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러시아에 가서 전승 기념 행사를 보고 왔습니다.
올해는 전승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여서 러시아 각지에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열렸고 우리 나라와 가장 가까운 블라디보스톡에서도 행사가 열려 그곳에서 행사를 지켜보러 러시아로 향했습니다.
계획에는 전날인 5월 8일에 러시아로 출발해서 9일 아침에 열리는 퍼레이드를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8일에 가지 못하고 9일 당일에 되어서야 출발을 하게 되었고 공항에서 출발하기 전에 러시아인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니 이미 퍼레이드가 끝났다고 하더군요. 러시아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10년 단위로 대규모 기념행사가 열리지 매년 대규모 행사가 열리지 않아서 다음에 이런 대규모 행사를 보려면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정말 아쉬웠어요. 9일 당일에 공항에 내려 시내에 도착하고 숙소에 짐을 푸니 이미 초저녁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야간 행사가 남아 있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나치가 연합군에 항복한 전승 기념일은 5월 8일로 알려져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5월 9일이 전승 기념일이고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8일을 기념일로 하면 러시아는 이튼 날인 9일을 전승 기념일로 삼고 기념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러시아인 친구들에게 5월 8일에 SNS로 전승 축하 메세지를 보내니 러시아는 내일이 기념일이라 답신이 와서 저도 알게 되었어요.
1945년 5월 8일 2대 총통이 되니츠가 연합군에 항복을 해서 유럽에서는 전쟁이 끝나게 되었지만 나치가 영국과 미국 등 서방 국가에 항복한 날이 8일이고 소련에게 항복한 날은 9일이어서 러시아는 5월 9일을 전승 기념일로 삼고 10년 단위로 대규모 전승 기념 행사를 열고 있어요. 자본주의화가 되고 나서는 그런 분위기가 조금 줄었는데 러시아에서 전승 기념일은 우리나라의 설과 추석 중국의 국경절이나 미국의 독립 기념일과 같은 큰 명절입니다. 그래서 낮에 열린 대규모 퍼레이드를 보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시내를 둘러보며 그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어로 승리 70년이라는 의미입니다. 전쟁에 승리해서 평화가 이루어 졌다는 의미로 비둘기가 그려져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공항에서 부터 전승 70 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물이 가득 했습니다.
전승 기념식 광고판입니다. 5월 9일이 승리의 날리라는 뜻이고 9시 부터 행사가 열린다는 뜻입니다.
제가 시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행사가 끝이 났었죠.
저녁이 되자 중앙 광장에는 야간 행사가 열려서 도로에는 차량이 통제되고 많은 인파가 모였습니다.
화려한 불꽃 놀이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전승 기념일 당일에 찍은 러시아 해군 태평양 함대 사령부 건물 사진입니다.
오전에 열린 대규모 퍼레이드를 보지 못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저녁에 모인 인파에서 전승 70 주년을 기념하는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어요.
이것은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이에요. 오전에 대규모 퍼레이드가 열렸을 때 모습입니다.
10년은 지나야 다시 볼 수 있는 장면인데 직접 못 본것이 정말 아쉬워요. ㅠㅠㅠ
이 사진도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고 퍼온 사진인데 전날인 8일 저녁에 예행 연습 하는 모습입니다.
광장에는 독소전을 소재로 하는 그림들이 전시 되었습니다.
태평양 사령부 옆에 잠수함 박물관이 있고 2차 대전 전몰 장병 추모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 전몰장병들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꽃과 촛불로 파시즘에 맞써 조국을 위해 산화해 간 전몰 장병들의 희생을 기렸습니다.
저도 우리나라가 연합군이 파시즘을 무찌르고 일제가 패망하여 해방이 된 것을 기억하며 블라디보스톡 시민들과 함께 전몰 장병들께 묵념을 드렸습니다.
이 사진은 다음 날 낮에 찍은 사진인데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야크 전투기가 잠수함 박물관과 추모 공원 맞은 편에 전시 되어 있었습니다. 비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 된것은 아니고 내부 엔진과 부품은 모두 제거되고 외형만 보존 되어 있는 상태 였어요.
