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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책

대재앙 이후 이야기 (20) - 외계바이러스의 침투, 그리고 인류의 종말

작성자코난(경기)|작성시간14.02.17|조회수413 목록 댓글 0

기사에도 나왔지만 외계인이 정말 지구를 침략하려한다면 영화에서 나오듯 거대 우주선이 내려와 레이저를 쏘고 소형우주선이 튀어져나와 지구군 공군기들과 전투를 하지는 않을것같습니다 정말 비효율적인 방법이죠

바이러스를 살포한다던가 지구환경을 변화시켜 각종 자연재해를 일으키거나 혹은 대륙을 바다에 한번 담궜다 빼는 방법등이 효과적이겠죠  그런데 기사에 나온대로 남자가 여자를 증오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를 만드는 방법도 참신한듯하네요 ㅎ

 

 

 

외계바이러스의 침투, 그리고 인류의 종말

SF관광가이드/대재앙 이후 이야기 (20)

 

 

SF 관광가이드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가 반드시 인간의 손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란 법은 없다.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외계 저편에서 소유성 또는 혜성의 먼지에 실려 온 수수께끼의 바이러스나 병원체라면 거기에 맞는 항체가 있을 리 없는 지구상의 생명체들에게는 훨씬 더 크나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진화의 메커니즘 경로가 다르다보니 지구상의 생명에게는 자기복제를 위해 꼭 필요한 DNA나 RNA가 없는 외계 바이러스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hton)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The Andromeda Strain, 1969>이 바로 이러한 가정을 도입한 예다.

이 장편소설은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편 여류 작가 제임스 팁트리 2세(James Tiptree, Jr.)1)의 단편소설 <쩨쩨파리의 비법 The Screwfly Solution, 1977>은 외계인들이 노골적인 무력침공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남녀 사이를 견원지간으로 만드는 바이러스를 퍼뜨려 인류를 자연스레 멸종시킨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후자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不殆)이라는 <손자(孫子)>의 고사를 SF적 발상으로 소화했다고 볼 수도 있으리라.

▲ 마이클 크라이튼의 동명원작을 소재로 만들어진 극장용 영화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The Andromeda Strain> 포스터. 1971년 개봉되었다.  ⓒUniversal Pictures


마이클 크라이튼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은 군사위성이 미국의 작은 마을에 추락하자 공교롭게도 주변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 위성을 회수하러 파견된 이들까지 거의 다 급사하는 불상사가 벌어지며 시작된다. 표면적인 사인은 혈액응고 탓인데 어떻게 죄다 동시에 그러한 증상을 일으켰는지 의문인 가운데 마을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의 생존자가 발견된다.
 
한 명은 늙은 알코올 중독자고 다른 한 명은 갓난아기다. 해당 프로젝트 관할 사령관은 위성에 외계의 위험한 미생물이 묻어오지는 않았는지 의심이 들어 외계생물 감염에 대처하는 특수의료팀(일명 와일드파이어) 파견을 요청한다. 의사는 물론이고 박테리아 전문가와 병리학자, 감염매개체 전문가 그리고 생화학 전문가로 구성된 의료팀은 위성과 생존자들을 네바다 주 모처에 있는 지하 비밀 연구소로 옮긴다. 이곳은 어떤 미생물도 대기로 유출되지 않게 격리 조치된 첨단시설로, 혹여 연구소가 위험한 병원균에 감염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곳에 내장된 소형 핵폭탄이 자동 점화되게 프로그램 되어 있다.

의료팀은 이 위성이 실은 생물학전에 사용할 미세 유기물을 상층대기에서 채집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으며, 유성과 충돌해 추락하는 과정에서 외계의 유해미생물이 위성에 묻어 함께 지상으로 돌아왔음을 깨닫는다. 조사결과 마을주민들과 위성 회수팀의 집단 횡사(橫死)는 정체불명의 외계 미생물에서 비롯되었음이 밝혀진다. 이 미생물은 특이하게도 지구상 생명에게는 필수적인 DNA와 RNA, 단백질 그리고 아미노산 등을 전혀 지니고 있지 않다. 따라서 부모가 각각의 DNA 일부를 나눠줘 그것으로 새로운 후손을 만드는 대신 자신과 똑같은 개체를 복제한다. 이 과정에서 물질을 에너지로 바꿔버린다. 몸 안에 이 미생물이 증식하게 되면 보통 인간은 혈액이 응고되어 죽어버린다.

