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일반 게시판

고향이 좋다, 농작물이 좋다.

작성자박태호|작성시간26.06.17|조회수37 목록 댓글 1


6월 중순이다.
요즘 농촌은 풀과의 전쟁이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씨앗들이 고구마 줄기 사이사이에 슬며시 자리 잡고, 어느새 삐죽 고개를 내민다. 감나무 밑에도, 옥수수 밭에도 예외는 없다. 잡풀을 뽑다 보면 끝이 없다. 허리를 펴기도 전에 또 눈에 들어오는 풀 한 포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유 없이 화가 살짝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참 이상하다. 사람 사는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날씨가 더워지면 짜증이 먼저 올라온다. 그럴 때 유난히 마음을 건드리는 사람을 만나면, 속에서 불이 확 치솟는다.
남의 신경을 건드리는 데 재주가 있는 사람, 어디에나 꼭 있다. 피하려 해도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존재다.

도로 위에서도 그렇다. 밀리는 길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 한 대. 깜짝 놀란 가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미안하다는 싸인 하나 없이 사라진다. 그 짧은 순간이 하루의 기분을 망치기도 한다.

모임에 가도 마찬가지다. 꼭 한 사람쯤은 있다. 괜히 말을 던지고, 괜히 분위기를 흐리고, 괜히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이. 나이가 들수록 그런 자리가 점점 버거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는가 보다. 나이 들면 혼자가 편하다고.

사람에게서 오는 피로를 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향하게 된다.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가 사는 삶을 말리는 이들도 있다. 병원이 멀고, 문화생활이 어렵고, 농사일이 고되다는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완전히 내려와 사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철이면 고향으로 향한다. 밭을 일구고, 농막에서 소소한 취미를 즐기며, 혼자서도 충분히 잘 지낸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밭에 나가면 나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작물들이다. 말은 없지만, 묵묵히 자라나는 고구마와 옥수수, 계절을 따라 열매를 맺는 감나무가 있다. 그 곁에 서 있으면 마음이 조용해진다.

물론 잡풀이 나를 괴롭히긴 한다. 끝도 없이 올라오는 그 끈질김이 때로는 버겁다. 하지만 사람에게 받는 상처에 비하면, 그것은 차라리 견딜 만한 수고다.

잡풀을 뽑으며 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의 잡념도 함께 뽑혀 나가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밭으로 간다.

나를 힘들게 하는 잡풀보다, 나를 반겨주는 농작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조용한 환대 속에서, 나는 다시 마음을 다독인다.

고향이 좋다.
농작물이 좋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내가 좋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태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6월 중순이 지납니다.
    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밭에는 여러가지 작물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덩달아 잡풀들도 제 세상을 만났네요.
    농부의 손길이 바쁩니다.
    그래도 작물들과 대화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