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43)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4)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겐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45) 마태오 복음 5장 43절의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는 문장은 '그리고'라는 접속사 '카이'(kai; and)를 사이에 두고 완전한 대칭을 이룬다. 즉 '사랑해야 한다'의 '아가페세이스'(agapeseis)와 '미워해야 한다'의 '미세세이스'(miseseis)가 대칭을 이루고, '네 이웃을'에 해당하는 '톤 플레시온 수'(ton plesion sou)와 '네 원수는'에 해당하는 '톤 에크트론 수'(ton echthron sou)가 대칭을 이룬다. 그래서 문장 구조를 보아서는 '네 아웃을 사랑하는 것'만큼 '네 원수를 미워하는 것'이 동일하게 비중을 지니는 가르침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하지만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레위기 19장 18절에 나오지만, '네 원수를 미워하라'는 표현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은 성경의 가르침이라기 보다는, 당시 유대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보편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로마의 압제하에 있었으며, 이민족과 반민족자인 동족들이 압제를 받고 있었으므로, 이들을 공통의 적으로 생각하고 증오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고 정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와 같은 당시의 시대상을 지적하시며 이웃 사랑의 새 기준을 제시하고 계신다. 마태오 복음 5장 44절의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에서 '사랑하여라'에 해당하는 '아가파테' (agapate)는 앞절의 '사랑해야 한다'에 해당하는 '아가페세이스'와 동일한 단어이며, 원형은 '아가파오' (agapao)이다. 이 '아가파오'(agapao)는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타낼 때도 사용된 단어로서 자기 희생적인 순수한 사랑을 나타낸다. 사실 아담과 하와의 본성으로는 결코 원수를 사랑할 수 없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대상이 비록 원수라 할지라도, 그 원수에 대하여 본성과 계산을 뛰어넘어 무조건적인 사랑만을 베풀라고 요구하신다. 이런 사랑은 우리 자신이 하느님 앞에 자신을 비우고, 그 비운 자리에 하느님께서 몸소 들어 오셔서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이런 사랑은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아가페 사랑이 자신에게 임한 체험을 가진 자만이 확신을 가지고 원수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에서 '기도하여라'에 해당하는 '프로슈코마이' (proseuchomai)는 '~을 위하여'라는 뜻의 전치사 '프로스'(pros)와 '기도하다', '원하다'는 뜻의 '유코마이'(euchomai)의 합성어로서, '~을 위하여 간구하다'는 뜻이다. 특히 여기서는 현재 명령형으로 쓰여서 지체하지 말고 기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원수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인내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자세에까지 나아가는 것은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수님께서는 천국 시민인 하늘에 계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들에게 마땅히 이 수준까지 이르러야 함을 말씀하고 계신다. 마태오 복음 5장 4절의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에서 순수한 영이신 하느님의 편재성(偏在性)과 초월성을 나타내는 '하늘에 계신'이라는 표현으로서 유한한 인간과는 다름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자녀'에 해당하는 '휘오이 푸 파트로스'(hyoi tou patros; the sons of Father; the children of Father)에서 '투 파트로스'(tou patros)는 '아버지의' 라는 뜻을 지닌 소유격이다. 희랍어에서 소유격은 그 속성을 나타내어 '아버지를 닮은 아들', '아버지의 속성을 가진 아들'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로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고 불림받기 위해서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속성을 본받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마태오 복음 5장 45절은 믿는 이들이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해야 하는 이유를 밝혀 주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하느님께서 악인과 불의한 이에게도 은혜를 내려주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속성을 본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자도 당연히 하느님과 같이 악인과 불의한 이를 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악인과 불의한 이에게 베푸시는 은혜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은혜가 아니라 소위 말하는 일반 은총이다. 일반적인 은총이란 악인과 의인의 구별없이 모든 사람에게(사도14,16.17) 세상 보존 및 상선벌악 (권선징악)을 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로마13,1~4). 출처: 피앗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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