이 미생물의 약점은 7.39 ~ 43 pH(수소 이온 농도)라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만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바로 인간의 혈액 속 pH가 이 범위에 들어가기에 치사율이 그렇게 높았던 것이다. 두 생존자인 알코올 중독자 노인과 아기는 혈액 속의 pH가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술에 찌들어 너무 산성이거나 너무 어려 pH가 아직 성인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경우에는 이 미생물이 활성화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2008년 텔리비전 미니시리즈로 리메이크된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포스터  ⓒA.S. Films


과학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아냈을 즈음,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이 미생물의 별명)은 연구소 내 플라스틱 보호벽을 화학적으로 분해하여 탈출한다. 이로 인해 한 연구자가 이 미생물에 감염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살아남는다. 알고 보니 이 미생물은 매 성장주기마다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물학적 속성이 거듭 바뀌었고 마침내 인체에 무해한 형태로 어느새 변이해버렸던 것이다. 문제는 이 미생물이 지하 연구소 상층부와 지상으로 나아가다 탐지되어 원자폭탄의 자폭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연실색한다.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은 물질을 곧바로 에너지로 바꾸는 능력이 있으므로 핵폭발은 오히려 이 미생물에게 막대한 에너지를 제공해 천문학적인 속도와 양으로 개체들이 늘어나게 부채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좌충우돌 끝에 간신히 폭파 스위치를 해제하고 이제 무해해진 미생물은 지상으로 나가 상층대기로 옮겨간다. 상층대기일수록 산소함량이 낮아 성장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태양 방사선이 그대로 여과 없이 투과하고 산소도 없는 혹한의 우주에서 과연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에서와 같은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실제 우리 자연 속에 극저온에 잘 견디고 동면에 들어가면 산소조차 필요 없는 생물이 있음을 감안하면 무조건 허황된 상상이라 치부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미생물은 고사하고 ‘브라인 슈림프’같은 민물 갑각류는 산소 없이 4년간 동면상태로 이렇다 할 에너지 소비 없이 버틸 수 있다2). 이 갑각류는 물속의 산소가 없어지면 에너지 소비를 중단하고 일단 가사상태에 들어간다. 그러다 산소가 회복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에서 깨어나 바다를 휘젓고 다닌다.

실험 결과, 4년 이상 완전 밀폐된 상태에서 호흡은 고사하고 일체의 에너지 대사 작용 없이 죽은 듯 보였음에도, 주변 여건이 좋아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생물의 존재는 생명유지의 필수요소는 에너지 소비라는 생물학의 기본가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브라인 슈림프 이외에도 말라버리거나 얼어붙은 상태로 몇 백 년씩 살아남는 동물들이 있다 한다. 따라서 안드로메다 스트레인 같은 외계미생물이 존재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며, 이러한 논리를 확장하면 존 우드 캠벨 2세(John Wood Campbell jr.)의 <거기 누구냐 Who Goes There?, 1938>에서처럼 무려 2천만 년 전 지구의 빙하에 추락한 외계생명이 환경의 변화를 눈치 채고 다시 각성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는가.

▲ 제임스 팁트리 2세의 <쩨쩨파리의 비법>은 2006년 TV영화로 제작방영되었다. 이것은 <공포의 대가들 Masters of Horror>라는 제목의 공포영화 걸작선의 하나로 포함되었다.  ⓒStarz Productions


