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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산 깊은 물

마시란 해변의 주객전도

작성자이영균|작성시간26.06.16|조회수0 목록 댓글 0

마시란 해변의 주객전도

 

이영균

 

 

한때 이 해변의 주인이었을 갈매기

갯벌을 밀고 달려오는 밀물

그때가 저들에겐 최고의 시간이었으리

밀려오는 파도마다

차고 넘치는 먹이가 가득하고

끊이지 않는 생의 소망이 있었으리.

 

이제 그 해변에는 카페가 들어서고

날아와 앉을 갯바위조차

사람들의 안락한 의자가 되어버렸네

자동차 행렬에 밀려난 소나무 숲

날갯짓 쉴 곳 없어 돌고 돌다

백사장에 겨우 발을 붙이는 갈매기 떼

 

밀물이 밀려와도 빈 물살뿐

힘겨운 날갯짓 끝에 사라진 먹이 대신 

파라솔 아래 버려진 빵 부스러기를 쫓네

주객이 바뀐 저 가련한 풍경에

빵 한 조각 더 던져주고 싶어도

배설물이 더럽다며 과자 투기를 금하는 곳

 

그래도 저들 날갯짓 접지 않기를

빼앗은 바위틈, 인간의 양심 한 뼘이라도

저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줄 수 있기를

다음 밀물에는 다시 먹이가 실려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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