다.
오늘의 코스는 길지 않다. 거리가 짧아서 가뿐하게 걸을 거 같았는데 논밭 길을 걷는 거와 달라서 그런가 오히려 힘이 좀 들었다. 다음 주부터는 시내를 벗어나서 자연을 볼 수 있으니 기대가 된다.
https://youtu.be/vFR7NKRpZZ4?si=O24k31wu6ZZeM4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