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만 가면 의사가 되서 한 달에 적어도 600의 월급을 받고,
개업을 하면 일 년에 수억을 버는 줄로만 알고 의대에 갔다.
난 쥐뿔도 없는 우리 집을 드라마에 나오는 실내에 계단 있는 2층집에서 사는 집으로 바꿔보고 싶어서 의대에 갔다.
다른 학과는 졸업 후에 대학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며 먹고 살지만.
그래도 대학에서 배운 것으로 일을 해서 먹고 사니 가장 실용적인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의대에 갔다.
하지만 역시 안정적인 돈벌이가 목적이었다.
19살에 강남이란 동네가 내가 사는 동네와 뭐가 다른지도 몰랐던 철부지였었는데
입학생 중에 절반 이상이 아버지가 의사이거나 강남의 있는 집 아이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의사가 개업을 한다고 하면 은행에서 앞뒤 안보고 개업할 돈을 꿔준다고 주워들었었는데, 그것 또한 부모들이 잘 모르고 막연히 하던 꿈같은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턴1년을 마치면 전공과목을 정해서 레지던트를 지원해야 하는데. 이때 돈 없고 빽 없으면 최악의 노가다인 외과, 응급실, 산부인과 등등 돈도 안 되고 몸만 힘든 것을 하게 되고,
의사 아버지를 두거나 강남 있는 집 자식쯤 돼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안과, 내과 등등 응급환자도 없고 위험하지도 않고 돈도 잘 버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턴만 마치면 누구나 일반의로 개업을 할 수 있지만. 개업할 돈이 없으면 그나마 못하고 인턴만 마쳐서는 아는 게 없어서 동네에서 감기약이나 짖고 포경수술이나 하면서 먹고 살아야한다. 하지만 동네 사거리를 한번 둘러보라. 적어도 네다섯 개의 개인 병원이 있다. 인턴만 딸랑 마친 신출내기가 무슨 수로 병원을 개업해서 밥을 먹고 살겠는가... 무모한 짓이다.
만일 집에 돈이 있다면 미국 병원으로 기술을 배우러 가면 된다. 하지만 없는 집 의사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있는 집 여자들이 결혼 하려고 줄을 선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의사 나부랭이 별로 쳐주지도 않는다. 그건 7,80년대에 맹물주사 한방에 몇 백 받아먹던 때 예기이다.
의대 공부는 인간복사기가 되는 것이다. 의대 다니면 책값이 많이 든다고? 웃기는 소리 하질 말거라.. 책 볼 시간 없다. 기출문제(족보), 선배들 강의 노트정리(매뉴얼) 달달 외울 시간도 없는데 영어로 써진 책을 언제 보고 앉았냐.... 족보와 매뉴얼은 복사실에 가면 있다. 복사실 아저씨가 학년만 대면 알아서 복사해 주신다. 의대생들은 책값을 받아서 삥땅쳐서 술값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순진하게 책을 사서 읽는 놈은 F다. F 두개면 유급이다. 1년의 시간과 등록금이 날아간다. 군대 영장은 날아온다.
이해할 시간도 없어 뜻도 모르고 외우다 보니 선배들의 오탈자와 낙서 까지도 답안지에 그대로 적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답안지에는 많이 쓰는 놈이 장땡이다.
가운입고 폼만 잡았지 6년 내내 뜻도 모르고 선배들 노트 달달 에워서 학점 딴 이런 사람들이 환자를 치료한다면 오히려 역설적으로 환자 치료는 누구나 약간의 교육만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꼴같잖은 좁아터진 곳에서의 경쟁이다 보니 서로의 유치한 견제도 장난 아니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대학에서 가장 먼저 경험했다. 나중에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선배와 교수한테는 X구멍까지 핥는 시늉을 한다. 19살 20살이던 그때 직장에서 상사나 거래처한테 아부하네 어쩌네 하는 거 듣기만 했지.. 직접 눈으로 보니 거참 가관이더라...
