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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존법/ 메뉴얼

아파트가 정전이 되었습니다.

작성자푸른 숲(경기)|작성시간14.08.09|조회수1,346 목록 댓글 39

 

 

오늘 오후에 저희 아파트가 정전이 되었습니다.
비상등과 엘리베이터는 움직였지만 나머지는 모두 정전, 아파트 변압기 이상으로 방금 수리를 마치고 복구되었습니다.

 

그동안, 카페의 충실한 눈팅회원으로, 코난님 책도 엄청 정독한 모범회원으로서 여러 종류에 재난에 나름대로 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닥쳐보니 몇 시간동안의 정전에도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느낀 점 몇 가지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정전이 발생했을 때 계획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정전이 되거나, 다른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아들아이에게도 물부터 받으라고 교육을 하였습니다. 물통의 위치를 알려주고, 물통에 다 받으면 욕조, 세탁기,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 꺼내 물을 받으라고 누누이 강조했지요.

 

막상 정전이 되니 '물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우리 집만 정전인가? 아파트가 모두 그런가? 혹시 블랙아웃인가?' 머리 속이 복잡만 해지고, 처음에는 저희 집만 두꺼비 집에 문제가 있어 전기가 안들어 오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집만 정전인데 물을 받는건 너무 오바아닌가'라는 생각이 계속 나더군요.

 

물을 받아 말아 갈등하다가 복도에 나가 다른 집 계량기를 보니 모두 멈췄더군요. 창 밖을 보니 아파트 앞 이발소 삼색등은 잘 돌아가고... 우리 아파트만 정전이로구나 알 수 있었고, 정전이 길어질 경우를 대비해 그 때부터 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주차장은 완전 암흑천지이고요.

 

물통과 욕조에 물을 채우고, 세탁기에 물을 채우려 하니 정전으로 세탁기도 스톱... 따로 물을 부어 넣어야 하겠더라구요.

번거로워서 패스하였고, 정수기에서 식수를 미리 마련한 2L 빈 생수병에 담으라고 아들 놈 시켰는데,  정수기도 전기쓰는 거라 스톱, 정수된 물이 아니라 수돗물만 계속 담고 있더군요. 

 

2. 정전이 되니 정말 사용 못하는게 많더라.

 

앞 서 이야기한  정수기, 세탁기 안되고요. 가스렌지도 자동으로 차단되어 가스가 안들어 오더군요. 가스까지 끊어지니 갑자기 멘붕이... 이러다 정전이 길어져서 물까지 끊기면 그야말로 재난상황이다 싶더군요. 모기는 돌아다니는데 전기로 작동하는 모기퇴치기도 먹통.

 

컴퓨터, 와이파이, 스마트폰(밧데리 다 쓰면 충전 못해서 건들지도 않음) 다 못쓰니 일단 엄청 심심하더군요. 촛불이랑 랜턴은 있지만 책을 읽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더군요, (TV는 원래 없구요...)

 

3. 재난 대비로 준비해 놓은 것을 다시 점검해야...

 

재난을 재비한답시고 사놓은 중국제 태양광 랜턴은 간만에 꺼내니 무용지물이고요.(태양도 들어간 다 저녁때라...) 후레쉬야 많지만 후레쉬를 켜 놓을 수 없어 초를 켰는데 저녁때라 바람이 부니 촛농은 여기저기 튀고, 촛불은 춤을 추고, 끄을음이 엄청 나오더군요. 바람때문에 불이 커지니 초도 무지 빨리 타더군요. 잘못하면 불나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바람불면 초를 사용한 조명은 비추입니다. 랜턴도 캠핑용으로 가스쓰는거나, 건전지쓰는게 있어야 할 듯하고요,

가스가 떨어지니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쌓아논 고체연료쓰는 것도 매우 번거롭더군요. 부탄가스가 효율을 떨어져도 일정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이런 단 기간의 문제에는 더 나은 선택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4. 스스로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비상발전기가 도는지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은 나오더군요. 일단 정전발생 30분 후 첫 방송, "정전이 되었다. 바로 복구하겠다"

그로부터 1시간 후 "한전에서 나와서 점검중이다."(한전에서 복구반 오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림)

"복구 중이니 자꾸 관리사무소로 전화하지마라"(관리사무소 전화에 불이 나나 봅니다.)

네다섯시간이 지나 제가 살고 있는 동은 복구가 되었지만 다른 동들은 변압기를 교체해야 하여 시간이 더 걸린다는군요.

주말 저녁에 변압기 교체가 빨리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전기와 가스가 끊긴 상태로 하루 이상 지나는데 평소 준비가 없다면 상당히 고통스럽겠지요. 큰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주변은 멀쩡한데 단지 저희 아파트만 변압기 문제로 몇 시간 정전이 되는데도 마음이 심란하고,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어둠이 점점 드리우니 좀 무서워지기도 했어요. 집에 아이들만 있는 경우에는 큰 일이겠더군요.

 

어찌되었건 주말에 민방위훈련 한바탕 잘 했습니다. 아들 놈도 여러모로 느낀 바가 많다고 하더군요. 저도 느낀 바가 많습니다. 지금사는 아파트는 분양 받아 입주해 5년간 사는데 멀쩡한 새벽에 화재경보기를 울려 사람 놀래키더니, 녹색 수돗물이 나오기도 하고...이제는 실로 오랫만에 정전이...(저희 아들은 중학생인데 태어나 처음 정전 경험 해봅니다) 여러모로 훈련 잘 시킵니다.

 

아들과 저의 결론은 '우린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이러는데, 전혀 준비 안하고 사는 집은 어쩌면 좋냐...'입니다.

아파트는 정전이 되거나, 복구가 되거나 조용~~ 평온~~ 별 움직임이 없구요.

별 생각 없이 잘 들 지내시나 봅니다...

저희 가족도 좋은 경험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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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고선(충북) | 작성시간 14.08.12 그러면 이런 아파트의 단점을 원룸은 어떻게 보완하고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가지 예로 원룸은 가스차단은 안되지요^^
  • 답댓글 작성자B380(경북) | 작성시간 14.08.17 아파트와 원룸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듯 합니다. (물론 저 혼자 생각하는 예상입니다만...) 차이점은 대비를 어떻게 해놓았느냐이겠죠^^ 글 쓴이 님께서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 단기생존상황을 대비해서 부탄가스를 사놓으면 좋겠다 랜턴은 무한동력 태양광도 태양광이지만 가용성을 생각해서 가스나 베터리 랜턴도 있어야겠다 와 같이요 ^^
  • 작성자냥미 | 작성시간 14.08.13 저두 그저꺼였나 정전되었어요ㅠ 갑자기 선풍기가 멈춰서 놀랬다능ㅜㅜ 우리집만 정전되던데 어디 누전되서 그런건지..
  • 작성자B380(경북) | 작성시간 14.08.17 일종의 생존경험담이지만서도 글에서 사람냄새가 많이 나고 푸근한 느낌이네요~ ^^
  • 작성자zxzx | 작성시간 14.08.18 오호,좋은 경험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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