2차 대전때 나치에게 점령당한 나라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영국으로 망명해 나치와 전쟁을 계속했는데 일부 프랑스인들이 소련으로 망명했고 소련 공군에 프랑스인으로 구성된 비행대가 있었습니다. 영어로 노르망디라고 쓰여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사진 속의 기체는 소련 공군 내에 배치된 프랑스인 편대를 기리기 위한 기념물입니다. 그리고 2차 대전에서 프랑스와 소련의 우호를 기념하는 전시물이 공원과 광장에 설치 되었습니다. 전시판 속 사진에는 2차 대전에서의 소련과 프랑스의 우호를 기리기 위해 프랑스의 라팔과 러시아의 야크 전투기가 함께 비행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어요. 저도 예전에 월간 항공에서 2차 대전 중에 소련 공군에서 활동했던 프랑스인 편대에 대한 기사를 본적이 기억납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서 러시아 전체에서 반미 반서방 감정이 팽배해 있고 비정상 회담에서도 일리야가 그정도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는데 블라디보스톡은 항구 도시로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하고 특히 미국 일본과 같은 서방 국가와 교류가 많아서 반 서방 정서가 다른 지역에 비하면 훨씬 덜한 분위기입니다.
항구의 한편에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출항하여 전쟁에 참전한 선박과 승무원들을 기리는 기념 시설이 있습니다. 전승 기념일을 맞이하여 많은 시민들이 기념비에 꽃을 바쳤습니다. 기념비를 보면 이름이 빽빽하게 적힌 기념비가 있고 배 그림만 그려진 기념비도 있는데 이름이 많이 적인 기념비에 많은 꽃이 올려져 있죠. 많은 이름이 적혀 있는 기념비는 배가 독일군의 공격을 받아 많은 희생자를 낸 선박으로 전사자의 이름이 적힌 겁니다.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은 동판은 희생자 없이 무사 귀환한 배를 나타내는 것이고요.
기념 시설 위로 지나가는 다리는 한국 건설에서 세운 것입니다. 비록 전쟁이 끝난 직후로는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리어 러시아가 우리의 적이 되었지만 동부전선에서의 전쟁이 2차 대전의 주 전장이고 가장 큰 규모의 전선이어서 우리나라가 해방을 이룬데 소련 인민과 장병들의 희생이 정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출항해 전장으로 나간 러시아 선원들의 희생들 덕분에 우리나라도 독립을 하고 지금과 같은 번영을 이루어 러시아에 이렇게 큰 다리를 놓게 된데에 정말 큰 감회를 느꼈습니다.
시베리아 철도가 시작점인 블라디보스톡 역에는 그것을 기념하는 증기 기관차가 전시 되어 있는데 전승 기념일을 맞아 그에 맞는 장식이 이루어지고 전쟁에 나선 철도 승무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꽃을 바쳤습니다.
전쟁은 결국 전쟁 뒷바라지 싸움인데 블라디보스톡은 태평양에서 시베리아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어 전쟁 중에 미국에서 태평양을 거쳐 미국에서 들어온 군수 물자가 열차를 통해 이곳을 출발하여 유럽의 전장으로 향했고 블라디보스톡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동부전선의 지옥의 전장으로 향했습니다.
중앙 광장과 주 청사 바로 옆에는 우수리스크주 역사 박물관이 있는데 전승 기념일을 맞아 사진 보다는 그림으로 전쟁을 기념하는 전시물을 주로 게시했습니다. 전쟁 장면을 그린 그림과 이 지역 출신 참전 장병들의 초상화를 전시 했어요.
오랫만에 러시아에 와서 러시아인 친구들과 만나 해변으로 가서 고기를 구워 술을 마셨습니다. 한류 열풍으로 인기가 높은 한국 아이돌 연예인 사진을 선물로 주니 정말 좋아하더군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의 타격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연해주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체를 두고 보아도 경기가 크게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뱅크런이나 사재기가 일어날 정도는 아닙니다. 울나라로 치면 IMF 사태 벌어졌을 때 정도는 아니고 2011년에 디폴트 사태 일어나가 주가 크게 떨어진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 수준입니다.
요즘 러시아 경제 나빠졌다고 하니 제 주변에 몇몇 머저리들은 예전에 러시아가 외환 위기를 겪었을 때 러시아 여자들이 돈에 쫓겨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일이 많았던 일이 다시 벌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날 거라 봅니다. 도저히 그정도 수준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때 돈에 쫓겨 결혼 했던 여자들도 지금은 발등의 불 꺼지자 거의 대부분 이혼하고 러시아로 돌아 갔는데요.
우리가 단순히 돈이 많다는 이유로 사우디 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나라를 선진국으로 동경하지 않듯 러시아와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나라들도 단순히 한국이나 일본이 경제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선진국으로 동경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신들이 백인이라는 인종적인 우월감도 있고 지구의 절반을 지배한 강대국의 후예이며 학문과 예술이 발달한 문명 국가라는 자부심과 긍지가 아주 높습니다. 몇몇 세상 물정 모르는 인간들은 몇몇 러시아 여성들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윤락업에 종사하는 것만 보고 러시아를 동남아 국가와 동일시 여기는데 그런 생각으로 러시아에 가서 동남아에서 행동하듯 행동하고 특히 젊은 여자들에게 함부로 추근대면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은 자신들이 강대국이고 백인이어서 한국은 물론이요 일본까지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물론 졸부 근성 발휘하지 않고 예의바르고 친절하게 행동하면 아무일 없지만요.
