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 세끼
- 거울 속의 일출 -
이영균
맨얼굴에 처음 수염이 돋았을 때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만 같아, 나는
가장 높은 울타리를 향해 넝쿨을 뻗는
청년의 나팔꽃이었다.
능소화가 온 울타리를 뒤덮어
쓰러질 듯 뜨겁게 타오를 때,
홀로 그들을 안아줄 듯 도도했던 아침.
당신을 닮아 거룩해지고 싶던
나는 한 송이 나팔꽃이었다.
저들이 지쳐 주저앉을 때까지
날마다 새롭게 아침을 피워내듯,
매일 거울 앞에 서서 수염을 깎으며
남자가 되어가는 성장을 즐겼다.
적어도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능소화 스스로 시든 꽃잎을 떨구듯
욕망의 가지 아낌없이 잘라내고
묵묵히 낙엽으로 성숙해지는 것을 보며,
매일 자라는 수염이 성가시다는 걸 안다.
가끔은 맨얼굴의 자유를 꿈꾸면서
한때는 누군가를 옥죄던 칡넝쿨 같았으나
이제는 잘려 나간 장작처럼 덤덤해진 나이.
매일 밥을 먹듯 아침마다 수염을 깎는
남자의 숙명을 받아들이며, 오늘도
거울 속 낯선 내 모습을 비추어본다.
어느새 텁수룩해진 턱을 매만지며
거울 속에 맑게 떠오르는 일출을 맞는 나는,
어느새 의연한 사나이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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