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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통독

26.6.9 (시편 78~82장) 공정보다 더 깊은 사랑.

작성자Hyun|작성시간26.06.09|조회수27 목록 댓글 0

하나님,

 

오늘 본문에서도 아삽의 마음은 쉼 없이 흔들립니다.

 

하나님을 향한 깊은 찬양이 있는가 하면,

세상의 부조리와 악행을 향한 통한이 있고,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 원망하듯 부르짖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 모습이 꼭 저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78편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나님보다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더 사랑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광야에서

우주에서 가장 존귀하신 하나님을 곁에 두고도

오직 빵과 고기를 구했습니다.

 

하나님보다 하나님의 선물을 더 사랑했습니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지금 바로 저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신앙 안에서도

세상적 욕구일 뿐인 것을 축복이라 부르며

그것이 신앙의 중심인 것처럼 여길 때가 많습니다.

 

모든 축복의 근원이신 하나님보다

그분이 주시는 것에 더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오늘 학교에 오는 길에

포도원 품꾼 비유에 대한 설교를 들었습니다.

 

오후 5시에 채용된 사람에게도

하루 품삯을 주시는 주인의 모습을 보며

사람의 눈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실 하루 종일 일한 사람들이

억울함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 비유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공정과 합리성보다 더 깊은 차원의 진리를 보여주십니다.

 

규정과 합리성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랑과 회복이라는 더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함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규정과 합리성은 사랑과 회복을 위한 좋은 통로가 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사랑과 회복이라는 본질을 위해

규정과 합리성을 넘어서는 은혜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도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품으며 나누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오후 5시에 채용된 사람처럼

도저히 받을 자격이 없는 은혜를 받은 존재들입니다.

 

그 사실을 기억한다면

나의 작은 손해와 억울함에만 시선을 고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생 전체를 통해 받은 하나님의 무한한 은혜는 쉽게 잊고,

당장 눈앞의 작은 손해와 이익에는 쉽게 집착합니다.

 

주님,

 

그래서 범죄자이든,

중독자이든,

동성애자이든,

타 종교인이든,

어떤 민족과 집단의 사람이든,

 

우리는 먼저 사랑과 회복이라는 본질을 잊지 않게 하소서.

 

잘못을 잘못이라 말해야 할 때가 있고,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물어야 할 때도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의 목적이

경멸과 혐오,

응징과 배제가 아니라

 

회복과 연결이 되게 하소서.

 

사람을 죄보다 먼저 바라보게 하시고,

정죄보다 회복을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관계가 끊어진 곳에

다시 연결을 만드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포도원 품꾼의 비유에서

제 마음에 남는 또 하나의 장면은

오후 5시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 노동자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다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주신 선택과 책임의 의미를 가볍게 여길 때가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노력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작은 선택과 작은 걸음을

놀라울 정도로 귀하게 여기십니다.

 

오후 5시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던 그 노동자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우울과 허무 속에서 너무 쉽게 포기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며 한 걸음 더 내딛는 것,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다시 일어나는 것,

 

그것 또한 믿음의 중요한 모습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78편은 결국 기억에 대한 시입니다.

 

아삽은 긴 역사를 돌아보며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인간의 연약함을 함께 기억합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돌아보던 아삽의 글을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제가 다시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늘의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잊고 살던 진리를 다시 기억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기억하고,

우리의 연약함을 기억하고,

그럼에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은혜를 기억하는 일입니다.

 

주님,

 

축복보다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시고,

공정보다 사랑의 본질을 바라보게 하시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한 걸음 더 내딛게 하소서.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제 삶에 남겨 두신

수많은 은혜의 흔적들을 잊지 않게 하소서.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믿음의 힘임을 깨닫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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