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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 이후 이야기 (26) - 전면핵전쟁, 지하에 꼭꼭 숨어도 답은 없다!

작성자코난(경기)|작성시간14.03.31|조회수1,075 목록 댓글 4

서울의 어느 고급주상복합건물 지하에 제대로된 방공호가 있다죠  수십센티 철근콘크리트 방호벽안에 입주민이 몇달동안 문닫고 살수 있는 식량과 물, 장비들이 있고 기자조차 취재가 안되는 비밀스런 전용공간이 있다는게 작년 4월 한 취재로 들어났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여유가 없는 일반인들은 그런 비상상황을 가정할 여유도 없지만 생각조차 안하고 물론 대비도 없고

부자들은 지금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서도 차후 비상상황까지 염두에 두어 국내 및 국외 각지에 대피소(별장)을 사놓고 심지어 자신들이 사는 고급주택 아래에 A급 대피소까지 준비해둔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전면핵전쟁, 지하에 꼭꼭 숨어도 답은 없다!

SF관광가이드/ 대재앙 이후 이야기 (26)

 

SF 관광가이드  

 

 모오데카이 로쉬월드(Mordecai Roshwald)의 <지하7층 Level Seven, 1959>에서 최저층인 지하7층(레벨7)의 거주자들은 전면핵전쟁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구역에 있는 셈인데, 이곳의 구성원들은 전부 군인 또는 군무원들이다. 지하7층의 근무자들은 주인공 X-127처럼 이름 대신 직군을 뜻하는 영어 알파벳 이니셜 뒤에 숫자가 붙은 이름으로 불린다.

이러한 식의 이름 부여 방식은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하고 상부의 명령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규격화된 단자로 기능해야 함을 노골적으로 상징한다. 주인공 X-127은 시설 내 스피커로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 덕분에 핵 공습에 대비해 지하에 마련된 대피시설이 모두 7단계임을 알게 된다. 방송에서 들은 7단계 시설의 내용을 주인공은 일기에 꼼꼼히 기술하는데 이를 독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필자가 다시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모오데카이 로쉬월드의 <지하 7층>에 나오는 전면핵전쟁 대비시설의 층별 구조와 기능. 문제는 이런 시설로도 단지 죽음을 유예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고장원


주인공 X-127은 원만한 대인관계에는 별 관심이 없는데다 성취지향적인 인물로, 소령진급과 더 나은 출세 기회를 잡으려 충성경쟁에 매진하다 자신이 뜻하지 않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후회한다. 지하7층에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국가 최고/최후의 핵공격 시설에 대한 철두철미한 보안유지를 위해 500년 동안 자급자족이 가능한 이 지하 공동체 안에서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보기에 따라서는 종신형 죄수와 다를 바 없는 신세다.

하지만 지하7층 거주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안내방송은 지하7층이야말로 적국의 핵폭탄을 포함한 그 어떤 공격으로부터도 안전한 곳이기에 선택받고 축복받은 곳임을 강조한다. 지하6층(레벨6)만 해도 4천명이 2주마다 반씩 교대로 근무하며 지상을 오가기 때문에 유사시에는 지상에서 대기하던 2천명이 구제받을 길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지하 5,4,3층(레벨 5,4,3)은 국가의 지도층과 상류층 그리고 전문가집단이 대피하기 위한 전용구역으로 층이 깊을수록 중요한 인사라는 점에서 층별로 계급성이 자연스레 부각된다. 이중에서도 가장 황망한 대피시설은 지하2,1층(레벨 2, 1)이다. 이러한 시설은 일반국민들을 위해 전국 곳곳에 지어져 있는데, 어이없게도 실제로 이 정도 수준으로는 핵전쟁의 타격을 견뎌낼 수 없거니와 설사 직격을 받지 않은 곳이라 해도 방사능오염으로부터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이 은폐된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를 고려할 때 지하2,1층의 식량과 에너지 비축분량이 6개월에서 1개월로 턱없이 빈약한 것도 어차피 많이 공급해봤자 다 소진하기도 전에 전멸할 터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지하2,1층은 어디까지나 유사시 국민 대중의 난동을 막기 위해 심리적 만족감을 주려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날림시설이다.

특히 지하2층에는 중산층 일반서민들 외에 평화주의자와 과격분자, 사회비판가 같은 사회 부적응자들이 함께 수용된다. 이는 국가가 대중을 선동하여 사회의 분란을 고조시킬 이른바 위험분자들이 자신들 역시 구원받았다는 안도감에 얌전히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바깥사람들은 지하대피시설이 몇 층까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예컨대 주인공 X-127조차 지하7층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대피시설이 몇 가지 유형으로 준비되어왔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지하2층까지만 데려와도 사회 불순분자들은 자신들이 특대우를 받는다고 여겨 유순해지리라는 예측인 것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전면 핵전쟁의 위협 앞에서 생존 역시 계급 순이란 얘기가 된다.

