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주의
- 미니멀리즘 -
이영균
아직 청년일 때 나는 최소한을 좋아했다
휴일이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 하루라도 현실의 중력을 벗어나
인류의 원시처럼 홀가분해지고 싶었기에
그런 최소주의였던 나의 생도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며 차츰
소유가 주는 달콤한 덫에 빠져들었다
소속감과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벽들이
스스로를 옥죄는 감옥으로 변해갈 줄 모른 채
가정과 사회, 가장과 어버이의 도리는
날이 갈수록 풍선처럼 부풀어
대양처럼 넓어지고 태산처럼 무거워졌다
한 문제를 풀어내면 열 개의 매듭이 돋아나
생이 성공의 궤도에 진입할수록
관계와 속박들이 그물망처럼 얽혀들었다
문득 과로사라는 절박함을 마주하면서 비로소
바다 건너 들려온 비움의 소문들
좋아서 살아본 청년기 최소주의 사십여 년,
이제 최소주의는 선택이 아닌
지구의 앓는 숨소리임에 비로소 가만히
고개 끄덕여진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문명을 벗어던진
스톨라츠 해변, 그 나신(裸身)들이
지혜로 또 해법으로 다가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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