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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의 시대

우리 전문가들...

작성자코난.카페장(경기)|작성시간16.08.19|조회수1,602 목록 댓글 29

앞글 많은 격려 고맙습니다

사실 어제 콘디션이 안좋은 가운데 몇시간 쓰다보니 필요이상 감정적이고 불필요한 부분이 있었군요

지금 돈은 못(안?)벌지만 몇몇분이 우려하시는대로 그때문에 힘든건 못느끼고 있습니다 레알~

다행히 병원갈일은 없고 돈 사채쓴것도 없고 집에서 혼자 밥해먹으면되고 차바닥 부식되면 땜빵해서 쓰는거고(작년 주행중 엔진이 두세번 꺼진적이)ㅎ

후원 얘기가 나와서 참 곤란하고 당혹스럽습니다만 전혀 그럴필요 없다는것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내라면 스스로 벌어서 써야하는거죠 지금까진 제가 게을러서 안해서 그렇지...


잠시 푸념이었다 생각해주식 바랍니다

말나온김에 또하나 재미있는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얼마전 교육정책관이 '국민은 개돼지다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라는 말을 해서 난리가 된적 있었죠

그때 유명한  jtbc 썰전에서 이 이슈를 다루면서 끝날때쯤 유시민씨가 이런말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전에 사석에서 고위 공무원이 그런말(국민은 개돼지)을 한걸 사실 여러번 봤어요'


방송 끝날때쯤 지나가는 어투로 잠깐 나와서 기억 안나시는 분들도 많을테지만 분명 저런 발언을 하더군요 자신이 전에 장관을 하며 많은 고위 공직자와 관료, 언론인들을 만났고 술자리에서 얘기하는데 저런 어투로 말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는거였죠


근데 사실 충격적이게도 저도 최근 저런말을(어투포함)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에 관련된 얘기입니다


모 지자체와 모 안전협회에서 시민안전 프로그램을 새로 진행하면서 저도 자문위원이라고 와달라고 하더군요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말 도움되는 안전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할건데 네가 도시생존쪽 전문가이니 그쪽을 맡아달라고한거죠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시민안전 메뉴얼과 정책이 너무 부족한데 시민들에게 내가가진 생존지식을 알려줄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승락했고 또 고마웠죠

그렇게 몇달에 한번씩 가서 회의 참석합니다 참석하는 자문위원은 열댓명되는데 저빼고 다 대단하신분들이더군요

각대학 재난학 교수님은 여러명이고 고위 소방관, 대학 학장님, 언론사 주필, 방송국 피디, 법무법인 대표, 유명 홍보대행업체 , 원자력 연구단체 대위원같은 분들입니다 (사실 몇몇 단체분들도 더 있는데 그것까지 공개하면 좀 곤란해서 이정도로)


그렇게 프로그램이 작년부터 시작했고 시민대상 재난메뉴얼을 만든다해서 원고를 요청하더군요 저도 한 2주간 최선을 다해서 재난시대 생존법과 같은 내용으로 a4용지 30페이지가 넘게 써서 보냈지요 원래는 20페이지가 요청이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꼭 중요한것들만 모아놓으니 확 오버가 되더군요 그래도줄일수없어 보냈었죠

우리사는 도시에서 만약 큰 재난이 터지면 어떻게 대피하고 물과 음식을 구하는 법같은거죠

일본이나 미국은 재난시 일반시민들이 할수 있는 대처법을 아주 상세하고 전문적으로 서술해놨지만 우린 그런게 없잖아요

아 이렇게 우리도 제대로된 정책을 시행하는군아 싶어 너무 반갑고 기뻤죠


원고료는 국가지정이라 턱없이 적지만 시민들이 볼거라니 사명감을 갖고 만들었는데 책자에 제 내용이 아마 1/4정도 들어갔을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시민 배포용도 아니고 단체내 소수 사람들만 보는 책자더군요

결국 또 시민들이 제외된거죠

책자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하기에 예산이 부족하다면 단체 홈페이지에 올려도되는데 안된거죠

그러면서 이번엔 외국의 모재난관련 책자를 비슷하게 따라서 한국식으로 만든다고하더군요 물론 당연히 외주로...

전문지식이 특히나 재난관련 지식이 없는 대행업체나 대필작가가 얼마나 좋은 책자를 만들수있을지 우려되는거죠

그래서 제가 저번에 만들었던 그 책자에 이번 내용을 같이 합치고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게 더 좋지 않나요 했지만 이미 정해진거라네요


이렇듯 몇달에 한번 모여 자문위원 회의를 하는데 앞서 말한대로 대단한 분들이시더라구요

관련 지식을 풀어내고 정리하고 조율하고 사람들 앞에서 여유있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보면 참 멋지더라구요 일단 근엄해요 이래서 전문가군아 싶고 아 나도 이런걸 배워야 겠군아 싶었던...

