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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

하늘로 올라 가겠다는 휴거携擧 학부모 & 막지 못했던 불자 교사 / 임완숙 교사

작성자기오|작성시간26.06.11|조회수144 목록 댓글 0

3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내려오니 어딘지 낯익은 초로(初老)의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어 선생님, 금례, 구금례 엄마예요.” 순간 지난 4월 학기 초에 있었던 학부모 면담 때의 특별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녀는 면담을 위해 내 책상 옆자리에 앉자마자 다짜고짜 내 손을 꽉 잡고는 뜨겁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었다. 다소 황당했지만 나는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수수한 무채색의 옷을 걸친 자그마한 몸집에 화장기라곤 전혀 없는 건조한 얼굴, 손은 거칠고 손마디가 굵었다. 기도가 끝나자 그녀는 흥분된 어조로 이 학교가 유명한 기독교 학교이고 전체 교사들이 세례를 받은 교인이라 기뻐서 기도를 했노라 했다. 그리고 면담을 하는 내내 간간이 한숨을 쉬듯 나직하게 ‘주여-!’를 토해내곤 했었다.

마침 4교시에는 내 담당 수업이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금례 어머니는 뭔가 서두르는 듯한 태도로 의자를 바짝 당겨 내게 다가앉았다. 그리고는 불쑥 “금례 오늘부로 퇴학시키려고요.” 했다. “퇴학요? 왜요? 집안에 무슨 일이 있나요?” 깜짝 놀라 물으니, 이제 며칠 후면 휴거가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기상천외의 답이 돌아왔다. 이제야 집안의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오늘 온 가족이 경기도 어느 산중의 기도원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다른 가족들은 아침에 이미 떠났고 자신은 금례를 데리러 왔다고 했다. 학교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어이 금례가 학교엘 왔다며, 미련 없이 퇴학시키고 함께 기도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금례 어머니, 금례는 지금 고3이고, 이제 한 달 후면 수능시험이에요.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흔들면 어쩌나요?” 내가 아무리 금례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도 그녀는 막무가내 퇴학 처리를 고집했다. 자신들은 하늘로 올라갈 테니 지상의 모든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안타까워서 휴거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니, 그건 선생님이 믿음이 부족해서라며 가엾다는 듯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한시가 급하다고 초조해하며 당장 금례를 데리고 가야 한다고 했다. 

결국 완강한 그녀의 요구에 나는 금례를 교무실로 불러 내렸다. 금례는 이미 각오한 듯 아예 책가방을 싸 들고 나타났다. 나는 마지막으로 금례에게 퇴학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금례는 어머니 옆에 죄지은 듯 고개를 숙이고 서서 아무 대답을 못 했다. 평소에도 늘 활기가 없고 조용하기만 한 아이였다. 어머니의 기세에 눌린 듯 입을 떼지 못하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아팠다. 

“그럼, 일단 어머니의 퇴학 의사는 담임인 제가 접수한 것으로 하고요, 처리는 휴거가 지난 후에 하겠습니다. 휴거가 일어나지 않으면 폐기할 거고요. 그러니 금례야, 걱정 말고 잘 다녀오너라. 내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알았지?” 나는 금례를 감싸 안고 가만히 등을 토닥였다. 금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언제부터인가 기독교의 시한부 종말론이 세상을 어지럽게 들쑤시고 있었다. 《요한계시록》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에 의하면 1992년 10월 28일 자정 최후의 심판 날, 예수가 재림(再臨)하여 믿음의 신도들을 공중으로 들어 올려(휴거(携擧)) 구해주고 세상은 종말을 맞는다는 것이다. 다미선교회를 주축으로 많은 기독교회와 신도들이 종말론에 빠져 학업이나 생업을 접고 전 재산을 교회에 헌납, 잠적, 심지어 자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였다.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다. 

휴거 예정일인 28일은 교인들이 모두 ‘승천복(昇天服)’이라는 흰옷을 입고 교회에 모여들어 휴거 예배에 들어갔다. 교회 앞은 구경나온 사람들과 텔레비전 방송, 내외신 취재기자들로 혼잡을 이뤘다. 화면에 비치는 교회 안은 소복한 신도들이 남녀노소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뒤섞여 팔을 흔들고 몸을 뒤틀며 ‘주여! 주여!’ 펄쩍펄쩍 뛰며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광란의 도가니였다. 너무도 기괴하여 소름이 돋았다. 그것을 보는 내내 금례 생각에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자정이 지났고 휴거는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혹세무민의 대사기극이었다. 금례는 휴거 소동이 끝나고 열흘쯤 지나서 돌아왔다. 수능시험도 치렀다. 

휴거 소동을 보면서 나는 새삼 맹신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일찍이 불교를 만나게 된 행운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부처님은 당신의 말씀조차도 명성에 따라 무조건 믿지 말고 잘 살펴보고 이치에 합당하면 그제야 받아들이라 하지 않았던가. 눈 푸른 지혜의 칼로 무명(無明)을 깨치고 열반을 증득, 영원한 생명으로 귀의함이니 불법은 황홀한 기쁨 그 자체인 것 같다. 타는 목마름을 적셔주는 시원한 샘물, 감로수(甘露水)가 분명하다. 

늘 나와 함께하시는 부처님! 오늘도 부처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빛나는 하루를 시작하련다. 

“나무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임완숙 / 전 이화여고 교사

출처 : 불교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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