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난한 농부가 살았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밭에 나가 열심히 일했다.
쟁기질이 끝나고 시장기가 돌 무렵이면
나무 밑에 놓아둔 빵 한 조각을 먹었다.
그런데 어느날 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는 맹물로 허기를 달래며 말했다.
'오늘 하루 굶는다고 죽지는 않겠지.
누구든 그 빵이 필요했으니 가져갔겠지.
그 사람이라도 잘 먹으면 좋겠군.'
그런데 그 빵을 훔친 것은 마귀였다.
마귀는 농부가 죄를 짓게
만들려고 빵을 훔쳤던 것이다.
하지만 농부는 빵도둑에게 악담을
퍼붓기는 커녕 오히려 축복했다.
그 마귀는 대장 악마에게 야단을 맞았다.
악마다운 지혜가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마귀는 다른 술책을 꾸몄다.
농부의 빵을 훔치는 대신 농부의 빵을
늘려주기로 했다.
하인으로 변장한 마귀의 도움으로
농부는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들어도
많은 수확을 하게 되었다.
곡식이 남아 돌자 마귀는
그것으로 술을 만들라고 부추켰다.
마침내 허기를 달래주던 일용할 양식이
쾌락을 위한 도구로 바뀐 것이다.
술이 생기자 농부는 친구들을 불러들여
먹고 마시며 놀았다.
술자리를 마칠 즈음이면 너나할 것 없이
인간의 모습은 간데 없고
동물들로 변했다.
농부 타락의 비책을 묻는
대장 악마에게 마귀는 대답했다.
자기가 한 일이라곤 농부에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수확을 준 것 밖엔
없다고 말했다.
남아 도는 것이 생기자 농부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자신의 쾌락을 위해 쓰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인간의 마음에 묶여 있던
여우와 늑대와 돼지의 피가 다 뛰쳐
나오더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톨스토이(1828~1910)의
'마귀와 빵 한 조각'이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이다.
어쩌면 톨스토이 자신의 본성과
탐욕에 대한 고찰에서 나온 글일 것이다.
인간은 적당한 결핍이 좋고, 그것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자족하게 만들며,
하느님을 의탁하게 만든다.
그러나 흘러넘침과 풍요는 사람을
교만과 나태로 인도하고,
감사를 잃게 하며 죄를 짓게 한다.
너무나 교활하고 인간의 약점을 잘 아는
악마와 그 졸도들은
가랑비 옷깃 젖듯이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또한 천천히
천천히 인간을 망가트린다.
그러니 우리는
늘 깨어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루카 복음 12장 15절에서
분명히 말씀하신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