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
한정원
감자를 보내왔다
박스 속에는 흙 묻은 감자가 리본을 두르고 있었다
지나간 소식들이 틈새를 덮고
꽃 대신 보낸 거라고
편지 대신 보낸 거라고
나는 택배 운송장을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읽었다
감자는 따뜻했다
나의 백팩을 메고 따뜻해졌던 그의 등처럼
목과 허리 사이의 시간이
네 번의 여름을 연락 없이 지나갔다
감자는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호수공원처럼 흐르는 중이었다
가장 뜨거웠던 계절에
잠시 마주했던 지상과 이층 건물을 통과하던
호두나무 냄새가 입 안에서 부서졌다
도청 유리창에서 반사되던 햇살
시외버스에서 내리면 나는
언제나 이마에 차양을 했다
감자가 도착했다
모든 기억을 상자 속에 기록한 채
한 질의 장서가 인쇄 냄새를 말리고 있었다
한정원 시인
1955년 서울 출생. 수도여사대(세종대) 교육학과 졸업. 1998년《현대시학》등단.
시집『석류가 터지는 소리를 기록했다』『마마 아프리카』『낮잠 속의 롤러코스터』『의자가 없어서 봄은 오지 않았다』등.
수상 제3회 선경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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