▲ 이탈리아에서 간행된 <지하 7층>. 전세계 여러나라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국내에서는 1989년 <핵폭풍의 날>이란 제목으로 우리말본이 출간되었다.  ⓒAdmin Urania


부자는 권력자요, 권력자는 곧 부자다. 
                                                                                      --- <지하 7층>, 국내번역판, 164쪽


불안과 갈등은 아직 대피소 번호와 그곳의 출입을 허가하는 배지를 받지 못한 이들 가운데에서 일어난다. 이들의 반감은 응당 이미 배지를 받은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그 결과 국민이 두 쪽으로 분열된다, 새로운 기준에서의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그러나 이 위험한 악감정도 배지(나는 지하2,1층 거주용 배지를 산 채 송장이 되는 권리라고 덧붙이고 싶다.)를 받은 이들의 수가 불어남에 따라 가라앉고 있다. 배지를 받는 즉시 그들은 이 제도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핵전쟁 시 아무 실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최후의 혼란을 일으키는 이들은 미래의 지하1층 거주자들뿐이다. 다른 층 입주 예정자들은 이미 통행증을 다 받았다. 물론 지하2층의 괴짜와 평화주의자 가운데에는 얼마간 불평을 하고 있는 자도 있지만 그나마 소수일 뿐이다. 지하2층 배지를 받으면 가장 극렬했던 비판자까지도 아주 온순해진다. 
                                                                                                        --- 같은 책, 170~171쪽


아무리 폐소공포증 시험을 높은 점수로 통과한 이들로 꾸린 공동체라고는 하나 햇빛을 볼 수 없는 좁은 공간의 질식할 것 같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에 진저리를 치던 주인공 X-127은 지하7층에 입소한지 두 달 좀 넘은 어느 날 돌연 그동안의 일상을 지시해온 천정의 스피커로부터 핵미사일을 발사 명령을 받는다.

당시에만 해도 그는 스피커의 음성이 자동기계가 아니라 상위 계급의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고 여겼다. 총 2시간 58분 동안 양국은 수천 발 이상의 핵탄두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퍼부어댄 결과, 지상과 지하2,1층의 자국민과 적대국 국민은 물론이고 동맹국과 중립국의 국민들까지 즉사하거나 방사능 중독으로 사망한다.

요행히 피신한 중립국 정부요인들이 지하대피소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야 하는지 반감기를 파악하기 위해 미소 양측에 원자폭탄의 성분을 묻지만 이 두 강대국은 정보누설이 상대국을 이롭게 할 것이라며 답변을 거절한다. (방사성 물질이 어떤 성분이냐에 따라 반감기는 불과 몇 초에서 수천, 수십억 년이 걸린다. 예를 들어 반감기가 스트론튬은 25년, 우라늄 239는 23년 그리고 우라늄238은 45억1천만년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격동의 혼란 속에서도 주인공은 수십억 명의 목숨을 앗아갈 폭탄발사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이나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명령수행에 만족감을 느끼도록 조건반사화 된 훈련 탓으로,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는 주인공의 태도는 건조하다 싶을 만치 담담하다. 그는 오히려 필생의 임무를 완수했다며 시원섭섭해한다. 이러한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조명은 무엇을 시사할까?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은 고민 없이 상부 지시대로 따르는 일이 분업화되고 복합화 되어 있는 우리의 현대 산업사회에서 얼마나 빈번한지 새삼 돌이켜보라.

핵전쟁의 피해는 지상과 얕은 지하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간의 문제일 뿐 서서히 민간인 주요 인사들이 피신해 있는 지하5,4,3층까지 지표의 빗물이 새어든 보급수 탓에 방사능에 오염되어 하나 둘씩 죽어간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미국과 소련의 정치가들은 지하 깊숙한 터에 각기 둥지를 틀고 라디오 방송으로 상대방의 원죄를 들어줄 사람도 별로 없는 세계만방에 떠들어대느라 날을 샌다.

▲ 케네스 D. 로즈(Kenneth D. Rose)의 시대비평서 <지하국가 One Nation Underground, 2004>는 1950~60년대 미소냉전기에 핵전쟁의 공포가 미국인들의 삶에 얼마나 깊숙히 배어들어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정치사회학적 성찰이다. 이러한 역사교양서는 당대 과학소설 작가들이 그린 핵공포에 관한 작품들이 단지 말초적 선정성에만 쏠린 근거없는 허구가 아님을 반증한다.  ⓒNew York University Press


그 사이 지하7층의 군인들과 군무원들은 원래 로봇처럼 충실하게 명령을 받드는 자질 덕분에 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멸종한 지상인들을 대신해 인류를 재건하기 위해 난데없이 적극적으로 결혼하도록 권장 받고 일부 산모들이 출산이 임박하며 최후의 에덴동산이 될 꿈을 가꾼다.

