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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 산 깊은 물

법당 보살이 생불이요

작성자이영균|작성시간26.06.17|조회수0 목록 댓글 0

법당 보살이 생불이요

 

이영균

 

 

음력 오월 초하루 법회 날

언제나 아침을 밝히던 어금니 같은

법당 보살님이 보이지 않는다

바지런한 그 웃음 빠져나간 빈자리가 너무 커서

종일 법당의 일들이 도무지 씹히지 않는다

어디가 아픈 걸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띄워도 돌아오지 않는 고요

 

우여곡절 끝에 법회는 끝나고 신도들 떠난 자리

박 보살과 총무 보살이 남아서

알잔 감자를 캐어 쪄 나누어 먹고

종무소 앞 찔끔거리던 수도꼭지를 고치려다

오히려 일만 눈덩이처럼 키워놓은 저물녘

테이블보를 빨아온 강 처사는 밖에서

저녁 공양 마칠 때쯤에야 돌아와 서운함 가득한데

포교사 대표의 미안함, 묻은 전화까지 걸려 온다

끊어진 전선처럼 얽혀버린 일들

속절없이 다음 날의 어둠 속으로 밀려가고

 

다음 날 아침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길

법당 구석구석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치는

그리웠던 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막혔던 속이 툭, 터져 내리는 순간

지난 며칠의 아득했던 소동들이 주마등으로 스쳐 가고

묵묵히 절집을 살려내던 그 가녀린 손길이

그대로 걸어 나온 부처였음을 안다

 

 

* 어느 작은 암자의 스님이 들려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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