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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회원들의 방

[스크랩] 상병하치(上病下治) 하병상치(下病上治)

작성자송인호(전북익산)|작성시간11.08.29|조회수339 목록 댓글 8






일찍이 지게 작대기마저 내팽개치고 홀로 일본행을 감행하셨던

신화의 주인공인 조부님은 마을의 혁명적 우상이었습니다.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한약방의 창고지기 일에서부터 한의학 공부를 시작하신 님은

일본 교토근처의 마을에서 한약방을 개원하셨다고 합니다.



면허증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당신의 임상결과를 보여주고

면허를 취득한 이야기는 설화처럼 전해오고 있습니다.

정말 궁벽한 촌 동네에서 세계의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생전의 아버님께 들은 일본에서의 성공 신화는

한 주먹씩 돈이 없어져도 모를 정도라는 말로 쉽게 대변되었습니다.



강한 자부심의 꼬장꼬장한 목소리와 함께 긴 담뱃대를 탕탕 치시며 호통 치시던

조부님 거처에서 풍기던 한약 냄새는 솔직히 서양 과학이 물밀 듯 밀려오던

1960년도 시절에는 무슨 퇴락한 무당집 같은 상징이었습니다.




비록 미친 광증(狂症)을 특히 잘 고치셨다는 전설이 있어도 말입니다.

조부님의 음조로 한의대를 운명적으로 선택한 것 같이 최근에야 믿어지는

필자의 1970년도 한의대 생활은 학문에 대한 의혹과 비과학적이라는 세평 속에서

자멸 자괴감으로 우울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봉사활동 중 강원도 문막의 모 초등학교 무료진료실로 날아 들어와

기절했던 때까치가 선배가 시술한 정수리(백회혈; 百會穴) 침(針) 한방으로 생기를 찾아

훨훨 날아가는 사건을 목격하고 나서부터 한의학에 대한 실다운 희망이 싹텄었습니다.



더구나 여름철 강행군의 젊은 군인이 졸도했을 때

발바닥(용천혈; 湧泉穴)의 침 한방으로 벌떡 일어나서

군의관을 무색케 하던 사건 역시 무엇인가 한의학에 있기는 있다는

신념을 자리 잡게 하는 또 한번의 대사건이었습니다.




백회혈(百會穴)은 말 그대로 백가지 혈맥(血脈)이 만나는 혈(穴)자리로서

모든 양기(陽氣)가 집합하는 곳입니다.

백회혈이 너무 뜨거우면 기본적으로 두뇌 컴퓨터는 조절 능력을 상실하므로

당연히 백회혈에는 함부로 뜸을 뜨지 않습니다.

강화도에서 나오는 질 좋은 쑥으로 뜸을 뜨는 요법은 일종의 열(熱) 요법이므로

머리에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주 심한 설사나 하혈(下血) 등에 가끔 쓰이는 백회혈(百會穴) 뜸 치료법은

아주 드문 극단적 방법에 속합니다.

'머리는 시원하게 다리는 따뜻하게 해준다'는 기본 건강원리 대로

예전부터 아낙네들이 실시해온 한 여름날의 '폭포수 머리에 맞기'는

일종의 백회혈 식히기 요법입니다.

아마도 백회혈에 침맞고 정신 차린 때까치는

혹시 그때 변비 환자가 아니었나 짐작이 갑니다.



인간의 구조를 상하로 뚫린 하나의 관으로 볼 때

아래가 막혀 있으면 당연히 위를 뚫어줘야 합니다.

일컬어 하병상치(下病上治: 아래의 병은 위에서 치료)인데

정수리의 백회혈의 침법은 아래의 기(氣)를 소통시켜 줍니다.



거꾸로 머리 뜨거운 일사병에 걸려 기절한 군인아저씨가

발바닥의 용천혈(湧泉穴) 침법으로 회생되었다는 것은

백회혈 침법의 역이용법인 상병하치(上病下治: 위의 병은 아래에서 치료) 원리입니다.

마찬가지로 좌병우치(左病右治) 우병좌치(右病左治)의

상대적 치료의 원리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한의학의 기본법입니다.




이를 응용해보면 두뇌가 복잡하여 열불이 날 때

가벼운 설사는 오히려 시원한 머리를 약속합니다.

광증(狂症)의 미친병에 가끔 설사제를 활용하는데 아마 필자의 조부님

광증(狂症) 치료 비방에도 설사약이 포함되어 있었지 않을까 추리가 됩니다.

변비로 고생할 때 백회혈 침법 혹은 냉찜질이나 지압법과

위의 식도를 소통해주는 구토요법은

아래의 컨디션을 조절해준다는 묘한 법을 기억하십시오.

이 같이 인체는 유기체이면서 전체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신성한 법당입니다.





한의학을 신성(神聖) 의학 즉 'Holistic medicine'이라 서양에서 명명하고 있는데

이는 21세기 영적(靈的) 과학으로 분류됩니다.

국제보건기구(WHO)에서 제정한 헌장에는 이제

영적 건강(Spiritual health)이 포함되어 있음을 주시할 때가 왔습니다.

영적인 건강이란 편파성 없는 중용의 조율성인데

전통적 동양문화를 무조건 비하하던 어린 날의 세뇌교육은 분명히 비영성의 교육이었습니다.



자연과의 공존, 우주와의 화음을 도모하는

동양적 문화 조기교육이 시행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과학적 분석의 마(魔)에 사로 잡혀

영적 상승의 날개가 꺾여 추락하는 가엾은 인재들이

다시는 이 지구촌에 없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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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정(지리산) | 작성시간 11.08.29 예전부터 아낙네들이 실시해온
    한 여름날의 '폭포수 머리에 맞기'는
    일종의 백회혈 식히기 요법입니다.
  • 작성자박정(지리산) | 작성시간 11.08.29 두뇌가 복잡하여 열불이 날 때 가벼운 설사는 오히려 시원한 머리를 약속합니다.
  • 작성자박정(지리산) | 작성시간 11.08.29 자연과의 공존, 우주와의 화음을 도모하는 동양적 문화 조기교육이 시행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 작성자오범진(부산) | 작성시간 11.08.30 마음에 와닿는글 감사드립니다. 송인호 선생님 잘보고 갑니다.
  • 작성자박현호(성주) | 작성시간 11.08.30 ^^* 한방 멋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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