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꼬집는 벼락
이영균
공휴일 한낮의 시내버스 안은
빨랫줄 휭하니 걸린 뒤뜰 같다
앞쪽 두 번째 자리에 앉은 내 앞으로
새파란 빨래 한 쌍이
바람에 날리듯 날아와 앉는다
가슴만 가린 웃옷에 엉덩이만 가린
치마를 걸친 여자라는 옷걸이가
바지랑대 같은 남자의 팔에 찰싹 들러붙어
운전석 뒤, 내 시선 정면에 걸린다
빨래를 놓친 한산한 버스 안 손잡이가
강풍을 만난 듯 흔들거리나 싶더니
앞 좌석 두 남녀의 콧소리와 함께
엉겨 붙은 끈적한 소음, 배배 꼬인 한 벌의 세탁물
태풍에 쫓기듯 조급한 몸짓들이다
잠시 후, 참다못한 버스 기사
느닷없이 뇌성벽력을 친다
"야! 차를 확 박아버려야 정신 차릴래?
이것들, 꼼짝 말고 있어! 지금 바로 신고할 거니까."
단맛에 초를 친 듯, 잠시 후
고요한 버스 안에 내림 벨이 울린다
뒤쪽에 몇 안 남은 손님들이
다음 정류장에 내린다는 신호인데
그 소리에 놀란 빨래들, 구정물에 씻겨 가듯
쏜살같이 버스 밖으로 빠져나간다
대낮의 눈꼴신 신체접촉에
세탁기 속처럼 뒤집어지던 내 속이
탈수기 돌린 듯, 땟물 빠진 듯
하얗게 헹궈져 시원하다
막걸리같이 탁하던 기사의 뇌성벽력도
오늘만큼은 청량한 계곡물처럼 시원하다.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