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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그 해 여름은 무더웠었네

작성자알리바바(서울)|작성시간20.09.15|조회수777 목록 댓글 11


2017년 미국이 북한과 전쟁직전까지 갔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이슈군요.

뭐 한반도야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70년 가까이 휴전상황이니...

이 이야기를 듣자 마자 1994년 그 때 일이 떠오릅니다.

1953년 휴전 이후로 한반도가 가장 전쟁에 근접했던 시기가 바로 1994년 여름이었죠.

당시 포천에서 갓 일병을 달고 군생활을 하고 있었던 저로서는 정말 아찔했던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 전해 1993년 북한은 NPT(핵화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는 영변에 핵개발을 의심케하는 시설들에 대한 국제사찰을 거부함으로써 미국내 강경파들을 자극하였고 이에 클린턴은 외교실패를 추궁당하며 정치적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결국 1994년 3월에는 남북고위당국자회담에서 그 유명한 "서울 불바다"발언이 나오는 등 남북간에도 상황은 악화됐고 그 해 5월 클린턴은 주일미군을 수만명 증파하고 항모 5척을 동해로 보내 북을 폭격하는 군사작전을 최종승인합니다.

이에 따라 사전에 한국내 미국 시민권자들을 안전지대로 도피시키는 소개령을 발동하자 그제서야 미국의 전쟁의지를 실감한 김영삼은 노발대발했고 국민들도 전쟁공포감으로 사재기에 돌입하면서 슈퍼에 물건이 동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훗날 김영삼은 자신이 전화로 클린턴과 싸워서 전쟁을 막은거라 자화자찬했지만, 실상 클린턴의 회고록에 적시된 '전쟁을 막은 슈퍼 히어로'는 따로 있었죠.

바로 김대중...

92년 대선에서 라이벌 김영삼에게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야인으로 떠 돌던 김대중은 마침 그 해 5월 초청을 받고 미국에 체류 중 친분이 있는 미국의 고위직 인사들에게 한반도 전쟁계획을 전해 듣습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간파한 김대중은 예정되어 있던 '내셔널 프레스클럽 초청 연설'( 미국내 기자, 특파원들의 연합단체로 전세계 명망가들을 초빙하여 국제적인 이슈에 대한 견해를 들어 여론화시키는 명실상부한 오피니언 리더 클럽)을 활용하여 미북간 핵시설일체폐기와 체제보장을 상호 약속하는 '일괄타결'과 중량감있는 미국 정치인을 특사로 보내 김일성과 담판 지을것을 제안합니다.

여지껏 강대강으로만 치닫던 북미관계에 실현가능한 실질적 해법을 제시했다며 객석에서는 모두가 기립박수를 쳤고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 한 기자가 특사로서 누가 적합할거 같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꼽았습니다.

이 모든 장면이 주요방송사를 통해 전 미국에 생방송으로 방영이 되었고 이 내용을 접한 클린턴 은 김 대중의 제안을 수용합니다.

이에 따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에 특사로 파견되어 김일성과 일괄타결에 합의하면서 6.25 이후 전쟁에 최근접했던 상황이 진정되는데요.

훗날 누군가가 김대중에게 지미 카터와 사전교감이 있었는지를 묻자 거절하면 들어줄때까지 부탁하려 했는데 흔쾌히 수용해줘서 의외였다는 조크성 대답을 내놓기도 했었죠.

또한 클린턴은 회고록에서 김대중을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스승이라 고백했는데 바로 그때 북한과 전쟁 일보직전에서 수백만명의 인명 희생을 막은 혜안에 감복했기 때문이라 적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미 카터와 회담 얼마 후 김일성이 급사하고 클린턴 이후 들어선 아들 부시 정권이 합의를 파기하면서 오늘에까지 이르렀지만 지금도 무덥기만 했던 그해 여름 무슨일이 있었는지를 회고하면 모골이 송연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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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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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람의대지(경기) | 작성시간 20.09.15 저 때 워 시뮬레이션 돌려보니 피해가 너무 커서 실행 안 했단 소문이...당장 민간인 사망이 백만명대....
  • 작성자야생동물친구 | 작성시간 20.09.16 이미 당시 북한은 핵보유국이었습니다 특히 소련 망할 때 핵미사일 핵잠수함 등 갖가지 완제품들과 과학자들 도면 등을 다 입수한 상태였고요

    전쟁 개시 3시간 전 계획이 중단되었는데요 시뮬레이션 결과 당연히 미국이 이기지만 모든 항공모함 전단을 잃게 되어 패권을 유지할 수 없게된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소련 극동함대에서 도입한 잠수함 때문에 본토를 타격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도 있었다고 하고요

    93년 5월경 북한이 태평양 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94년 언론에서는 북한이 아프리카 등지에서 핵실험 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쟁 계획을 중단한 후 경제제재를 통한 붕괴 계획을 세웠고요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면서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습니다

    햇볕정책은 북한에 자본주의를 심고 공작으로 내부 붕괴를 노리겠다는 공격 계획입니다 오바마는 세월호를 침몰시켜가며 한반도 전쟁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려 하였고요 트럼프는 햇볕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햇볕정책에는 남북 통일이 필수입니다
  • 작성자rmfksl(인천) | 작성시간 20.09.16 저런일이있었군요.수백만의 목숨과 우리민족의 번영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위기를 막아주었다니, 김대중 전대통령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대비하고살자 | 작성시간 20.09.25 94년 성인되었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모르고 밤새 술먹고 시간 허비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 작성자로젠한 | 작성시간 20.12.18 94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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