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에도 나왔지만 외계인이 정말 지구를 침략하려한다면 영화에서 나오듯 거대 우주선이 내려와 레이저를 쏘고 소형우주선이 튀어져나와 지구군 공군기들과 전투를 하지는 않을것같습니다 정말 비효율적인 방법이죠
바이러스를 살포한다던가 지구환경을 변화시켜 각종 자연재해를 일으키거나 혹은 대륙을 바다에 한번 담궜다 빼는 방법등이 효과적이겠죠 그런데 기사에 나온대로 남자가 여자를 증오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를 만드는 방법도 참신한듯하네요 ㅎ
외계바이러스의 침투, 그리고 인류의 종말
SF관광가이드/대재앙 이후 이야기 (20)
외계바이러스의 침투, 그리고 인류의 종말 SF관광가이드/대재앙 이후 이야기 (20) 2014년 02월 13일(목)
SF 관광가이드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가 반드시 인간의 손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란 법은 없다.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외계 저편에서 소유성 또는 혜성의 먼지에 실려 온 수수께끼의 바이러스나 병원체라면 거기에 맞는 항체가 있을 리 없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에게는 훨씬 더 크나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진화의 메커니즘 경로가 다르다보니 지구상의 생명에게는 자기복제를 위해 꼭 필요한 DNA나 RNA가 없는 외계 바이러스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hton)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The Andromeda Strain, 1969>이 바로 이러한 가정을 도입한 예다.
한 명은 늙은 알코올 중독자고 다른 한 명은 갓난아기다. 해당 프로젝트 관할 사령관은 위성에 외계의 위험한 미생물이 묻어오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들어 외계생물 감염에 대처하는 특수의료팀(일명 와일드파이어) 파견을 요청한다. 의사는 물론이고 박테리아 전문가와 병리학자, 감염매개체 전문가 그리고 생화학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팀은 위성과 생존자들을 네바다 주 모처에 있는 지하 비밀 연구소로 옮긴다. 이곳은 어떤 미생물도 대기로 유출되지 않게 격리 조치된 첨단시설로, 혹여 연구소가 위험한 병원균에 감염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곳에 내장된 소형 핵폭탄이 자동 점화되게 프로그램 되어 있다. 의료팀은 이 위성이 실은 생물학전에 사용할 미세 유기물을 상층대기에서 채집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으며, 유성과 충돌해 추락하는 과정에서 외계의 유해미생물이 위성에 묻어 함께 지상으로 돌아왔음을 깨닫는다. 조사결과 마을주민들과 위성 회수팀의 집단 횡사(橫死)는 정체불명의 외계 미생물에서 비롯되었음이 밝혀진다. 이 미생물은 특이하게도 지구상 생명에게는 필수적인 DNA와 RNA, 단백질 그리고 아미노산 등을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 따라서 부모가 각각의 DNA 일부를 나눠줘 그것으로 새로운 후손을 만드는 대신 자신과 똑같은 개체를 복제한다. 이 과정에서 물질을 에너지로 바꿔버린다. 몸 안에 이 미생물이 증식하게 되면 보통 인간은 혈액이 응고되어 죽어버린다. 이 미생물의 약점은 7.39 ~ 43 pH(수소 이온 농도)라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만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바로 인간의 혈액 속 pH가 이 범위에 들어가기에 치사율이 그렇게 높았던 것이다. 두 생존자인 알코올 중독자 노인과 아기는 혈액 속의 pH가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술에 찌들어 너무 산성이거나 너무 어려 pH가 아직 성인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경우에는 이 미생물이 활성화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아연실색한다.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은 물질을 곧바로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이 있으므로 핵폭발은 오히려 이 미생물에게 막대한 에너지를 제공해 천문학적인 속도와 양으로 개체들이 늘어나게 부채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좌충우돌 끝에 간신히 폭파 스위치를 해제하고 이제 무해해진 미생물은 지상으로 나가 상층대기로 옮겨간다. 