마이클 크라이튼의 <안드로메다 스트레인>이 외계병원체를 자못 진지하게 정공법으로 접근했다면, 제임스 팁트리 2세(James Tiptree, jr.)의 단편 <쩨쩨파리의 비법>은 유머를 섞어가며 같은 소재를 인간사회의 부조리한 실상을 꼬집는데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변칙적이다. 이 단편에서 외계인들은 몸소 우주선들을 타고 지구의 대도시들 상공에 나타나 무력시위 하는 대신 아주 독창적인 방법으로 인간들의 씨를 말린다. 그것은 바로 남성들이 여성들을 살육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광적인 집착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변종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성은 하나님의 적’이라는 광신적 신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여성들을 살해하고 싶어 몸이 달아오르게 만드는 편집증적 정신질환3)이 온 세상의 남성들을 휩쓸면서 인류는 자멸의 길을 걷는다. 그야말로 주먹 한 번 쓰지 않고 접수하는 셈이니 이보다 더 경제적인 침공이 어디 있겠는가. 마침내 여주인공은 언뜻 보기에는 정신병 같았던, 남성들의 여성 살해 충동증후군 이면에 있는 실상을 간파하고는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긴다.

천사가 왔어요. 천사가 왔다고요. 제 생각에는 그들이 뭔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무슨 짓인가 저질렀다고 생각해요.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멸망하게 만들었다고 말이지요. 당신이라면 인간을 어떤 식으로 제거하겠어요? 폭탄? 살인광선? 모두 너무 원시적인 방법이에요. 쓰레기만 잔뜩 남길 뿐이잖아요. 모든 걸 부수고 폭탄자국에다 방사능이 여기저기 남고 말아요. 하지만 이런 방법이라면 좋을 거예요. 우리가 쩨쩨파리에게 하듯 하면 되는 거지요. 그건 진짜 천사가 아니었어요.
 
                    --- 제임스 팁트리 2세의 <쩨쩨파리의 비법>(<세계 휴먼SF 걸작선, 1994> 106쪽)


지구상에 남녀 중 어느 한쪽의 성(性)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만들려면 어느 쪽을 멸망시키는 것이 쉬울까? 두말할 나위 없이 육체적인 힘 뿐 아니라 사회적 기득권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는 여성들이 만만한 타깃 아니겠는가. 이 얼토당토않은 마녀사냥(남성 이기주의의 극단적인 발현이기도 한)이 끝나고 나면 이 땅에는 털북숭이 남자들만 어정거릴 터이다. 그들 역시 외계인들이 직접 손봐줄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한 세대가 흐르고 나면 지구상에 남아 있는 인간들은 거의 없을 테니까.

▲ <쩨쩨파리의 비법>은 남녀가 견원지간이 되어 한쪽이 다른 한쪽을 말살하게 획책하는 배후로 외계인을 지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남성가부장사회의 폐단을 SF의 틀을 빌려 우의적으로 풍자하는데 주목적이 있다. 참고 삼아 부연하면, 제임스 팁트리 2세는 여성작가다.  ⓒStarz Productions


<쩨쩨파리의 비법>에서 외계인들은 고도의 심리적 침공을 감행하면서도 정작 거의 등장하지 않아 독자들을 끝까지 알쏭달쏭하게 만든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여성의 눈에 남자들이 숭배하는 천사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 전까지 독자들은 이 광기어린 살육의 이유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외계인 침공하면 으레 압도적 화력을 앞세운 최첨단 무력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페미니즘 관점에서 과학소설의 지평을 넓혀온 이 여류작가는 전혀 색다른 방법을 고안해냈다. 인간 영혼의 가장 약한 부분을 들춰내 그 상처가 곪아 터지도록 조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단편은 외계인 침공방식을 특이하게 제시한 아이디어의 참신성 못지않게, 이러한 침공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남녀 간의 영속적인 불균형 관계를 예리하게 풍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쩨쩨파리의 비법>은 장 밥티스트 꾸장 드 그랑빌레의 신학소설 <최후의 인간 Le Dernier Homme, 1805>과도 플롯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남녀가 서로 결합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원인이 단지 외계인이냐 하느님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니까.

고장원 SF칼럼니스트 | sfko@naver.com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pageno=&searchatclass2=111&atidx=74092&backList=list&seriesidx=list&menuclassidx=111&%BF%AC%C0%E7=%BF%AC%C0%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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