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가장 어려운 건 ‘낡음’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공간에 새로운 정체성을 심는 일이다. 이 집은 준공된 지 27년이 지난 아파트로, 전용 면적 약 34평에 방 3개, 거실·다이닝룸, 화장실 2개로 구성된 구조다. 거주 인원은 부부와 아이 한 명. 수납 공간 확보, 미래 육아 환경 준비, 홈 오피스 공간, 그리고 고급 호텔 같은 분위기—이 네 가지 요구를 동시에 풀어낸 결과물이 바로 이 집이다. 전체 공간을 관통하는 컬러는 밀크 화이트, 즉 따뜻한 크림빛 아이보리 계열이다. 차갑지 않고 무겁지도 않은 이 색은 공간 전체에 조용한 통일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목재 질감과 특수 도장 마감이 더해지면서, 단순히 ‘하얀 집’이 아닌 층위가 있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현관 현관은 독립된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분리되어 있다. 바닥에는 육각형 플라스틱 타일을 깔아 공간의 시작점임을 명확히 알린다. 오른쪽 벽면에는 밀크 화이트 톤의 키 큰 수납장을 배치했는데, 신발 수량이 상당히 많은 집이라 내부에는 회전식 신발장을 숨겨 넣었다. 반대편 벽면은 동일한 색계의 특수 도장으로 마감해, 짧은 복도를 지나는 동안 이미 실내 분위기를 예감하게 만든다. 거실 거실은 넓고 밝되, 그 안에서 독립적인 영역감을 갖도록 설계됐다. 소파 배경 벽면은 목재 질감으로 처리해 크림 계열 색상 속에서 의도적으로 단절감을 만들었다. 비슷한 색끼리 이어지면 공간이 평면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파 뒤 높은 단은 높이 110cm로 설정해 공간을 구획하면서도 시선을 막지 않는다. 측면 수납장은 시스템 패널과 특수 도장 마감을 교차해 오픈 선반 형태로 구성했다. 완만한 곡선 면을 살짝 끌어들여 TV 벽면의 역호형 조형과 호응하게 했다. TV 벽면은 짙은 색 도료를 베이스로 깔아 주벽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다. 밝은 크림 색상만으로 넓은 면을 채웠다면 시각적으로 밋밋해졌을 텐데, 이 한 가지 선택이 공간 전체의 무게 중심을 잡아준다. 측면에는 격자 장식 패널과 선형 조명 띠를 교차 배치해, 소리 없이 리듬감 있는 입면을 완성했다. 다이닝룸 거실과 다이닝룸 사이의 흐름은 막힘 없이 이어진다. 아일랜드 조리대와 높은 단을 같은 높이로 맞춰 연결하고, 바 스툴을 배치해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자리이자 손님과 가볍게 한잔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일랜드 앞쪽 통로 폭은 120cm로 확보해 동선이 여유롭다. 다이닝룸 뒤편 실체 벽면에서 양쪽으로 두 개의 문을 냈다. 하나는 주방으로, 다른 하나는 홈 오피스로 연결된다. 두 문 모두 필름 유리 슬라이딩 도어로 마감해 빛이 경계 없이 오가도록 했다. 벽면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했고, 식탁 상판부터 다리까지 부드러운 곡선을 이어받아 아이가 부딪혀도 다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주방 주방 조리대 높이는 90cm로 올렸다. 거주자의 신장과 사용 습관을 반영한 결과다. 상판은 인조석으로 제작했고, 수납장은 시스템 도장 마감으로 처리해 주방 안까지 크림 베이스 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벽면 타일은 이중 곡선 형태로 골라, 자연광이 들어올 때 표면에 미세한 음영이 생기며 요리하는 시간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든다. 안방 안방은 기존 벽 하나를 철거해 넓게 트였다. 작은 거실 영역, 침실 영역, 요가 공간이 하나의 방 안에 공존한다. 퀸 사이즈 침대를 기준으로 양쪽 통로를 충분히 확보한 뒤, 남은 면적을 드레스룸으로 배분했다. 채광이 가장 풍부한 자리에는 높낮이 차이를 활용한 요가 공간을 만들었다. 선형 조명 띠를 둘러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냈고, 침대 헤드보드에도 조명 띠를 연장해 목재 질감과 어우러지는 따뜻한 빛이 수면 공간을 감싸도록 했다. 드레스룸 안방과 드레스룸의 경계는 아치형 통로로 처리했다. 옷장 깊이를 활용해 아치 구조를 만들고, 회색 유리로 드레스룸 전체를 감싸 투명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유리 소재 특성상 꺾이는 각도에 한계가 있어, 바깥쪽으로 조심스럽게 면적을 확장했다. 침실에서 드레스룸 내부가 시선으로 이어지도록 했고, 화장대는 유리 벽면 한쪽에 배치했다. 상판은 공중에 뜬 듯한 플로팅 방식으로 제작하고, 기둥만 세워 지지하는 구조로 만들어 행거 봉과 교차 배열되며 가장 부드러운 경계선을 형성한다. 안방 욕실 안방 욕실은 4피스 구성으로 호텔식 기능을 갖췄다. 유리 슬라이딩 도어 하나로 공간을 두 영역으로 나누고, 색상과 크기, 디테일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거주자가 미리 구매해 둔 세면기와 양변기 등 위생 도기를 하나씩 맞춰 설치하고, 동선도 그에 맞게 재구성했다. 공용 욕실 공용 욕실은 실목 질감의 세면대 상판을 선택해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아이보리 계열과 목재 톤을 기본 축으로 삼아 건식·습식 분리 구조로 설계했다. 일상적인 청소와 사용이 편리하도록 동선을 단순하게 정리한 것이 이 공간의 핵심이다. 이 집은 낡은 구조를 단순히 새것으로 교체한 게 아니다. 밀크 화이트라는 하나의 색을 중심에 두고, 목재·특수 도장·유리·곡선이라는 네 가지 언어로 공간 전체를 다시 썼다. 수납, 채광, 동선, 분위기—어느 하나 타협하지 않은 결과가 이 34평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래된 집이 어디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 이 공간이 조용히 증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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