상층대기일수록 산소함량이 낮아 성장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태양 방사선이 그대로 여과 없이 투과하고 산소도 없는 혹한의 우주에서 과연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에서와 같은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실제 우리 자연 속에 극저온에 잘 견디고 동면에 들어가면 산소조차 필요 없는 생물이 있음을 감안하면 무조건 허황된 상상이라 치부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미생물은 고사하고 ‘브라인 슈림프’같은 민물 갑각류는 산소 없이 4년간 동면상태로 이렇다 할 에너지 소비 없이 버틸 수 있다2). 이 갑각류는 물속의 산소가 없어지면 에너지 소비를 중단하고 일단 가사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다 산소가 회복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에서 깨어나 바다를 휘젓고 다닌다. 실험 결과, 4년 이상 완전 밀폐된 상태에서 호흡은 고사하고 일체의 에너지 대사 작용 없이 죽은 듯 보였음에도, 주변 여건이 좋아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생물의 존재는 생명유지의 필수요소는 에너지 소비라는 생물학의 기본가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브라인 슈림프 이외에도 말라버리거나 얼어붙은 상태로 몇 백 년씩 살아남는 동물들이 있다 한다. 따라서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같은 외계미생물이 존재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며, 이러한 논리를 확장하면 존 우드 캠벨 2세(John Wood Campbell jr.)의 <거기 누구냐 Who Goes There?, 1938>에서처럼 무려 2천만 년 전 지구의 빙하에 추락한 외계생명이 환경의 변화를 눈치 채고 다시 각성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여성은 하나님의 적’이라는 광신적 신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여성들을 살해하고 싶어 몸이 달아오르게 만드는 편집증적 정신질환3)이 온 세상의 남성들을 휩쓸면서 인류는 자멸의 길을 걷는다. 그야말로 주먹 한 번 쓰지 않고 접수하는 셈이니 이보다 더 경제적인 침공이 어디 있겠는가. 마침내 여주인공은 언뜻 보기에는 정신병 같았던, 남성들의 여성 살해 충동증후군 이면에 있는 실상을 간파하고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긴다. 천사가 왔어요. 천사가 왔다고요. 제 생각에는 그들이 뭔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무슨 짓인가 저질렀다고 생각해요.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멸망하게 만들었다고 말이지요. 당신이라면 인간을 어떤 식으로 제거하겠어요? 폭탄? 살인광선? 모두 너무 원시적인 방법이에요. 쓰레기만 잔뜩 남길 뿐이잖아요. 모든 걸 부수고 폭탄자국에다 방사능이 여기저기 남고 말아요. 하지만 이런 방법이라면 좋을 거예요. 우리가 쩨쩨파리에게 하듯 하면 되는 거지요. 그건 진짜 천사가 아니었어요. --- 제임스 팁트리 2세의 <쩨쩨파리의 비법>(<세계 휴먼SF 걸작선, 1994> 106쪽) 지구상에 남녀 중 어느 한쪽의 성(性)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만들려면 어느 쪽을 멸망시키는 것이 쉬울까? 두말할 나위 없이 육체적인 힘 뿐 아니라 사회적 기득권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는 여성들이 만만한 타깃 아니겠는가. 이 얼토당토않은 마녀사냥(남성 이기주의의 극단적인 발현이기도 한)이 끝나고 나면 이 땅에는 털북숭이 남자들만 어정거릴 터이다. 그들 역시 외계인들이 직접 손봐줄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한 세대가 흐르고 나면 지구상에 남아 있는 인간들은 거의 없을 테니까.
외계인 침공하면 으레 압도적 화력을 앞세운 최첨단 무력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페미니즘 관점에서 과학소설의 지평을 넓혀온 이 여류작가는 전혀 색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인간 영혼의 가장 약한 부분을 들춰내 그 상처가 곪아 터지도록 조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단편은 외계인 침공방식을 특이하게 제시한 아이디어의 참신성 못지않게, 이러한 침공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남녀 간의 영속적인 불균형 관계를 예리하게 풍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쩨쩨파리의 비법>은 장 밥티스트 꾸장 드 그랑빌레의 신학소설 <최후의 인간 Le Dernier Homme, 1805>과도 플롯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남녀가 서로 결합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원인이 단지 외계인이냐 하느님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니까. 고장원 SF칼럼니스트 | sfko@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