회의 끝나고 식사를 하러갑니다

그렇게 술기운 오르고 주위에 위원분들 앉아 있기에 회의시간에 못했던 것들을 물어봅니다

국내 최고 재난전문가들이라는 그들의 속내를 술자리에서 확인할수 있게된거죠

결론을 말하자면 그술자리에서 충격먹고 한 2일간 멍했습니다 아 이런사람이 우리나라 재난전문가라니...일반인이랑 다를게 하나도없잔아

재난영화에서 관료나 재난전문가들이 우왕좌왕하고 엉뚱한 모습을 보이는게 영화상이기때문이 아니라 현실이었던거죠

학자는 책에 나와있는 일반 방재지식만 좋은 의미로 평생 연구할뿐이고 소방전문가도 우리가 익히 아는 그일만알고 그외에는 거의 관심도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것입니다

가령 대도시에 블랙아웃이나 대지진이나 큰자연재해가 났을때 혹은 전쟁이 났을때 대비법은 물론 생각조차 안해봤다는것입니다

그걸알고 서글프기도하고 웃기기도하고 ㅎ


알기쉽게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술자리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가 기억하는 거의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원자력전문가: 우리나라 원전 전혀 문제 없는데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너무 위험을 나대고 과장해 쓸데없이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있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위험하다는 정체모를 글로 선동하는거야

울진쪽 원전이 폭발해 방사능이 유출당하면 어쩌냐고? 걱정마 바람때문에 백프로 다 동해로 빠져나가 부산경남 안전하니까 쓸데업는 걱정마.  뭐? 해운대가 고리원전에서 20킬로라고? 그럴리가 없는데 자네가 잘못알고 있는거 아냐?


소방전문가: (얼마전 울진지진이 이슈가된후) 우리나라 지진 전혀 걱정할것업는데 사람들 필요이상 너무 민감해요  요즘 건물마다 지진 감지기가 있는데 그것도 다 쓸데없는 짓이야 떼어내야해.  지진나면 사람들 119막 전화한다지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외국에선 왠만큼 큰 지진나도 사람들 조용히 자기할거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너무 유난해


재난학 교수: 지하철에 화재방독면 있잖아 그것 다 쓸데없는 짓이야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하도 떠드니까 갖다놓긴했는데 다 포퓰리즘이야 다 없애야돼. 불나면 사람들 거기로 몰리면서 오히려 더큰 사고난다 차라리 다 없애는게 나아

그래도 없는것보단 낫지 않냐고? 그런 생각도 문제야 시민들에겐 차라리 물수건 주는게 더 나아

그렇다면  왜 언론에게 알리지 않냐고? 미쳤어 그럼 나만 이상한놈되. 내가 왜 그런 욕을 먹어야해


2월이후 전쟁분위기가 고조되자 이에 관해서 혹시 생각해본적 있느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자

전쟁? 안난다니까 절대 그럴일 없어 그런거 생각할필요도 없어 그런걸 꺼내는건 오히려 시민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할뿐이야


이들 관료와 학계 전문가들과의 대화에서 공통된점은

자기분야외에는 사실 거의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다...였습니다  해외 유명교수의 책이나 자료가 전부인거죠

그리고 중요한건 중요한 재난관련 자료는 자신들이 계속 가지고 독점 통제하고 필요한 부분만 국민들에게 알려줘야한다는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국민들은 대혼란과 공황(패닉)에 빠질것이다 이를 제일 무서워하더군요


이는 국민을 믿지못한다는 전제이고 왜 그간 우리정부의 재난대비 메뉴얼이 그리 허술하고 대충이며 형식적인지를 설명해주는거죠

메르스 대책이란게 낙타유나 낙타고기를 먹지 마라~라고 자신있게 말했던게 다 이유가 있었던겁니다


그걸 듣다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좀 큰목소리로 '우리는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재난전문가들이니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봐야하지 않나요' 해도 다들 말이 없더군요

참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이들이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하는 재난전문가들이라니... 큰 사건사고,재난마다 tv에 출연해 전문가로 조언하는 그분들의 역량은 물론 마음가짐마져 알았기에 정말 실망은 물론 충격에 빠졌던거죠 집으로 돌아가는 2시간내내 참 답답하고 슬펐었네요


이런분들앞에서 저같이 비정규 전문가가 하는일이 얼마나 못마땅하고 우스워보였을런지 그제야 알았습니다

홀로 활동하는 저도 그렇고 이렇게 우리가 카페에 모여 생존법을 논하는것도 그분들 입장에서는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주는 즉 선동 단체활동이었던거죠

국민에겐 정보를 통제하고 필요할때마다 조금씩 풀어주면 된다 실질적 대책이나 정보를 알려주기보단 국민의 패닉이 더 두려운 분들

그분들이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교육정책관의 생각을 어느정도 갖고있었다는것이죠


우리나라 재난영화에선 재난 그자체보다 정부와 전문가들때문에 더 속터지고 그들과 싸우는게 일이죠

그거 영화아닙니다 실제입니다

영화 '터널'에서 구조반이 사고현장에 도착해 관련 메뉴얼을 펼치자 '붕괴의 정의' 부분이 나오죠 그거 진짜입니다 이론과 형식에 집착하고 창의력도  열정도 없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오늘 나름 에둘러 말한다고했는데 관련분들중에 카페회원분들도 아마 있을겁니다 다음에도 회의 불러줄지모르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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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비미르 ㅡ 문승현 (숲에인) | 작성시간 16.08.20 이곳 스페인도 도낀개낀 입니다.
    코난님... 꺾이지 마시고 쭈욱 나가십시요. 응원합니다
  • 작성자김홍곤 | 작성시간 16.08.20 그런일이 있었다니... 코난 형님 힘내세요. 형님에겐 코난족이 있어요. 우리는 시민을 속이고 믿지않는 그런 생존전문가가 되지 않을거예요
  • 작성자카리마바드(경기,캐나다) | 작성시간 16.08.21 하... 정말 '국민'을 염두에 두고있는 높으신분들은 정녕 없는건가요.. ㅜ ㅠ
  • 작성자장군(인천) | 작성시간 16.08.22 코난님 제가 쪽지 하나 드렸는데요. 확인 부탁 드립니다. ^^
  • 작성자사랑(서울) | 작성시간 16.08.22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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