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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야서 길을 묻다

[니까야서 길을 묻다]13 명상의 의미 ②사유의 두 얼굴(동력과 욕망)

작성자기오|작성시간21.12.05|조회수173 목록 댓글 1

13. 불교 명상의 의미 ②

 

명상(冥想)의 사전적 의미는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함’이다. ‘고요함’과 ‘사유함’이 바로 명상의 본연을 나타내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다시 여기에 ‘사유의 닦음’(思惟修)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고려하면, 불교 명상의 의미 영역에는 ‘사유’가 하나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유’에 ‘온전하게’를 덧붙이면 앞으로 설명하게 될 ‘명상에 대한 이론’(定學)에서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하나의 논제가 된다.

 

‘사유’를 중심에 두고 명상에 대해 말하려 하면 오늘 이 땅의 현주소가 먼저 발목을 잡는다. ‘고시’라는 장애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 이 땅의 현실에서는 남보다 먼저 고시에 합격함으로써 안정적인 직장을 손에 넣는 일이야말로 구원이요, 해탈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이 모습이 참이라면 우리들의 ‘사유능력’은 실용과 효용이라는 동기에 의해서 발휘되며, 그 결과 공부를 통해 사유를 갈고 닦아 얻어지는 사색의 즐거움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시험공부가 공부의 전부라고 여기는 시스템이 견고하면 할수록 스스로의 사유를 성숙시켜가는 문화는 그만큼 부족하게 된다. 이것은 저마다의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생각의 발전소’ 가동을 스스로 중지시켜버리는 행위로 비유할 수 있다. 지금처럼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생각 하나가 사람들의 삶의 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세상을 얼마나 이롭게 할지 그 누구도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먹고 사는 일에 매몰되지 않고 시험공부와 무관한 ‘생각의 발전소’는 계속해서 가동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 그림 나은영.

 

‘사유’는 두 얼굴을 가진 녀석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말이 길어졌다. 하나의 얼굴은 발전소 가동으로 비유한 사유의 힘이다. 생각 하나가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바로 그 지점에서 발견되는 사유의 능력인 것이다. 또 하나의 얼굴은 욕망과 감정이 개입된 사유의 부정적인 모습이다.

 

욕망과 감정이 개입된 생각이 아닐지라도, 사유에는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생각’이 제공하는 자료를 가지고 하나의 의식이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시스템으로 구축되는 세계가 바로 ‘사유’라는 녀석이기 때문이다. 이것의 태생적 한계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시각을 예로 들면, ‘눈’은 앞과 뒤를 동시에 볼 수 없고 좌우를 한꺼번에 볼 수 없으며, 무엇보다 보고 있는 자신을 결코 볼 수 없는 제한을 껴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사유는 일면적이고 일방적이고 일시적인 성격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중국 간화선(看話禪)을 충실하게 계승한 한국의 선불교에서는 ‘앎과 이해’에 내장되어 있는 구조적 결함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길로써 인도불교의 명상법과는 다른 또 하나의 특색을 이루어왔다.

 

지금 이 땅에는 불교를 비롯해서 다양한 명상 방법들이 사람들에게 제공되면서 이런 저런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마다 자신의 방법이 정통이라 말하고,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며 그 문 안으로 들어올 것을 권유하고 있는 듯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제는 명상에 대해 소통 가능한 논의 지점을 설정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명상에 대한 이론’(定學)이 서 있어야 할 자리이다. 서두에서 제기한 ‘사유의 닦음’이라는 의미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 김준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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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惺牛大華 이삼연 | 작성시간 23.12.25 니까야서 길을 묻다 – 13. 瞑想의 意味 ② 思惟의 두 얼굴 (動力과 欲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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