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란 해변의 주객전도
이영균
한때 이 해변의 주인이었을 갈매기
갯벌을 밀고 달려오는 밀물
그때가 저들에겐 최고의 시간이었으리
밀려오는 파도마다
차고 넘치는 먹이가 가득하고
끊이지 않는 생의 소망이 있었으리.
이제 그 해변에는 카페가 들어서고
날아와 앉을 갯바위조차
사람들의 안락한 의자가 되어버렸네
자동차 행렬에 밀려난 소나무 숲
날갯짓 쉴 곳 없어 돌고 돌다
백사장에 겨우 발을 붙이는 갈매기 떼
밀물이 밀려와도 빈 물살뿐
힘겨운 날갯짓 끝에 사라진 먹이 대신
파라솔 아래 버려진 빵 부스러기를 쫓네
주객이 바뀐 저 가련한 풍경에
빵 한 조각 더 던져주고 싶어도
배설물이 더럽다며 과자 투기를 금하는 곳
그래도 저들 날갯짓 접지 않기를
빼앗은 바위틈, 인간의 양심 한 뼘이라도
저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줄 수 있기를
다음 밀물에는 다시 먹이가 실려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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