그러나 지하7층 동력원의 원천이 원자로가 고장 나 방사능이 유출되는 바람에 주인공을 포함하여 모두 방사능 병에 시달리다 죽어간다. 지하7층 사람들의 죽음이 임박했을 즈음에는 이미 지하5층과 지하6층 생존자들이 전멸한지 오래이며 적국의 지하대피시설과의 통신연락도 두절된 상태다. 이제 인류 최후의 생존자인 주인공이 방사능 후유증에 시달리며 일기장에 마지막 문장을 써 넣는 대목에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이제 이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다. 태양은 지금도 빛나고 있을까?

저편 벽에 걸린 시계가 보이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아아

친구여

모두

어머니

태양

나는 나는

                                                                                                                --- 같은 책, 274쪽


유태인으로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사회과학과 철학을 가르친 모르데카이 로쉬월드가 쓴 장편소설 <지하7층>은 핵미사일 발사 버튼을 담당하는 군장교 X-127의 일기 형식을 빌려 지구촌 인류 모두에게 전면 핵전쟁의 승자는 아무도 없으니 방사능 피폭으로 공멸하기 전에 평화공존의 길을 모색하라고 경고한다. 이 작품은 일반 독자대중 뿐 아니라 특히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인 발사버튼 담당병사들과 발사로켓 설계자, 핵물리학자, 거대단위 핵폭탄 제조공장, 소규모 원자폭탄 제조업체, 군(軍) 고위 장성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들과 정치가들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

▲ 인류가 자초한 대재앙으로 종이 멸망하고 한참 지나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아온다면 그들의 눈에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어 보일까? 원래 <지하7층>의 원고 초고에는 이러한 비유를 담은 서문이 붙었으나 2003년 이전까지의 출간본에서는 삭제되었다. 위 그림은 SF잡지 [어메이징 스토리즈] 1964년 2월호 표지이다.  ⓒAmazing Stories


애초의 필사본에는 화성의 고고학자들이 쓴 서문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2003년 이전의 출판본에서는 삭제되었다고 한다. 삭제된 내용은 핵전쟁으로 괴멸한 지구의 폐허에서 화성에서 온 외계고고학자들이 주인공 X-127의 일기를 발견한다는 설정이다. 삭제 이유는 이러한 프롤로그가 과학소설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현실적인 사회풍자로 가득한 이 소설의 분위기와 종결부의 진지함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 한다. <핵폭풍의 날>이란 제목으로 펴낸 국내 번역판에도 화성인 고고학자들이 등장하는 서문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장편은 TV단막극으로도 제작된 바 있으니, J. B. 프리스틀리(Priestley)의 각색으로 1966년 BBC 2채널에서 방영된 SF드라마 <미지로부터 Out of the Unknown>의 한 에피소드가 바로 그것이다.

▲ TV단막극으로도 제작된 <지하 7층>. 1966년 BBC 2채널에서 SF드라마 시리즈 <미지로부터 Out of the Unknown>의 한 에피소드로 방영되었다.  ⓒBBC 2

고장원 SF칼럼니스트 | sfko@naver.com

저작권자 2014.03.06 ⓒ ScienceTimes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pageno=5&searchatclass2=111&atidx=74485&backList=list&seriesidx=list&menuclassidx=111&%BF%AC%C0%E7=%BF%AC%C0%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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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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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레프트사이드(서울) | 작성시간 14.03.31 와.. 기가 막히는 소개글이로군요!! 대박 감상문 소개해 주셔서 감사요~ ^^

    이런식의 감상문은.. 정말.. 훌륭하죠.. 자.... 그럼 저 책을 구하러 고고~ ^^
  • 작성자besto(경북) | 작성시간 14.03.31 잘봤습니다. 우리같은 서민은 그냥1층에서 죽는거죠..
  • 답댓글 작성자레프트사이드(서울) | 작성시간 14.03.31 ^^ 그 경우는 그나마 선진국이나 준선진국의 경우인듯 싶고요..

    우리나라는 그냥.. 핵 발사 직전까지 계속 부인, 은폐, 조작하다가.. 핵발사 직후에 방송할 듯요.. ㅎㅎㅎ
    방공호에 들어가면 썩은 건빵이랑 삭아서 빵꾸난 맛스타.. 그것도 한 두 포대 정도 구석에 뒹궁고 있겠죠.. ㅎㅎㅎㅎ

    박ㄱㅎ는 한강다리 폭파하고 이미 동해 건너는 중인지도.. ㅎㅎㅎ
  • 작성자벨라(경남) | 작성시간 14.03.31 이왕 죽어야 한다면 ...고통이나 적었으면 합니다.... 착하게 살아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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