이런 곳이 의대이구나 하고 직접 격어 보니.. 난 개뿔 없는 집의 자식이고 인간복사기 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이건 도대체 답이 안 나오더라.. 나중에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방의 작은 병원의 월급쟁이 의사나 하면서 밥이나 먹고 살아야 하겠더라.. 만날 수술실, 응급실에서 밤 세고 온갖 의료사고 위험은 무릅쓰고... 도대체 내가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
그래서 첨부터 하고 싶던 것을 하기로 마음먹고 일단 휴학을 하고 군대를 갔다..
군대 가면 만날 두들겨 맞고 그런 줄 알았는데 나는 고등학교 친구들 보다 몇 년 늦게 가는 바람에 그래도 운 좋게 맞지는 않고 군 생활 했다.
그리고나서 지금 분야의 일을 하고 있다...
내 기술로 일을 하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가 느낀 사회는 실제로 일한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이 하는 일의 가치는 낮게 보면서 입만 나불대며 중간에서 해 처먹는 것들이 대부분의 몫을 가져간다.
그런 것을 그들은 영업이라 부른다.
영업이란 세치 혀와 종이쪼가리로 남을 착취하는 고도의 기술이란 말인가?
저렇게 세치 혀와 종이쪼가리로 편하게 돈을 벌려고 사람들은 그토록 좋은 대학을 나오려하고 스펙을 쌓으려고 하는 것인가?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벌려고 대학과 스펙을 쌓지만 다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왜일까?
처음부터 대학과 스펙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이 만들어 놓은 대학과 스펙이라는 틀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꼭대기의 자리는 줄서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승진해서 그 자리에 올랐나? 사장이 승진해서 그 자리에 올랐나?(월급 사장은 사장으로 안쳐줌)
아니다 .
가장 꼭대기의 자리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피라미드를 기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피라미드를 만들면 된다.
삼성 LG같은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 필요도 없다. 나하나 먹고 살 수 있는 작은 피라미드를 쌓으면 된다.
그 피라미드가 삼성 LG처럼 커질 수도 있고 그냥 나하나 먹고 살 만큼의 크기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문제는 피라미드는 원래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다.
왜 새로운 나만의 피라미드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가.
자기가 애써 만들어 놓은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누가 순순히 양보하겠는가...
(여기서 피라미드를 다단계로 오해하지 말기를...)
새로운 피라미드를 만드는데 대학과 스펙은 전혀 필요치 않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러했다.
취직면접이 아니고는 그 어디에서도 일을 할 때 대학과 스펙을 묻지도 않더라..
단지 일을 할 수 있나 없나를 데몬스트레이션해서 보여주기면 하면 되더라..
제품이 작동하나 안하나만 보더라...
스펙은 기득권자들이 편의상 만들어 놓은 허상이고 하나의 장사 수단이고
대학은 허상과 환상을 파는 거대한 기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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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란 허상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과 싸워서 투쟁하려고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싸우고 투쟁해야할 그 대상은 대학이 아니라 대학과 스펙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을 묵인하는 자기 자신과
대다수 사람들의 틀에 박힌 고정관념이다.
그렇다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붙들고 대학은 썩었다고 입 아프게 설득하며 대학을 바꾸자고 머리띠 두르고 시위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대학과 스펙이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줘라..
이런 말을 듣는 순간 "그래도 대학하고 스펙이 없는데 어떻게 취업을 하고 돈을 버나"라는 생각이 스쳐갔다면, 대학졸업자는 쉽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떼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 사람의 대학 학력을 궁금해 하는 자기 자신부터 바꿔라.. 그렇지도 않으면서 대학교육은 쓸모없다고 비판을 한다면, 힘들게 대학생이 된 나를 왜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지 않느냐고 떼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대들의 부모들은 둘 중에 어떤 말을 해주었나?
1. 대학 나온 놈을 밑에 두고 부리며 살고 싶으면 공부해라.
2. 대학 나와야 좋은데 취업하니 공부해라.
아마 2번일 것이다.
훌륭한 노예가 되라고 세뇌를 한 것은 그대들의 부모들이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받아들인 것은 자기 자신이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나 자신도 세상의 일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