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1

[travel]

출처;http://m.blog.daum.net/maxxum/55

<오래된 가난의 역사가 만들어낸...>

우리민족이 근세에 오랫동안 수난을 당하면서 먹을 것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으므로 가장 간편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영양을 섭취하는 방법으로서 영양제에 집착하게된 것일까요?

어린 자식들이 얼굴에 버즘이 피고, 눈꼽을 매달고 다니고, 부스럼이 낫지 않으며 저항력이 부족하여 뒷덜미에는 이명래 고약을 붙이고 콧구멍 아래에는 언제나 하얀 줄무늬를 그리고 다니던 시절,

자식들을 마음껏 거두어먹일 수 없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뭔가 싸고도 확실한 처방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 시절, 교실에서는 점심 도시락도 제대로 싸오지 못하는 급우들과 보리밥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있는데,

교과서에는 고른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서 햄, 우유, 계란과 쇠고기를 먹으라고 하고 양식을 먹을 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방법도 실려있었지요.

어린 나이에도 나와 내 친구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에 은근한 반감을 가졌던 것이 기억나네요...

"엄마, 아빠가 이 글을 읽으시면 마음아파 하시겠구나."

그때문이던가...우리가 현실에서 구해서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에 "의미" 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

이 된장국에는 단백질과 효소가 엄청나게...

손기정 선수가 고추를 먹었기에 세계1등을....

보리밥은 쌀밥보다도 영양가가... 그리고 방귀도 잘나온다능....

좌판에 잘게 잘라놓아 옷핀으로 찍어먹는 이 해삼은 자고로 바다의 인삼이라는....

이렇게 형성된 내 입으로 들어올 대상에 대한 "가치부여"의 습속은 지금까지 이어져  T.V 를 보면 어느 음식을 지목하면 거의 반드시 무슨무슨 영양가가 많아서 어디어디에 좋다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면 다음 말로 넘어갈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몸에 대한 조바심을 단칼에 빠르게 해결해 줄것으로 믿는 것은 역시나 영양제 입니다.

유년의 시절에 이미 "원기소"가 널리 보급되었고 이것은 "비타엠" "비오비타" "토코페롤" "에비오제" 와 같은 좀 더 세련된 제품으로 진화해나가기 시작하였고 "박카스" 니 "영진 구론산" 과 같이 영양가를 맛있게 들이키는 수단도 진화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먼 이방인들이 만들어 먹는다는 "요오쿠르트" 라는 것을 배웠는데 중학교 시절에는 이미 내 손에 "야쿠르트"가 당도해 있었으니까요.

80년대 초반, 광주사태 직후,

그 땅에서 돈벌이가 나아진 우리들은 내 몸에서 수십년간 결핍되었던 요소들을 보충하고, 열사의 땅에서의 중노동을 견디게 하며, 벌어놓은 돈을 풀어볼 즐거운 미래를 골병든 몸으로 맞이하지는 않기 위하여 주말마다 그리도 열심히 약국을 순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시절을 거쳐오면서 우리 세대의 두뇌의 일부분에는 오로지 건강만을 사유하는 하나의 작은 세계(컴플렉스)가 세워졌다고 나는 봅니다.

글쎄요... T.V만 틀면 온통 먹방세상이던데 결핍된 영양 컴플렉스와는또 다른 형태의 컴플렉스를 물려받은 것이 있었단 말인가...

[코난.카페장(경기)]

70년대 미국으로부터 분유를 지급받아서 국민학교에선 수업시간에 먹었다고 하던데 그런 심리적 영향이 이어져오는건 아닌지 싶기도 하더군요 ㅎ

[travel]

일리 있는 지적이십니다. 그런데 유독 동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와 옆나라가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중동지역은 설탕을, 멕시칸 히스페닉들도 영양제 무척 챙겨먹어요. 남가주 한인타운 한의원 고객에 주요리스트라고도 했구요
분유 종류가 재난대비식량으로도 참 좋은 것 맞지요. 사실 저도 다량 비축하고 있어요. 그런데 재난지원 권고안에는 분유는 금기시해요. 당장 먹을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염된 물로 분유를 섭취시 탈수나 장염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재난지역 주요질환 중 상위권에 꼭 설사, 장염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