워낙 북쪽 지방이어서 계절이 한국보다 2달은 늦다고 보면 됩니다. 5월 초순에 개나리를 비롯한 봄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한국의 3월 초순과 같은 날씨 였습니다. 긴팔 옷은 물론이고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둘러야 할 정도로 추웠어요. 제가 2년전에 유학을 갔을 때도 6월 중순에 도착했는데도 긴팔 옷 입어야 할 정도 였어요. 북쪽 지방이다 보니 여름도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서늘합니다.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의 연해주에서 가장 남쪽인데 더 북쪽인 하바롭스크 같은 곳은 지금도 한겨울일 겁니다.
공원에는 2차 대전 때 쓰였던 전쟁 독려 포스터가 전시 되었습니다.
적백 내전과 러일 전쟁에서 희생된 전몰 장병을 기리는 추념 시설도 많은데 그곳에도 시민들이 꽃을 바치며 전몰 장병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이곳은 그리스 정교에서 종교적인 측면에서 전몰 장병을 추모하는 시설인데 이곳에도 많은 시민들이 꽃을 바치며 전몰 장병의 넋을 기렸습니다.
시내 곳곳에는 전승 70 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물이 내걸렸습니다. 원래 러시아는 소련 시절의 영향으로 전국 각지의 병영 체제의 잔재로 2차 대전을 기념하는 시설이 많은데 블라디보스톡은 거기에 더해 러일전쟁의 전장이며 적백 내전에서 백군의 마지막 근거지로 적백내전에서 최후의 결전장이 되어 여느 도시 보다 더 많은 전쟁 기념물과 전몰자 추도 시설이 있는데 전승 70 주년을 맞아 그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지금도 러시아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붉은 바탕에 낫과 망치 그림이 쓰이는데 이 문양을 공산주의 소련의 상징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금도 독일의 검은 철십자가 민주주의 독일 연방군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해 하면 될 것입니다. 일본의 욱일 승천기는 일본 어민들이 만선과 풍어의 바램을 담은 상징에서 기원하여 군국주의 시대 일본 해군의 상징으로 쓰이고 지금도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쓰이고 있는데 그 근원적인 의미는 모르고 욱일 승천기 자체가 전체주의의 상징으로 여기고 감정적으로 과민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것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붉은 바탕의 낫과 망치 표식도 소련의 잔재로 빨갱이 표시라고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공산주의와 무관하게 러시아 사람들은 붉은 색을 좋아해서 러시아어에서 아름답다와 빨갛다가 발음이 같고 낫과 망치는 노동자와 농민의 나라 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겁니다. 지금도 러시아는 제정 시대나 소련 시대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거의 대부분이 생산 노동자 아니면 농민이니까요. 다만 붉은 바탕위의 낫과 망치가 소련 시대에 러시아가 지구의 절반을 지배했던 강대국의 영광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저 표시가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소련의 강대한 영광의 상징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해석입니다.
러시아는 일년의 절반이 겨울이어서 흰 눈에 덥혀 있어 화려한 색깔을 내는 존재가 드물어 러시아 사람들이 빨간색을 좋아하고 특히 꽃을 좋아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꽃을 워낙 좋아해서 다른 상점들은 초저녁에 모두 문을 닫는데 꽃집만은 편의점 처럼 24시간 문을 열 정도에요. 그런 이유로 소련의 영향을 받아 북한 사람들도 우리 눈에는 유치하고 조악해 보이는 조화로 중요 행사를 꾸미고 있고요.
역 앞에 세워진 레닌 동상입니다. 지금도 레닌은 명실 공히 러시아의 국부로 최근에는 푸틴의 팽창정책에 대한 반감 때문에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나라들에서는 레닌에 대한 존경심이 많이 줄었지만 러시아 내에서는 아직도 큰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소련 시대에는 북한과 중국이 죽은 김일성과 모택동의 지배를 받듯 레닌은 영원 불멸의 존재로 죽어서도 러시아를 통치하는 신과 같았고 매년 전승 기념행사는 모든 것이 레닌의 공적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기고 레닌을 찬양하는 행사로 이루어지다시피 했었죠. 지금도 러시아 사회에 레닌에 대한 존경심 크게 작용해서 레닌의 동상 앞에도 많은 사람들이 꽃을 바쳤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다른 추도 시설에는 꽃이 넘쳐나게 쌓여 있는데 레닌의 동상 앞은 썰렁했습니다. 호환도 딸랑 두개만 있엇는데 그중 하나는 한참 전에 갖다 놓은 낡은 화환이었습니다. 저는 백성들을 들볶고 쥐어짜는 로마노프 왕조를 타도하고 인간의 힘으로 사회 역사를 정복한 러시아 혁명과 혁명을 이끌었던 레닌의 이상은 높히 평가합니다. 하지만 레닌은 결코 존경 받을 수 없는 인간이라 생각합니다. 부의 재분배를 빌미로 개인의 재산을 국가가 도둑질하고 민중 해방을 외치면서도 혁명으로 독재의 기반을 닦고 의회를 해산 시켜 민주주의를 반대하고 남몰래 부정 축재를 해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려서 정말 속다르고 겉 다른 인간이 레닌이죠. 그의 혁명 동지인 트로츠키도 별반 다를 것이 없고요.
저는 설사 레닌이 단명하지 않고 레닌이 트로츠키를 후계자로 지명하여 후계 구도를 확실히 하여 레닌 사후 스탈린이 집권하지 않았다면 대숙청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학살이 일어나지는 않았겠지만 소련이 학살과 공포 정치로 인해 전제주의 독재 국가로 변해 가는 것은 매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푸틴의 독재 정치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팽창 주의를 지지하여 전체주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여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하고 있는데 레닌에 대한 찬양과 존경심이 많이 줄어든 것을 보니 러시아 사회가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스탈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존경심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 러시아인 친구들 중에서도 스탈린을 존경한다고 말하며 스탈린의 대숙청이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러시아 내에서도 아직까지 스탈린을 존경하는 사람이 많고 그에 대한 평판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민주국가에서 자유와 인권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눈 뜨고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스탈린은 히틀러와 다를 것이 없는 살인마 독재자 전쟁광이며 이념을 떠나서 도저히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 없는 인물인데 그에 대해 호의적인 러시아의 여론에서 아직 러시아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권이 자리 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박정희 전두환 이승만을 독재자가 아닌 국가 발전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분위기와 같은 맥락이죠.
그리고 전승 기념일을 맞아 이런 표식을 부착한 차량을 많이 보았습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무기를 꼽으라면 단연 AK-47인데 2차대전에서 활약한 무기를 꼽으라면 러시아 사람들은 T-34를 생각하나 봅니다. 카츄샤 로켓포와 야크 전투기 슈토르모빅 공격기도 있는데 T-34를 2차 대전 승리에 가장 크게 기여한 무기로 여기는 분위기에요. 그래서 블라디보스톡에도 2차 대전에 참전했던 T-34 전차를 전시하며 이 지역에서 출전한 참전 장병들의 무훈을 기리는 곳이 있고 어느 상점은 T-34 전차를 광고용으로 앞에 세워 두기도 했어요. 그곳은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이어서 이번에는 가보지 못했는데 아마 그곳에도 사람들이 그 앞에 꽃을 한무더기 바쳤을 겁니다.
어찌 보면 T-34는 우리에게는 애증이 함께하는 병기죠. 나치를 파멸시키는데 큰 기여를 해서 우리 민족의 해방에 크게 기여 하는 한편 한국 전쟁에서는 침략의 선봉에 서서 전쟁의 비극의 중심이 되는 무기였죠. 저도 반공주의자이지만 T-34는 현대 전차의 효시로 전투기로 치면 팬톰이나 미그-15 세이버와 같은 존재로 새로운 개념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낸 전차이죠. 기술적인 면 역사적인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고 생산성까지 탁월해서 인간이 만들어낸 전차 중 최고의 전차라고 저는 꼽고 싶습니다.
작년 부터 전승 70주년 맞추어 여행을 계획했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겨 퍼레이드를 놓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다시 대규모 전승 기념 행사를 보려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때는 돈도 더 많이 모으고 러시아어 공부도 더 많이 해서 모스크바로 전승 기념식으로 보러 가고 싶어요. 그리고 2년 뒤면 러시아 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그것을 기념해서 대규모 행사가 열릴지 궁금하군요.
또 다른 한편으로 2차 대전에서 동부전선이 주전장이 되어 소련 인민의 희생과 분투 덕분에 다른 전선에서도 연합군의 승리와 전체주의의 파멸이 이루어 졌는데 푸틴의 팽창주의 때문에 냉전이 끝나고도 전승국들이 함께 승리를 축하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모습이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보수로 갈리어 삼일절이나 광복절을 기념하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씁슬하고 전체주의를 파멸시킨 세계사적인 전승 기념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